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ㆍ통상

[핫이슈분석] 요금폭탄에 누진제 개편한지 얼마됐다고...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 논란

  • 세종=전성필 기자

  • 입력 : 2017.04.08 06:05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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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누진제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전기요금 제도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에는 전력구입비, 즉 원가에 전기요금을 연동하자는 정책이 새로 나와서다. 전력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이같은 정책 방향에 경제정책 총괄부처인 기획재정부는 다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전기요금 부과 체계가 또다시 바뀔지 주목된다.

    ◆ 산업부·한전 “유가 등 원료비 안정세...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 최적기”

    9일 산업부에 따르면 산업부는 올해 발전연료 원가 등 전기 구입비가 변동하면 이를 전기요금에 자동으로 반영하는 ‘전기구입비 연동제’ 도입을 추진한다. 지난 1월 24일 주형환 산업부 장관은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 방안을 마련하고 직수입자간 천연가스 매매를 제한적으로 허용해 시장 효율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한국전력과 함께 국제컨설팅 통해 전력구입비 연동제를 시행할 경우 어떤 효과가 있을지에 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한 뒤 올해 안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유가 등 발전 연료비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지금이 전력구입비 연동제를 도입하기에 ‘최적기’라고 주장한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발전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연료비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전기요금 급등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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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에 따르면 전력구입비는 연료비 등이 포함된 발전원가와 각 발전소의 운영비용, 시설 투자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중 연료비가 약 80~90%를 차지하고 있다. 연료비가 전력구입비를 좌우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력을 사들이는 한국전력은 유가 등 연료 원가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전이 파는 전기요금은 그대로인데 유가 상승 등으로 원료 가격이 오르면 전력 구입 가격도 올라가 수익성이 나빠진다. 반면 유가가 하락할 경우 전력구입비가 싸져 수익성은 좋아진다. 한전 관계자는 “연동제를 도입하면 연료비의 등락에 따라 대폭의 적자나 흑자가 발생하지 않고 요금에 대한 의구심과 논란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올해 하반기에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전력구입비 변동을 전기요금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기존 전기요금 제도와의 비교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이 관계자는 “전력구입비가 크게 변동하더라도 전기요금에는 일정 비율만 반영하는 소비자 보호 장치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기재부는 미온적 반응…”전력도매가격에 시장 경쟁 요소 도입이 먼저”

    하지만 기재부는 전력구입비 연동제 도입에 대해 ‘글쎄’라는 반응이다. 전기요금이 국민들의 생활 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제도 개편 논의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재부는 또 한국전력이 독점적으로 사들이고 있는 전력도매가격(SMP)에 경쟁 요소를 넣는 것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가 등 발전연료의 원가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이 오르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방향성은 인정한다”며 “다만 전력도매가격에도 시장 요소가 들어가 있지 않아 전력구입비의 투명성이 낮은 상태라 전기요금 개편 논의는 이 부분부터 개선하는 방향에서 시작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아직까지 전력구입비 연동제에 대해 관계 부처의 협조 요청은 없었다”면서 “지금까지 전기요금 제도를 개편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었지만,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번번이 시행되지는 못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도시가스 요금은 이미 연동제 시행...미국·일본 등도 연동제 도입

    국내에서도 연동제를 시행하는 분야가 있다. 바로 도시가스 요금이다. 가스요금의 경우 지난해 7월 '도시가스요금 연료비 연동제 시행방침'을 확정하고 현재 시행 중이다.

    도매가스요금은 원료비와 도매공급비용으로 구성돼 있는데, 도매공급비용은 매년 5월 1일에 1회 조정이 된다. 원료비는 변동요인이 있을 경우 두달에 한번씩 조정이 한다. 2개월 원료비를 산정해 기준원료비(원료비 중 미수금 제외분)의 ±3%를 벗어나면 요금이 조정된다.

    해외 전력 기업들은 이미 여러 방식의 연동제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중국 등은 물가에 따른 소비자의 합리적인 전력소비를 유도하고 전력판매사업자의 재무적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은 주별로 요금제가 다르지만, 주로 전체 전기요금에서 연료비를 별도로 분리해 연 1회 연료비 요금단가를 산정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연료비 요금단가는 매년 연료비 전망치를 기준으로 산정하고, 전망치와 실제 실적의 차이분을 다음 해에 소급해 반영한다. 예를 들어 올해 kWh당 예상연료비를 100원으로 책정했고, 100kWh를 썼다면 우선 1만원을 연료요금으로 낸 이후 실제 연료비를 살펴본다. 실제로 연료지가 110원이 나올 경우 이듬해에 1000원을 추가로 정산하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1996년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1990년대 들어 엔고 현상으로 연료비가 낮아지면서 생긴 소비자들에게 이윤을 환급해줘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반영됐다. 일본은 요금조정을 매달 한다. 분기별 원유, 석탄, LNG(액화천연가스) 등의 통관 통계가격를 기준으로 평균연료가격 등을 보고 연료비조정단가를 정한다. 갑자기 가격이 인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요금 인상폭을 최대 50% 이내로 설정했다.

    ◆ 관건은 국제유가... ‘안정세’ vs ‘오를 것’ 전망 엇갈려

    관건은 국제유가의 안정세가 얼마나 유지될까 하는 점이다. 유가는 오름세와 하락세를 반복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30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감산에 합의한 직후 국제 유가는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미국 셰일오일 업체들이 생산량을 다시 늘렸고, 유가는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업계에서는 유가 안정세가 당분간은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석유 재고량이 많은 상황에서 미국 원유 생산량이 늘어나는 데다 일부 OPEC 국가가 원유 생산량 확대를 주장하고 있어 국제 유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영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일 “2010년 셰일오일 시추공 하나에서 오일을 생산하는 데까지 최대 60개월이 걸렸지만, 2015년에서는 생산 기간이 5분의 1로 단축되는 등 셰일오일 생산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며 “생산 단가 하락은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OPEC이 이를 대비해 유가를 높은 상태로 지속하지 않아 장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을 전망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국제유가가 최근 50달러 수준에서 배럴당 60~6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노우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3월에 국제유가가 하락한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앞으로 미국의 상업용 원유재고가 감소하고, 전 세계 원유공급은 수요보다 줄어들면서 국제유가가 60~65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 연구원은 “북미 정유사들이 대규모 정기보수작업을 진행하면서 일시적으로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늘어난 것”이라며 “이 정유사들이 2분기에 정기보수작업을 마치면 석유제품 생산작업이 활발해져 원유재고가 감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소리 소문 없이 폐기됐던 연료비 연동제 이번에는?

    전기요금제 개편 논의가 있을때마다 ‘연동제’ 도입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전력당국은 지난 2011년부터 연동제를 도입을 추진했다. 그러나 유가가 지속해서 상승하는 시기와 맞물리면서 연동제 도입은 미뤄졌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던터라 연동제를 실시하면 전기요금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을 불러올지도 모를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할 경우 정부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지는 것을 우려했다. 결국 정부는 2014년 연료비 연동제를 전면 백지화했다. 이번에도 국제 정세가 급변해 국제유가가 요동친다면 전력구입비 연동제도 좌절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대선 정국에서 추진 계획이 나온터라 차기 정부가 어떤 에너지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이번 계획의 사활(死活)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이라는 ‘무기’를 쥐기 위해 산업부와 기재부가 힘겨루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산업부는 저유가 기조로 전기요금이 인하될 것이라는 것을 연동제 도입 찬성 논리로 내세우고, 기재부는 유가 급변으로 인한 물가 변동 우려를 반대 논리로 내세우며 전기요금 책정 권한을 가지려는 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등락이 있는 재화인데, 유가가 변할 때마다 정부의 논리가 왔다갔다 하는 것은 오히려 서민들의 불안을 조성하는 것”이라며 “기재부의 경우 현실적으로 전기요금에도 시장 요소를 넣어야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전기요금 조정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켰다는 정책적 공적을 놓치기 싫어 요금제 개편 논의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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