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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포커스 기업] "남성복? 치수가 전부다" 맞춤 양복에 IT 결합해 대박 터뜨린 '스트라입스'

  • 김은영 기자

  • 입력 : 2017.04.12 06:00

    공학도 ‘치수의 신’ 되다 “남성복은 잘 맞는 옷이 최고의 가치"
    설립 2년 만에 50억 투자 유치, IT 접목한 생산공정으로 품질 높여
    빅데이터로 맞춤의 질 향상, 6만여 개 신체 데이터로 최적화된 핏 제공
    ‘뉴핏’으로 맞춤 대중화 실현… 카테고리 세분화해 기성복 시장에도 진출

    이승준 스트라입스 대표/사진 스트라입스 제공
    이승준 스트라입스 대표/사진 스트라입스 제공
    “기성복을 입을 때는 몰랐어요. 핏의 작은 차이가 스타일의 전부를 결정한다는 걸.”

    남성 전문 브랜드 스트라입스(STRIPES)의 고객 후기다. 스트라입스는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남성복 맞춤 브랜드다. 온라인으로 방문 신청을 하면 스타일 컨설턴트가 직접 찾아가 사이즈를 측정하고 체형, TPO, 피부색 등을 따져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컨설팅해준다. 이를 통해 셔츠와 정장 등을 주문 제작한다.

    구매 고객 중 55%가 1년 이내 재구매하고, 6개월 내에 재구매하는 고객도 40%에 달한다. 평균 객단가는 40~50만원선, 셔츠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추천받은 스타일을 여러 벌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스트라입스는 맞춤과 IT의 결합을 통한 개인화 서비스로 패션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4월 온라인 맞춤 셔츠 업체로 시작해 지금은 수트, 코트, 액세서리 등 남성 토털 패션 브랜드로 부상했다. 론칭 첫해 2억 원이 안 되던 매출은 2014년 10억 원, 2015년 50억 원까지 올랐고 올해는 매출 100억 원을 목표로 한다. 2015년에는 패스트트랙아시아, SK플래닛 등으로부터 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작년에는 싱가포르와 홍콩에 지사를 내고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다졌다.

    ◆ 패션 모르던 IT 직장인, ‘찾아가는 맞춤 서비스’로 패션사업 시작

    스트라입스를 창업한 이승준(38) 대표는 패션과는 무관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하고 전자공학과 석사과정을 밟은 그는 졸업 후 아이리버에서 4년간 제품 기획을 하다 창업을 위해 회사를 나왔다.

    “창업하게 된다면 남성 외모와 관련된 일을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트렌드나 디자인을 보는 눈은 없었지만, 남성복의 가치가 무엇인지는 분명히 알았습니다. 바로 ‘핏(Fit∙치수)’이죠. 트렌드가 무엇이든, 어떤 취향을 가졌건 간에 누구나 잘 맞는 옷을 입기를 원하니까요.”

    스트라입스의 사업은 2012년 패스트트랙아시아(스타트업을 만들고 투자하는 컴퍼니 빌더)의 CEO 선발 프로그램에 뽑히면서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이때 나온 아이템이 맞춤 셔츠다. 이 대표가 남자가 죽을 때까지 가장 많이 입는 옷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속옷을 제외하고) 셔츠였다고 한다. 정장에도 입고 캐주얼에도 입고, 이는 전 세계 남성들의 공통사항이었다.

    온라인으로 방문 신청을 하면 스타일 컨설턴트가 직접 찾아가 사이즈를 측정하고 체형, TPO, 피부색 등을 따져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컨설팅해준다./사진=스트라입스 제공
    온라인으로 방문 신청을 하면 스타일 컨설턴트가 직접 찾아가 사이즈를 측정하고 체형, TPO, 피부색 등을 따져 고객에게 가장 잘 맞는 제품을 컨설팅해준다./사진=스트라입스 제공
    사업 초기엔 무작정 달려들었다. 서울 강남역 한복판에 ‘치수를 재어드립니다’라는 광고판을 세우고 사이즈를 재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틀 만에 500여 명이 치수를 잴 만큼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셔츠를 주문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인맥을 앞세워 영업도 뛰어봤지만, 실적이 늘진 않았다. 15명이던 직원은 4명으로 줄었고 회사는 문 닫기 직전까지 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불특정 다수에게 다가가기보다는 셔츠가 꼭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기로 전략을 바꿨다. 페이스북에 광고를 내고, 고객이 부르면 어디든 찾아가 사이즈를 쟀다. 철저히 고객 중심으로, 고객이 마음에 안 들면 들 때까지 수선과 재생산을 해줬다.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왔다. 셔츠 구매자들이 다른 아이템을 요구하면서 론칭 2년 만에 수트, 블레이저, 바지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대했다.

    스트라입스의 스타일 컨설턴트들이 선보인 다양한 수트 스타일링/사진=스트라입스 제공
    스트라입스의 스타일 컨설턴트들이 선보인 다양한 수트 스타일링/사진=스트라입스 제공
    ◆ 설립 2년 만에 50억 투자 유치, 생산공정에 IT 접목해 품질 향상시켜

    스트라입스는 설립 2년 차인 2015년, 5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투자자는 패스트트랙아시아와 스마일게이트 인베스트먼트, 스톤브릿지캐피탈, 현대기술투자, SK플래닛 등이다. 당시 벤처캐피탈 관계자는 “스트라입스는 O2O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고 있다. 셔츠는 다른 옷과 달리 유행에 민감하지 않고 규격화돼 있어 다른 패션사업에 비해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고 투자 이유를 밝혔다.

    투자 유치 후 회사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생산공정을 개선하는 것이다. 맞춤 셔츠 제작 공장인 드림팩토리를 인수해 ‘스트라입스 팩토리’로 명칭을 바꾸고, 전 생산 공정에 IT 기술을 도입해 품질에 속도를 높였다. 여기에 물류 팀을 추가해 생산, 검품, 배송을 원스톱 시스템으로 묶어 규모를 확대했다.

    생산공정 개선은 이 대표가 스트라입스를 시작할 때부터 계획했던 일이다. 처음 사업을 시작하고 그가 본 의류생산 환경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작지’라고 하죠. 작업지시서를 보니 일본어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암호문이 난무하고, 형식도 중구난방이었어요. 작지 위에는 ‘지급(우선적으로 제작해달라는 뜻)’, ‘초지급’, ‘초초초지급’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그런 비효율적이고 무질서한 방식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스트라입스 팩토리 전경, 한 달 평균 6,000여벌의 셔츠를 생산할 수 있다./사진=스트라입스 제공
    스트라입스 팩토리 전경, 한 달 평균 6,000여벌의 셔츠를 생산할 수 있다./사진=스트라입스 제공
    이 대표는 손으로 만들던 작업지시서를 컴퓨터로 만들고, 기성복 발주서처럼 간소하게 제작했다. 그리고 공장에는 지급처리는 절대 안하는 대신 마감일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생산공정을 정리하니 효율이 올랐고, 곧 좋은 성과가 났다. 뭐든 상식적으로 해야 효율이 난다는 것, 공학도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스트라입스 팩토리를 통해 효율적인 생산 시스템을 갖추게 되면서 재단사와 장인들의 근로 환경이 달라졌고, 생산성과 품질이 높아졌다. 이곳에서는 하루 200~300벌, 한 달 6,000여 벌의 셔츠를 생산할 수 있다.

    ◆ 빅데이터로 맞춤의 질 높였다… 치수 모듈화해 대량 생산 가능

    스트라입스의 자산은 축적된 6만4천여 개의 고객 신체 데이터다. 한국 남성의 체형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면서 패턴을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었고, 불량과 불만 건수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기성복 셔츠와 맞춤 셔츠의 혼합형이라 할 수 있는 ‘세그먼트 셔츠’도 이를 바탕으로 탄생한 것이다. 세그먼트 셔츠는 목둘레와 팔 길이를 세분화해 총 90가지 사이즈로 나눈 기성 셔츠 라인이다.

    스트라입스는 기성셔츠와 맞춤셔츠를 혼합한 세그먼트 셔츠를 선보였다. 목둘레와 팔 길이를 세분화해 총 90가지 사이즈를 제안한다./사진=스트라입스 제공
    스트라입스는 기성셔츠와 맞춤셔츠를 혼합한 세그먼트 셔츠를 선보였다. 목둘레와 팔 길이를 세분화해 총 90가지 사이즈를 제안한다./사진=스트라입스 제공
    이 대표는 “우리의 사업은 엄밀히 말해 맞춤이 아닙니다. 기존의 맞춤은 100% 소비자에게 맞추는 것이지만, 우리는 모듈화된 맞춤을 제안합니다.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다양한 옵션을 통해 고객들이 원하는 니즈를 찾아가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스트라입스가 추구하는 시스템은 ‘매스 커스터마이제이션(Mass-Customization대량 맞춤생산)’다. 고객의 신체 사이즈를 측정한 후 사람이 판단해 적절한 여분을 결정하는 기존의 맞춤옷과 달리, 데이터에 근거한 패턴 생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뉴핏(NEU-FIT)’이라 부른다. 지난 4년간 축적한 6만여 명 고객들의 체형을 분석해 가장 안정적인 핏을 제공할 수 있는 수천 개의 패턴을 개발했고, 이를 통해 개개인의 체형과 취향을 반영해 미세한 수정을 거쳐 정확한 핏을 구현하고 있다.

    여기엔 데이터 분석과 패턴에 기반을 둔 ‘드롭’ 방식이 기반이 됐다. 드롭은 고객의 키와 몸무게를 입력하면 최적화된 핏이 추천되는 사이즈 가이드라인 시스템으로, 이를 바탕으로 스타일 컨설턴트가 고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핏과 스타일을 제안한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만큼 추천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스트라입스는  6만여 개의 신체 치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뉴핏(NEU-FIT)’ 시스템으로 고객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핏을 제공하고 있다./사진=스트라입스 제공
    스트라입스는 6만여 개의 신체 치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뉴핏(NEU-FIT)’ 시스템으로 고객들에게 보다 안정적인 핏을 제공하고 있다./사진=스트라입스 제공
    이 대표는 “개인 맞춤형 사업은 정말 어렵습니다. 고객의 만족도는 주관적이기 때문이죠. 내 입엔 간이 맞아도 손님이 짜다면 짠 거”라며, “불만족을 토로하는 고객에겐 성심성의를 다해 맞춰주려고 노력합니다. 반면 스트라입스에서만 옷을 사는 충성고객도 있어요. 2년 동안 3000만 원 어치를 구매한 고객도 있죠. 마니아들을 잡는 데는 성공했다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스트라입스는 오는 5월 새로운 플랫폼의 론칭을 앞두고 있다. 더욱 손쉬운 맞춤 구조를 제공하고 카테고리를 세분화해 맞춤 시장부터 기성복 시장까지 폭넓은 요구에 대응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서비스를 다섯 가지로 세분화해 다양한 남성복 니즈를 만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프리미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트라입스 테일러드’, 기성 사이즈와 핏을 조합해 맞추는 ‘스트라입스 커스텀’, 사이즈를 세분화 한 기성복 라인 ‘스트라입스 레디’, 슈즈 등 위탁 브랜드를 구성한 ‘스트라입스 셀렉트’, 그루밍 관련 상품이 구성된 ‘스트라입스 케어’ 등 5가지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 대표는 “그동안 충분히 경험을 쌓았고, 옷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앞으로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성장을 도모할 계획입니다. 올해를 기점으로 볼륨화를 추구하고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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