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ㆍ통상

[핫이슈분석] 미세먼지 주범 석탄 발전 줄인다더니...설비개선에 10조원 쓰는건 '낭비' 아닐까

  • 세종=김문관 기자
  • 입력 : 2017.04.07 06:06

    “정부가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통해 대기오염 문제를 개선하겠다면서도 정작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인 석탄화력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려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사퇴하라.” (5일 서울 광화문광장 집회에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

    “정부가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분석부터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하기 전에는 석탄화력발전소에 책임을 과도하게 떠넘겨서는 안됩니다. 다만 화력발전 설비개선 등에 10조원을 투자하는건 기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는 대책인지 다시 검토해봐야 합니다.” (이덕한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봄철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발전단가가 싼 발전설비부터 가동시키는 현행 전력 ‘경제급전’을 환경과 안전을 고려한 ‘환경급전’으로 바꾸는 법안이 사상 처음으로 국회를 통과한 후 정부가 에너지·환경 정책을 다시 짜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2030년까지 석탄발전 리트로피팅(Retrofitting·노후 설비 개선)과 환경설비 추가에 10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 근본적인 개선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석탄발전 업계에서는 향후 석탄 발전 비중이 실제로 줄어들 경우 대규모 설비 개선 투자가 의미없는 비용이 될 것을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전력수급 악화와 전기요금 상승 우려로 석탄화력발전을 줄이기 어렵다면 관련 세제 개편을 통해 친환경연료의 사용을 촉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환경급전 법적기반 첫 마련

    6일 정부와 발전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달 본회의에서 장병완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국민의당)이 대표 발의한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전력거래소가 발전원별로 전력을 구매하는 우선순위를 결정할 때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과 국민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자력,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순으로 가동되던 현행 경제급전 체계를 바꿀 기반이 마련됐다. 장 의원은 “그동안 경제성만 고려하느라 석탄과 원자력 발전 의존도가 컸지만 이번 법안 통과로 에너지 정책이 크게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제2차 에너지정책 고위자문단 회의에서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석탄발전을 축소하는 내용 등을 연말께 발표할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전국 노후화력 발전소 폐지계획./산업부 제공
    전국 노후화력 발전소 폐지계획./산업부 제공
    ◆ ‘개선이냐 축소냐’...기로에 선 석탄 발전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7월 발표된 범정부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국 53기의 석탄화력발전소에 10조원을 투자해 미세먼지를 24%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가동 30년이 넘은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10기 중 8기는 오는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폐지한다. 2기는 올해부터 석탄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친환경 연료로 대체한다. 나머지 43기는 환경설비를 전면교체 해 오염물질을 감축한다.

    이런 계획에 따라 석탄화력발전 5사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남동발전은 현재 노후된 영동화력 1호기를 바이오매스 연료로 전환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른 발전사들도 단기적으로 전 사업소에 탈황·탈질 설비 보강를 보강하고 장기적으로 터빈 등 주기기 교체와 환경, 통풍설비 교체 등 발전설비 성능개선공사와 병행해서 환경설비를 대폭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발전사 관계자는 “오는 2030년까지 2조원 이상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작 신규화력발전소 건설은 중단되지 않아 환경단체 등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기존에 건설 중이거나 건설이 예정된 20기의 석탄화력발전소는 예정대로 지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계획을 전면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관계자는 “충남 당진의 경우 이미 석탄화력발전소가 10기나 있으며 이는 면적당 세계최대 규모”라며 “정권이 바뀌기도 전에 신규 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려는 정부의 계획은 취소돼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날 최열 환경재단 대표와 안경재 변호사는 한국과 중국 정부를 상대로 미세먼지 오염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환경운동연합과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가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환경운동연합과 '미세먼지 해결 시민본부'가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 "충남 당진 에코파워 석탄화력발전소를 불허하라"고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용지 공사를 확정하기 전 단계의 발전소들은 정권이 바뀐 후 신규 건설이 취소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B발전사 관계자는 “정부가 발전소 환경 개선 작업을 진행하라고 해서 수 조원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향후 석탄발전에 대한 국민 반감이 더 커질 경우 자칫 의미없는 투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C발전사 관계자는 “환경급전 강화법안이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선거철이 지나면 전기요금 인상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으로 경제급전이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석탄화력발전 리트로피팅과 환경설비 추가는 사실상 유일한 개선안”이라고 말했다.

    ◆ 환경급전 방식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관건

    정치권에서도 대선주자들의 구체적인 공약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본적인 방향은 석탄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에 방점이 찍혀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은 중단하고, 설계 수명이 다한 낡은 발전소는 가동을 중단시키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도 “화력발전소를 줄이겠다”고 언급했다.

    향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설비 개선보다는 석탄발전 감축이 큰 방향이다. 다만 그 효과와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적지 않다. 실제 지난해 관계부처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미세먼지 저감대책에서 화력발전소가 차지하는 미세먼지 발생 비중을 두고 환경부와 산업부간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업부는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 발생 비중이 환경부의 발표 내용보다 적었다는 입장이었으나 한 발 물러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환경부는 최근 국내 미세먼지의 최대 80%가 중국에서 발생됐다고 밝히면서도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아 중국에 항의하기는 어렵다는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확실한 ‘팩트’가 없는 셈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환경급전 강화 법안은 제도 설계의 근거일뿐 실제 앞으로 환경급전이 어떻게 시행되느냐가 중요하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원전과 석탄발전을 바로 축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외국에서 전력을 사올 수 없어 사실상 ‘단절된 전력 섬’과 같은 대한민국에서 경제급전을 갑자기 무시하고 석탄발전을 축소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정부는 미세먼지 이슈가 터질때마다 ‘석탄발전 비중을 줄이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개선된 부분은 거의 없다”며 “이는 에너지정책과 환경정책의 융합이 잘 안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부처 이기주의를 지양하고 기술적인 측면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보다 설득력있는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세제개편을 통해 경제급전과 환경급전의 조화를 이루는 방안을 거론한다. LNG 등 가스에 대한 과세를 줄이고, 반대로 세제 혜택을 누리고 있는 석탄과 원전에 대한 과세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너지환경대학원장)는 “환경 친화적인 가스발전을 줄이고 석탄발전을 늘리는데는 석탄발전에 비해 가스발전에 과도하게 부과하는 세금과 부과금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석탄이나 원전에 대한 과세 인상과 조세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감축된 석탄발전과 과세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해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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