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甲질… 일방적 거래중단에 협력사들 '휘청'

조선일보
  • 양지혜 기자
    입력 2017.04.13 03:00 | 수정 2017.04.13 08:10

    10년째 거래해온 영국 협력사, 갑작스러운 조치에 주가 폭락
    "협력社, 애플 프리미엄 때문에 일방적인 거래할 수밖에 없어"
    국내 기업들도 애플 방침에 희비
    아이폰8 OLED 채택 확실시 삼성디스플레이로 공급처 옮길듯

    영국에 본사를 둔 그래픽 기술 회사 이미지네이션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3일(이하 현지 시각) 날벼락을 맞았다. 이날 애플과의 거래 중단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하루 새 70%나 폭락했다. 이 회사는 작년 애플에서만 전체 매출의 절반에 이르는 6000만파운드(약 836억원)의 로열티 수익을 벌 만큼 애플 의존도가 심했다. 아이폰 첫 출시 때부터 10년간 거래했지만, 애플은 "자체적으로 그래픽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일방적인 거래 중단을 통보했다.

    애플이 최근 잇따라 거래처를 바꾸거나 갑작스러운 공급 물량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존립이 흔들리는 상황에 몰리고 있고, 오랫동안 아이폰을 위탁 생산해온 대만 폭스콘도 애플의 생산량 축소에 따라 25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이 줄어들었다. 애플에 디스플레이와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해온 국내 기업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의 가격을 낮추기 위해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유리하게 변경하거나 자체 개발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8 등 경쟁 제품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아이폰 신제품 가격을 끌어내리기 위해 협력업체를 쥐어짠다는 것이다.

    애플만 바라보다 휘청거리는 협력업체들

    지난 11일에는 반도체 회사 다이얼로그가 희생양이 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애플이 엔지니어 80명을 데리고 전력 관리용 반도체(PMIC) 칩을 자체 개발하고 있으며, 2019년 출시되는 아이폰에 내장할 예정"이라고 보도하자 애플 납품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이 회사 주가는 순식간에 25%까지 폭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애플과의 거래는 '금단의 열매'로 협력업체들이 애플과 거래할 때는 성공 가도를 달리지만, 애플의 계약 해지 통보가 나오면 순식간에 재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추락한다"면서 "애플이 거래를 끊으면 바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이 상당수"라고 전했다.

    애플만 믿다 휘청거린 협력업체들 정리 표

    IT 업계에서는 애플의 협력업체에 투자하는 것은 '러시안 룰렛'을 하는 것과 같다는 시각도 있다. 애플이 거래 주도권을 좌지우지할 것을 알면서도 '애플 프리미엄' 때문에 거래를 하게 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투자사들은 애플과 협력하는 기업들을 동종 업계의 다른 기업보다 낮게 평가한다"면서 "애플이 언제든지 변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도 희비 엇갈려

    국내 기업들도 애플 납품 여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하반기 출시하는 아이폰8부터는 LCD(액정표시장치) 디스플레이 대신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애플에 소형 LCD 화면을 제공해온 LG디스플레이의 공급량은 크게 줄어드는 반면, 소형 OLED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는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공급량은 급증할 전망이다.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와 2년간 10조원 규모에 달하는 OLED 패널 공급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계열사인 LG전자를 제외하면 애플이 최대 고객이지만, 언제 주문량이나 요구가 바뀔지 모르는 애플만 보고 생산 라인을 매번 변경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LG이노텍도 카메라 모듈 매출의 70%를 애플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해 애플이 아이폰7플러스에 듀얼카메라를 탑재하면서 성공을 거두자, LG이노텍은 베트남과 구미에 카메라 모듈 공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다른 업체로 물량을 돌리거나 아이폰 생산 물량을 줄이면 곧바로 실적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LG디스플레이와 LG이노텍은 지난해 1분기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공급량이 줄어들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현상을 겪은 뒤 거래처 다변화에 힘쓰고 있다.

    중견 업체인 서울반도체는 지난해 아이폰7에 사용되는 LCD 백라이트 부품을 공급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25%나 늘었다. 하지만 OLED 패널에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기 때문에 매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대로 애플 공급으로 수혜를 보는 국내 기업도 있다. 터치스크린 패널을 생산하는 부품업체 인터플렉스는 최근 아이폰8에 부품이 채택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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