정치ㆍ사회

[공약 虛와實]⑦ 초(超)고액 연봉 제한…'살찐 고양이법'은 실행 가능할까

  • 유병훈 기자
  • 입력 : 2017.04.18 09:53 | 수정 : 2017.04.18 11:04

    소득 불평등 심화되는 가운데 외국에서도 임금 격차 제재 강화 추세
    시장왜곡 가능성 높아…조세정책이나 최저임금 상승으로 해결해야
    법리적으로도 과잉금지원칙·비례원칙에 위배돼 위헌 가능성 있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작년에 발의해 한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살찐 고양이법’은 임금의 상한을 법정(法定) 최저임금과 연계하는 ‘최고임금제’를 의미한다. ‘살찐 고양이’는 과도한 임금을 받는 부유층·자본가를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으면서도 엄청난 퇴직금과 세제 혜택을 챙긴 월 가(街)의 금융가들을 비난하는 용어로 유행했다.

    심 후보는 지난해 6월 민간기업의 임직원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임금을 법정 최저임금의 30배로 제한하는 ‘최고임금법’을 대표발의했다. 지난해 8월에는 공공기관 임직원의 최고임금 역시 법정 최저임금의 10배로 제한하는 ‘공공기관운영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 후보의 살찐 고양이법 공약은 두 법안의 시행을 의미한다.

    [공약 虛와實]⑦ 초(超)고액 연봉 제한…'살찐 고양이법'은 실행 가능할까

    ◆초고소득자 임금 규제 강화 추세 늘어나

    뉴 노멀(New normal)이라 불리는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저성장의 이유 중 하나로 소득 불평등이 경제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나 IMF(국제통화기금) 등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소득 불평등 완화를 위해 초(超)고액 연봉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나라들도 늘어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지난 2013년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들이 결정토록 하는 법안을 국민투표에서 67.9%의 압도적 찬성률로 가결했다. EU(유럽연합)의 은행규제 당국인 EBA(유럽금융감독청)에서는 2015년 은행의 임직원이 월급의 두 배를 초과하는 보너스를 받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미국의 경우 2010년에 만든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지난해부터 CEO의 급여가 해당 기업 일반 직원 임금 중간값의 몇 배인지 공개하는 제도를 시행키로 했다.

    이런 추세의 배경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악화하고 있는 소득 불평등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OECD의 2015년 보고서에 따르면, 시장소득(근로·자본으로 인한 총소득)의 격차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2007년에서 2011년 사이 OECD 평균 1.5% 포인트 증가해 급격히 높아졌다.

    한국도 소득 불평등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3월 IMF의 '아시아의 불평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상위 10%가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기준 45%였다. 또 2014년 기준 한국 10대 그룹 상장사 78곳의 경영자 보수는 일반 직원 보수의 35배로, 최저임금보다는 무려 18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23개 공기업 중 이사장의 연봉이 1억 5000만원을 넘는 곳도 130여 곳에 달했다.

    하지만 이런 추세를 감안해도, 법정 최저임금과 연계해 최고임금의 상한을 정하자는 심 후보의 살찐 고양이법은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강력한 제재 법안이다.

    ◆ 소득 불평등 줄이는 데 효과 있을까?

    심 후보는 지난 2월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국민 월급 300만원 시대를 열겠다”며 “이를 위해서는 천장을 낮추고 바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 측의 한 관계자 역시 “살찐 고양이법의 입법 취지는 CEO의 임금을 올리려면 최저임금제를 올리라는 뜻”이라며 “소득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고액연봉이 중소기업 등의 노동자에게 내려올 수 있는 길을 열리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법이 소득 격차를 줄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심각한 시장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임금은 노동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인 만큼, 노동시장의 정보가 자연스레 반영된 가격이 인위적으로 제한됐을 경우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다른 정책수단을 통해 소득 불평등을 바로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박윤수 KDI(한국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고액 연봉자의 시장가치가 최고임금 상한을 넘어서면 기업과 고임금 노동자들이 다른 방식으로 희한하게 규제를 회피하려 할 것이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임금 격차 확대에 따른 불평등 해소가 목적이라면 소득세 인상 등의 조세정책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차라리 최고임금의 인상을 억제하거나 최저임금을 상승시키는 방향이 경제 주체들의 저항이나 시장 왜곡이 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5년 OECD의 연구결과 역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지지한다. OECD는 “대부분 국가에서 2008년 경제위기 전 근로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 동인(動因)이 임금 격차였다면, 경제위기 이후 근로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킨 주된 동인은 고용 감소였다”고 분석했다. 이는 소득 불평등의 해소를 위해서 임금을 인위적으로 제한하기보다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 과잉제재금지 원칙 위반한 위헌 소지 논란도

    실제로 법제화가 가능할지의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임금 계약은 민사영역인 만큼, 국가 공권력에 의한 강제 개입이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심 후보는 지난해 7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헌법 제119조 제2항에 ‘경제주체 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해 규제와 조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고 말했다. 또 “법적인 자유계약제도 때문에 안 된다는 논리라면, 고금리와 폭리를 제한하는 이자제한법·분양가상한제 같은 것들도 문제다”고 말했다.

    심 후보 측 관계자 역시 “한국에서도 2008년 이후 자통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5억원 이상의 고액연봉을 받는 CEO와 임원들의 연봉을 공개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나 유럽의 프로 스포츠 리그에도 샐러리캡(Salary Cap·팀 연봉 상한제)제도가 있는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심 후보 측의 사례 제시가 살찐 고양이법과 같은 차원에서 비교하기 힘든 비유라고 지적한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국가정책의 관점에서 임금 격차가 심하면 조율할 필요는 있겠으나, 임금을 직접 제한하는 것은 과잉금지·비례원칙이라는 공법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이자율이나 분양가 상한제 역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규제하는 것인데, 이를 임금과 같은 차원에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샐러리캡은 민간 단체 내부의 규정일 뿐, 국가 공권력이 적용되는 법과는 별개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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