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공약 虛와實]② 2년간 연봉 3000만원 주면 '첫 직장' 중소기업 택한다고?

  • 전슬기 기자
  • 입력 : 2017.04.11 08:24

    안철수 후보 中企 임금 보조 공약
    中企 입사 2년 동안 월 50만원 보조
    中企 기피 이유 ‘경력 관리’ 문제도
    2년 후 대비책 없는 공약이란 비판

    “연봉 3000만원 맞춰줄테니 중소기업에서 일해라.”

    5월 장미 대선을 앞두고 각 대선 주자들이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9.8%까지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갈아 치우자 일자리 문제가 최대 화두로 부상해서다.

    특히 대선 주자들이 집중하고 있는 문제는 청년들의 취업과 중소기업의 구인이 ‘미스 매치(mismatch·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현상이다.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이 없다는 모순된 상황을 해결하면 청년 실업 문제 해결에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기대다.

    대선 주자들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를 ‘돈’ 문제라고 본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 평균은 4350만원인 반면 중소기업 정규직 대졸 초임 평균은 2490만원이다. 중소기업에 들어간 청년들은 취업을 한 순간부터 대기업에 들어간 친구들과 비교해 평균 1860만원의 격차를 느끼며 사회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임금이 적다는 것은 저축과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취직한 청년들의 삶은 갈수록 더 격차가 벌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정부가 중소기업에 직접 임금을 보조해 주는 공약을 내놨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게 2년 동안 1인당 약 월 50만원의 월급을 주는 것이다. 연봉 4000만원의 대기업 친구들과 같은 돈은 못 주지만, 적어도 2년 동안은 연봉 3000만원을 받게 해줄테니 중소기업에서 일하라는 이야기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中企 기피 원인이 정말 ‘돈’ 뿐일까?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가지 않는 큰 이유가 ‘돈’ 이라면 이같은 공약을 고려해 볼 순 있다고 평가한다. 청년-중소기업 미스 매치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600명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7.3%는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며, 이들은 회사 규모와 인지도(5.2%) 보다는 임금과 복지 수준(30.9%)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사 결과를 감안하면 안 후보의 공약은 적절한 해결 방안을 담고 있다. 안 후보가 공약을 실행하면 5년 동안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은 입사 첫 해와 다음 해엔 월 50만원의 돈을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다. 취업한 후 2년 동안은 연봉 3000만원이 보장된다는 이야기다. 연봉 3000만원을 기대하며 중소기업으로 발을 돌리는 청년들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안 후보의 공약은 놓친 부분이 있다. 복지 수준과 경력 관리다. 전문가들은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돈 문제 뿐만 아니라 복지와 경력 관리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국의 노동 시장은 대기업 정규직이 1차 노동 시장을 형성하고, 중소기업 정규직과 그 외의 각종 비정규직들이 2차 노동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2차 노동시장에서 1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어렵기 때문에 ‘첫 직장’으로 어디를 선택하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중소기업으로 첫 직장을 선택한 청년들은 굳어 있는 현재 노동시장에서 향후 대기업 정규직 등 1차 노동시장으로 진입하기 쉽지 않다. 이런 문제 때문에 중소기업을 선택하지 않는 청년들도 많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청년들이 2년 동안 월 50만원을 더 받겠다고 평생 중소기업·비정규직 등 ‘질 낮은 2차 고용 시장’에서만 맴도는 선택을 하겠냐는 의문이다. 결국 안 후보의 공약은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채 실행될 경우 청년들을 질 낮은 일자리로 모는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다.

    박윤수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은 취업할 때 임금 격차도 중요하게 보지만, 장기적으로 첫 직장에서 인적과 자본을 축적해 성장해 나가 커리어(직장 생활)를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도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노동 시장이 정규직과 중소기업 노동시장, 비정규직 등으로 나눠 이동이 제한돼 있고, 한번 2차 노동 시장에 들어가면 평생 거기서 전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 2년만 연봉 3000만원, 그 후엔?

    안 후보의 공약은 중소기업 취업시 정부가 연봉 3000만원을 맞춰주는 기간은 2년 뿐이다. 그 이후엔 중소기업이 직접 관련 직원의 임금을 연봉 3000만원 이상으로 줘야 한다. 연차가 쌓이면서 생기는 임금 인상률을 고려해 2년 간은 정부가 연봉을 3000만원까지 맞춰줄테니 2년 후엔 사업주가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사용주가 2년 후 정부의 보조금이 끊기면 임금을 연봉 3000만원으로 맞춰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안 후보의 공약엔 2년 후 상황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정부의 단기 현금 보조가 끝나면 임금 지급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이에 따라 청년들도 현금 보조가 끝나면 임금이 깎이면서 중소기업을 그만둘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질 좋은 중소기업 일자리’ 창출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광호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당장 현금 보조를 하면 임금 격차는 줄어들겠지만, 일시적인 효과 밖에 되지 않는다”라며 “임금 격차 (해소를) 중소기업이 계속 지원해 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금 보조금이 없어지는 순간 임금이 하락할 것이고, 5년의 제도가 끝난 후 새로 들어온 입사자들은 현금 보조가 없는 상태로 들어올 것이다”라며 “장기적인 고민이 없는 제도가 아닌가. 지속 가능한 질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반면 안 후보는 청년들이 2년의 경력으로 더 좋은 일자리로 이직할 수 있고, 중소기업도 2년 동안 좋은 인재를 이용해 발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안 후보는 “2년 동안 청년들이 전문성을 키우면 중소기업에서 계속 일할 수도 있고, 다른 기업으로 옮기거나 창업을 하는 등 경쟁력이 생길 수 있다”며 “초기 2년이 소중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중소기업도 좋은 인력을 받아 경쟁력을 키워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업체로 성장하는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안 후보는 5년 후엔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로 청년 일자리 환경이 자연스레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2년 동안 청년들에게 어떻게든 경력을 쌓게 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 입장에선 이 같은 부분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안 후보의 말은 청년들을 2년의 정부 임금 보조가 끝나면 모두 다른 직장으로 옮기라는 뜻인데, 그렇다면 중소기업 구인난은 더 반복되고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2년 후 연봉 3000만원 이상을 맞춰줄 수 있는 규모의 중소기업들이 많지 않아 관련 제도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청년들이 적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 후보의 공약은 현 정부의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 청년취업인턴제와 비슷하다. 정부가 중소기업의 채용에 현금을 보조하는 방식이다.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는 만 15~34세인 청년이 중소기업에 취업한 뒤 2년간 근속하면 1200만원의 목돈을 만들어준다. 본인이 300만원을 저축하면 정부가 600만원, 회사 측이 300만원을 해당 청년 근로자에게 지급한다. 청년취업인턴제는 인턴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중소기업에 채용 첫해에 390만원을 지원한다. 이 중 청년내일채움공제는 지난해 연말까지 1만명이 목표였지만 실제로는 70%에 못미치는 6591명의 청년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정부는 실적이 부진하자 뒤늦게 가입대상 기업과 사업 등의 기준을 완화해 올해 5만명 수준까지 채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태다.

    박 연구위원은 “안 후보의 공약은 발전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막상 인건비가 부담스러워 정부의 보조를 원하는 기업은 기준에 맞지 않아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라며 “참여하는 중소기업이 제한 될 경우 효과도 한계가 오는 딜레마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 공약의 재원 마련 방법도 논란거리다. 반면 안 후보는 관련 공약을 실행하기 위한 신규 예산 배정은 필요없다고 보고 있다. 5년 간 5조4000억원의 예산은 현재 청년내일채움공제 제도, 청년취업인턴제 등에 투입되고 있는 예산과 17조원의 일자리 창출 예산을 재조정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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