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공약 虛와實]⑤ "통신3사 WiFi 완전 공유"...투자·관리 유인잃고 품질하락 우려

  • 박정엽 기자
  • 입력 : 2017.04.15 09:12

    "이통 3사가 무선인터넷 와이파이를 공유하고, 통신사가 보유한 와이파이 존(WiFi zone)이 없는 곳은 중앙정부, 지방정부가 함께 공공와이파이 존을 신설하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지난 11일 통신비 인하 정책을 발표하면서 '프리 와이파이(Free-WiFi) 대한민국'을 선언하고 이같이 말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보유하고 자사 가입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는 무선인터넷(WiFi) 엑세스포인트(AP)를 모든 사용자들에게 무료로 전면 개방해 가계의 데이터 사용료를 줄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구상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 4탄으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휴대전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가 지난 11일 경남 창원시 창원컨벤션센터에서 '내 삶을 바꾸는 정권교체' 정책시리즈 4탄으로 '가계통신비 부담 절감 8대 정책'을 발표한 뒤 지지자들과 함께 휴대전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문 후보는 통신요금 절감을 통해 가계 가처분소득을 늘리고, 디지털 격차를 해소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그는 "세대, 소득, 지역에 따른 디지털 격차를 해소해 평등한 디지털 민주주의를 이루겠다"며 "취약 계층의 청소년들이 소득 격차 때문에 디지털 격차를 겪지 않도록, 기회의 평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무료 와이파이 공약은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와이파이 구축 및 개방 사업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7년 현재까지 약 12300개소의 공공와이파이존을 확보했다. 문 후보의 공약에도 모든 공공시설에 공공 와이파이 설치를 의무화하겠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이같은 문 후보의 기조는 차세대 통신망 구축 계획으로도 이어진다. 문 후보는 14일 디지털경제협의회 주최 '미래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디지털경제 국가전략' 토론회에서 "5세대(5G) 네트워크는 미래 산업을 이끌 원동력이다. 이통3사의 개별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네트워크의 공익성 강화를 위해 정부가 직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가 선대위 대변인을 통해 "투자할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정부가 사업을 직접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정정하기도 했다.



    ◆ 수천억원 투자한 영업용자산, 정부가 동원해도 되나

    문 후보의 공약이 발표된 직후,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민간 회사가 수천억원의 비용을 투자한 핵심 영업용 자산을 정부가 동원할 수 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통신3사들이 보유한 와이파이망의 현재 자산가치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투자액수는 통신사들의 역대 투자계획 발표 등을 통해 추정해볼 수 있다. KT는 지난 2010년 7월 "2500억원을 투자해 현재 2만8000곳에 이르는 와이파이존을 2011년 말까지 10만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신3사 소유의 와이파이 AP는 전국에 총 40만개가 조금 넘는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2017년 1월 기준으로 SK텔레콤은 13만7091개, KT는 18만9790개, LG유플러스는 7만9140개의 와이파이AP를 각각 갖고 있다. 주로 전국의 유명 커피숍이나 음식점, 극장,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 설치됐다.

    와이파이망의 품질은 통신사가 타사와 차별화하는 포인트 중의 하나다. 가입자들은 통신사를 선택할 때 와이파이AP의 숫자와 속도를 검토한다. 와이파이망 품질이 좋을수록 상대적으로 비싼 셀룰러 데이터를 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통신사들이 와이파이망의 속도를 개선하도록 자극하는 유인이기도 한다.

    또 통신3사는 와이파이망을 별도의 유료서비스로도 제공하고 있다. 타사 휴대전화서비스 가입자라도 온라인 신청 등을 통해 계정을 구입한다면, 휴대전화는 물론 노트북 등의 단말기를 이용해 와이파이AP에 접속할 수 있는 식이다. 서비스 가격은 SK텔레콤은 1일 2200원·1개월 5500원, KT는 1일 3300원, LG유플러스는 1개월에 8800원이다.

    와이파이망이 설치된 특정 장소(커피숍 등)에서 접속하거나, 광고를 보는 대가로 자사와이파이망에 무료로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이 경우에는 사용자 대신 광고주가 와이파이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방식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AP를 사용하기 위해 특정 점포가 통신사와 계약하는 경우라면, 수십명~수백명이 접속해도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속도나 접속 품질이 유지되도록 통신사가 별도의 최적화 작업을 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통신3사가 취약계층용으로 개방한 와이파이망, 가입자 전용망보다 느려

    공공시설에 부착된 통신사들의 상용 와이파이 AP / 사진=연합뉴스
    공공시설에 부착된 통신사들의 상용 와이파이 AP / 사진=연합뉴스
    업계에서는 '무료 와이파이'가 '불통 와이파이'로 이어지고, 가입자들의 셀룰러 데이터 의존도를 더 높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전체 와이파이망 공유가 우선은 와이파이 접근권을 확대시키는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와이파이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누구나 통신사 와이파이AP에 접속이 가능해지면 통신사들이 와이파이망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자사 와이파이망의 품질이 느리고 접속이 자주 끊어져도 고객이 타사 와이파이망을 쓸 수 있다면, 통신사가 와이파이AP를 늘리거나 속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할 이유는 없다.

    실제 정부가 권유하는 형식으로 통신사들이 개방한 공공 와이파이망은 통신사들이 개방하지 않은 가입자 전용 와이파이망에 비해 품질이 낮다. 정부는 취약계층의 통신망 접근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재래시장과 복지시설, 주민센터 등에서 통신3사가 보유한 와이파이망을 개방하도록 유도해 공공 와이파이망을 확보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난해 통신서비스 품질을 평가한 결과 이들 공공 와이파이망의 속도는 통신사 가입자 전용 와이파이망 품질에 비해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보안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가입자 전용 와이파이망의 경우는 보안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통신사가 가입자 정보를 확보한 휴대전화 단말기를 통해 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통신업계 전문가는 "만약 해킹이 이뤄진다면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와이파이AP는 무선인터넷망의 말단인데, 어떤 고객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열기는 어렵다"며 "현재 공공 와이파이도 통신3사가 AP를 공유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문 후보의 정책대변인인 홍익표 의원은 조선비즈와의 통화에서 "이미 와이파이는 넘칠 정도로 많고, 대부분의 이용자들에게 정액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어 기존의 통신사 수익구조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와이파이망의 구체적 공유방식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공공 무료 와이파이를 현행 1만2300개에서 5만개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통신사 상용망을 개방하거나 신규로 공공 와이파이 AP를 설치하는 방식을 병행한다는 구상이다. 무료 와이파이망을 확보한다는 목표는 비슷하지만, 40만개 넘는 통신사 상용 와이파이망 개방에 방점을 둔 문 후보와는 규모와 방식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업계는 안 후보의 와이파이 정책에 대해서는 현 정부의 공공와이파이 정책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다며 무난하다는 평가다. 현정부는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에 걸쳐 정부 및 지자체 예산 150억원, 통신3사 150억원 등 총 301억원을 함께 투자해 7200여개소의 공공 와이파이 존을 새로 구축했는데, 이들 공공 와이파이 존은 통신 3사가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소유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 공공 와이파이 확대의 모델을 만들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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