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예술 위기? '비용 절감의 덫' 피해야

  •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 윤예나 기자

  • 입력 : 2017.04.15 08:00

    [Foreign Book Review] 'The Art of the Turnaround'
    경영난에 비용 절감하면 예술 수준 낮아질 우려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최흥식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공연 예술단체 경영은 '수익'이 최우선 목표인 일반 기업의 경영과 다르다. 예술단체는 수익보다 공익성에 더 큰 가치를 두는 조직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립교향악단의 경영 목표는 좋은 음악 연주를 통해 시민에게 행복과 자부심을 선사하는 것이다. 인건비와 관리비가 나날이 오른다고 해서 일반 기업처럼 무조건 사람을 줄이거나 악기를 나쁜 것으로 바꿀 수도 없다. 훌륭한 연주자 확보와 좋은 악기, 좋은 설비에서 수준 높은 음악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티켓 가격을 무작정 높이면 공연장을 찾는 관객을 잃을 수 있어 함부로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 유럽의 예술단체가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미국의 예술단체가 기부금이나 협찬금으로 운영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불경기 여파로 기업 후원이 줄어든 상황에 국내 공연 단체들은 경영난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일반 기업의 위기 탈출 전략을 따라 하기 어려운 예술단체가 참고하기에 적합한 책이 있어 소개한다. 마이클 카이저 전(前) 케네디센터 대표가 쓴 '턴어라운드의 예술(The Art of the Turnaround)'이다. 저자는 재정난으로 문을 닫을 위기였던 캔자스시립발레단,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로열오페라하우스를 차례로 부활시켜 '턴어라운드의 제왕'으로 불린 예술 경영가다. 그가 경험담을 통해 책으로 풀어낸 예술단체 경영난 극복법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세 가지를 추렸다.

    예술 공연 단체 경영자였던 마이클 카이저는 부도 위기였던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를 재건한 가장 중요한 비결을 “변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이사회가 외부 출신 경영자인 내게 개혁의 전권을 맡겨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예술 공연 단체 경영자였던 마이클 카이저는 부도 위기였던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를 재건한 가장 중요한 비결을 “변혁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던 이사회가 외부 출신 경영자인 내게 개혁의 전권을 맡겨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로열오페라하우스·심 캐너티-클라크
    1. 한 명의 분명한 리더가 변혁을 이끌어라

    카이저가 경영난에 빠진 예술단체를 여럿 거치며 경험한 공통적인 문제는 리더십이 여러 세력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이다. 그는 1998년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 단장으로 부임하던 당시 "이사진과 실무진이 서로 믿지 못한 채 저마다 중요한 결정권을 쥐고 세력 다툼을 벌여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가 없었다"고 회고했다. 카이저는 로열오페라하우스에 부임할 때 이사진에게 '변혁을 추진할 수 있게 전권을 달라'고 요구했고, 이사진은 이를 수용했다. 경영 전권을 쥔 카이저는 노조와 이사회를 차례로 설득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해 나갔다. 결국은 재정 적자를 모두 메우고 극장 재개관에 필요한 3억6000만달러를 모금해냈다. 카이저는 "내부의 알력 다툼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외부 출신 경영자의 리더십, 이를 인정하고 지원하는 이사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썼다.

    2. '비용절감=실적 호전' 아니다

    마이클 카이저 저서 ‘The Art of the Turnaround’
    마이클 카이저 저서 ‘The Art of the Turnaround’

    비용 절감은 경영난에 빠진 조직이 가장 먼저 생각해내는 해법이다. 그러나 카이저는 "무작정 비용을 줄이기만 하는 예술단체는 계속해서 규모가 줄어들고, 결국에는 장기적으로 성장할 동력조차 사라지고 만다"고 경고했다. 비용을 절감할 부분은 절감하는 동시에 또 다른 수익원을 창출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로열오페라하우스가 450석 규모의 새 소극장을 완공한 1999년 이사진은 자금 부족을 이유로 몇 시즌 동안 소극장 공연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공연 제작 비용이 한 편당 수만파운드에 이르렀던 만큼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카이저는 이사진이 자금을 아끼기 위해 소극장을 놀리는 이 기간을 또 다른 수익을 창출할 기회로 봤다. 그는 공연이 없는 몇 주 동안 이곳에서 저비용으로 진행할 수 있는 간단한 무료 콘서트와 교육 프로그램을 고안하는 한편, 공연 제작 비용을 자체 부담하는 단체에는 무료로 소극장을 대관해주며 로열오페라하우스의 새 모습을 홍보했다. 이런 접근법은 이전까지 '엘리트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던 로열오페라하우스가 관객층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3. 거액 후원자의 매칭 기부를 끌어내라

    예술단체의 경영에서는 공연 티켓 판매 수익을 늘리는 것보다 후원금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문화예술 증진에 뜻을 품고 거액을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후원자와 함께 기획했던 '매칭 기부(matching grant)'의 성공 사례를 소개했다. 재정난으로 폐쇄 위기에 처했던 아메리칸발레시어터의 단장으로 일하던 때였다. 카이저는 매년 개인적으로 연간 100만달러씩을 기부하던 당시 이사회 의장 피터 조셉과 함께 매칭 기부를 기획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받는 후원금을 합쳐 500만달러를 모으면 조셉이 그 금액과 같은 500만달러를 기부하는 이벤트를 진행한 것이다. 조셉은 5년간 낼 돈을 미리 내 5년간 추가 부담이 없다. 하지만 매칭 기부 소식은 외부 사람들의 기부 의욕을 자극했다. 그동안 기부에 참여하지 않았던 외부 재단도 100만달러를 기부하는 등 모금 운동이 활성화됐다.

    저자가 주로 활약한 영미권 예술단체들과 국내 예술단체의 상황이 서로 달라 책이 제시한 방침을 무조건 따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자생하기 어려운 예술단체가 외부 후원자들과 어떻게 하면 탄탄한 협력 관계를 맺고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훌륭한 지침서로 삼을 만하다.

    마이클 카이저의 5대 '예술 단체 구원법'


    *이 기사 전문은 4월15일자 조선일보 WEEKLY BIZ에서 볼 수 있습니다. WEELLY BIZ 구독 및 배달 신청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 https://members.chosun.com/subscription/appendweeklybiz.jsp )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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