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핫이슈분석] 민자도로 통행료 인하가 정답일까…불편한 진실 세 가지

  • 세종=이현승 기자
  • 입력 : 2017.04.13 05:51

    정부가 올해 안에 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고속도로(민자도로)의 통행료를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 예산이 투입된 고속도로(재정도로)에 비해 민자도로의 통행료가 비싸 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국회를 비롯한 각처에서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행료 인하가 득보다 실이 더 큰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 이용자는 통행료 몇 천원을 아낄 수 있지만, 이를 위해 전 국민이 낸 세금이 민자사업에 투입돼야 하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최소수입보장(MRG) 제도 폐지 이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는 민간 사업자들이 정부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더 기피하게 돼 재정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 국토부, 서울외곽 북부·천안~논산 등 통행료 인하 검토

    국토교통부는 올해 초 발표한 2017년 업무계획에서 "서울외곽순환 고속도로 북부 구간의 통행료를 지금보다 45~50% 낮출 여지가 있다"면서 "천안~논산 등 요금 수준이 높은 다른 민자도로에도 적용할 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올해 안에 일부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DB 제공
    정부가 올해 안에 일부 민자도로의 통행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 조선일보DB 제공
    서울외곽 북부 고속도로는 민간자본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지난 2006년 건설한 도로다. 민간 사업자가 국토부로부터 30년동안 운영권을 받았고 통행료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로 지적된 것은 재정으로 건설한 같은 도로의 남부구간보다 통행료가 크게 비싸다는 점이다. 남부구간 91.7㎞의 통행료는 4600원이다. 민자로 지은 북부구간은 36.3㎞밖에 안 되면서 통행료는 4800원으로 더 비싸다.

    지역주민들의 민원이 쏟아지자 경기도는 지난 10년 간 민간 사업자와 통행료 인하 방안을 논의해왔다. 운영기간을 연장하고 사업 구조를 다시 짜는 방식이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사업자는 통행료를 먼저 인하 하고, 손실액은 신규 사업자의 투자를 받아 조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신규 투자자는 기존 사업자의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2036년부터 2056년까지 20년 간에 걸쳐 투자금을 회수하게 된다.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12개 민자도로의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도로보다 평균 1.7배 비싸다. 이 같은 통행료 차이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의 질타를 받자 정부에서 인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행료 인하는 바람직한 방향일까. 이용자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한다는 점에선 긍정적이지만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다. 건설업계는 물론 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당장의 요금 인하가 미래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① 민자도로 통행료가 비싼 데는 이유가 있다

    민자도로 통행료가 재정도로보다 비싼 것은 ▲투자 회수기간 ▲재정지원 ▲조달금리 ▲통행료 산정방식 등 크게 4가지 차이 때문이다.

    고속도로 통행료는 건설비와 운영·관리비를 고려해 산정된다. 민자도로의 경우 최장 30년 내 통행료로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반면 재정도로는 기간 제약이 없다.

    또 요금 산정 방식도 다르다. 재정도로는 전국 고속도로를 하나의 노선으로 보는 '통합채산제' 방식으로 요금을 계산한다. 한 고속도로에서 걷은 통행료가 이미 건설·유지비를 초과했어도 통행료를 계속 걷을 수 있다.

    반면 민자도로는 각 노선별 수익구조를 별개로 보는 '독립채산제'를 적용한다. 정부와 계약한 기간이 지나면 통행료를 걷을 수 없다. 적자구간과 흑자구간이 발생하면 각각 통행료 인상이나 인하를 통해 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늘어나는 교통 수요와 부족한 재정 여건을 감안해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 조선비즈
    정부는 늘어나는 교통 수요와 부족한 재정 여건을 감안해 민간투자사업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 조선비즈
    재정지원 비율은 재정도로는 공사비의 40~50%인데 민자도로는 평균 18%에 불과하다. 정부와 공기업이 사업 추진을 보증하는 재정도로의 조달금리는 4~5% 수준이지만, 고위험 사업으로 분류되는 민자도로의 조달금리는 이보다 2~4%포인트 정도 높다. 민자도로 통행료엔 부가세가 붙지만 재정도로에 대해선 면제된다는 점도 차이다.

    자연스럽게 민간 사업자는 통행료 인상을 통해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수 밖에 없다. 재정도로의 통행료는 원가의 82% 수준에서 결정하지만, 민자도로는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결정하며 매년 물가상승률도 반영할 수 있다.

    ② 재정 여력 없는데... “민간투자자 도망갈까 걱정”

    민자도로의 높은 통행료와 재정 지원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이 강해지면서 정부도 난처해졌다. SOC 투자 요구는 여전히 많고 재정여력은 빠듯해 민간 사업자를 최대한 많이 끌어들여야 하는데, 인센티브는 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2009년 최소수입보장(MRG) 제도를 폐지했다. MRG는 정부가 추진하는 SOC 사업에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운영손실 일부를 재정으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지난 1999년 도입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이 MRG에 들어갔다. 제도가 폐지되기 전에 추진된 사업에 오는 2038년까지 수조원의 돈이 추가로 들어가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에는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정치인이 철도나 도로 건설을 공약해 당선되면 해당 지역의 교통수요가 흑자를 낼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데도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2009~2014년에 경제성 분석(B/C)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음에도 예타 종합평가(AHP)에서 최종합격 판정을 받은 사업이 모두 82건, 총사업비로는 39조8178억원에 달한다.

    MRG 폐지 이후 민간사업자들은 정부의 SOC 사업 참여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2000년대 후반에는 우리나라에 도로 철도 항만 등 필수 SOC 인프라가 어느정도 갖춰진 상황이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순수하게 영업을 통해 흑자를 낼 수 있는 사업이 많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 사업에 참여하려는 민간 사업자가 점점 줄어가는 상황에서 운영기간 중 계약을 바꿔 통행료를 인하하는 것은 사업자를 더욱 내쫓는 격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애초에 민간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계약을 맺은 뒤에 요금이 비싸다고 바꾸자고 하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③ 요금 인하분, 결국 국민 주머니에서

    가장 큰 문제는 당장 민간도로의 요금을 10~20% 정도 낮추면 국민 부담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세금 투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해당 도로를 이용하는 일부 국민을 위해 전 국민의 세금을 넣게 되는 형국이다.

    이미 정부, 지자체와 계약을 맺은 민자도로의 요금을 낮추려면 사업 재구조화(계약 변경)를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민간사업자의 수익률은 당초 계약보다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민간사업자가 일방적으로 손실을 감내 하거나, 협상 체결을 위해 정부가 보조금 형태의 재정 지원을 추가로 해줘야 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정부 사업에 대한 민간사업자의 기피 현상이 심해지고 투자 유치를 위해 MRG와 비슷한 형태의 보조금 지급이 불가피해질 수도 있다. 보조금 지급이 불가능하면 정부 재정으로 SOC를 건설하는 비중이 높아져 이 역시 재정에 부담이 된다.

    박용석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자사업은 사업자 간 경쟁, 협상, 단가 검토 등의 절차를 통해 사업비와 수익률을 철저히 검토하기 때문에 특혜를 줘가며 민간사업자의 배를 불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사회적 순기능이 존재하는 만큼 민자사업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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