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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2 선전' 주변도 부동산 규제폭탄...투기와의 전쟁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4.06 13:06 | 수정 : 2017.04.06 13:17

    하룻새 슝안신구 주변 10곳 부동산 규제…통제 힘든 증시에선 테마주 상한가
    “주식이라도 사자” 나흘새 증권사 보고서 150여건… “향후 20년 680조원 몰린다”

    중국 정부가 ‘제 2의 선전(深圳)’으로 키우기로 한 허베이(河北)성 슝안(雄安)신구 주변에도 부동산 규제령이 떨어졌다.

    5일 하룻동안 중국 허베이성 슝안 신구 주변 지역 10곳에 부동산 투자 규제조치가 발표됐다고 인터넷 매체 펑파이(澎湃)가 보도했다. 바저우(覇州)시 등 10개 시와 현∙구 등은 후커우(戶口, 호적)가 없는 외지인의 주택구매량을 한 채로 제한했다.

    중국 정부가 1일 선전 특구와 상하이 푸둥(浦東)신구에 버금가는 국가급 신구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슝안신구에 부동산 매매 금지령이 떨어진데 이은 것이다.

    베이징 중심에서 남쪽으로 160km 떨어진 슝안신구는 국가급 신구 조성 발표 하룻만에 부동산 가격이 2배로 급등하는 등 투기열풍이 불자 당국이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부동산 명의 변경을 금지하는 등 재산권 행사까지 불허하는 초강수 조치를 내놓으면서 시장과의 전쟁에 나섰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1~4일 현지 부동산 분양사무소와 중개업소 106곳을 폐쇄하는 등 765건의 불법 행위를 단속했다.

    하지만 정부 규제령이 먹히기 힘든 증시에선 슝안신구 테마주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부동산을 못사면 주식이라도 사자”는 투기열풍에 청명절 연휴를 끝내고 개장한 첫날인 5일 슝안신구 테마주로 구성된 슝안신구 지수(중국 증권정보업체 윈드 기준)가 가격제한폭인 10%까지 올랐다.

    슝안신구 조성 발표 이후 연휴에도 불구 나흘새 중국 증권사들이 내놓은 관련 보고서만 15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과 증시, 2개의 시장에서 투기와의 전쟁에 직면한 중국 당국은 연일 고위 관료들의 인터뷰와 관영 언론의 평론을 통해 여론전에도 나서고 있다.

    1980년 선전특구, 1990년대 푸둥신구 조성때와는 달리 시장의 ‘힘’이 커진 환경이 중국 당국에 도전이 되고 있다.

    ◆슝안신구 놓고 투기와의 전쟁 선포한 당국

    중국이 선전과 상하이 푸둥에 버금가는 국가급 신구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슝안신구에 투기열풍이 불면서 외지인들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중국신문망
    중국이 선전과 상하이 푸둥에 버금가는 국가급 신구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슝안신구에 투기열풍이 불면서 외지인들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다. /중국신문망
    “현금 5000만위안(약 85억원)과 수십개 금괴를 들고 슝안신구를 찾아갔는데 돼지 우리 한 평도 살 수 없었다. 현지에 못 생겨서 결혼 못간 처자가 있는 집을 탐문해 찾아갔는데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었다. 상장사 회장 등 250여명이 이미 줄을 섰다.” 5일 중국 최대 SNS인 위챗에 나돈 유머다. 슝안신구 개발을 둘러싼 투기열풍을 짐작케 한다. 실제 부동산 매매 금지령에도 현지 호텔과 여관의 방은 이미 동이 난 상태다.

    허베이슝안신구기획공작위원회는 4일까지 단속을 벌여 불법 부동산건설 765건을 적발하고, 불법 건축물 125건 철거, 분양사무소 71곳과 부동산 중개사무소 35곳에 대해 폐업 조치를 취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불법 부동산 광고 1597건도 정리되고, 범죄혐의가 확인된 7명은 구속됐다.

    허베이성 최대 담수호인 바이양뎬(白洋淀) 주변 3개현에 슝안신구가 조성된다.  /중국신문망
    허베이성 최대 담수호인 바이양뎬(白洋淀) 주변 3개현에 슝안신구가 조성된다. /중국신문망
    중국 당국은 슝안신구 발표 이후 이를 구성하는 슝(雄), 룽청(容城), 안신(安新) 3개 현(縣)에 일체의 부동산 건설과 매매는 물론 외부인의 전입을 금지시켰다. 초법적인 조치로 시장경제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투기열풍을 막는게 우선인 당국은 되레 규제를 확대하고 있다. 5일 하룻동안 주변 지역 10곳에도 부동산 구매제한조치를 취하도록 한 것이다. 인근 지역으로 투기열풍이 옮아갈 조짐이 보인데 따른 것이다.

    부동산 투기에 대해 초법적 조치를 취하자 투기열풍은 당국의 통제가 힘든 증시로 옮겨 붙었다. 슝안신구 발표 이후 개장 첫날인 5일 중국 증시에서 윈드가 만든 슝안신구 지수와 징진지(京津冀, 베이징·톈진·허베이)일체화 지수는 각각 10.01%와 9.12% 상승했다. 슝안신구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창장(長江)경제벨트와 함께 시진핑 (習近平)정부의 3대 대형 프로젝트인 징지지 협력발전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슝안신구 인근 바오딩(保定)시에서 설립했거나 본사를 둔 중국동리(動力)등 9개 상장사 모두 모두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고, 베이징과 텐진 지역 30여개 상장사도 가격 제한폭까지 올랐다. 슝안신구의 경기부양 효과 기대감에 상하이종합지수가 1.48% 오르는 등 중국 증시 전체적으로 훈풍이 불었다.

    지둥(冀東)시멘트가 슝안신구에 설립한 회사도 없고 특구개발이 회사 실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4일 공시를 하는 등 화샤싱푸(華夏幸福) 등 테마주 기업들의 잇단 해명성 공시도 투기열풍을 잠재우지 못했다. 화샤싱푸는 슝안신구에 있는 허베이성 최대 담수호인 바이양뎬(白洋淀) 인근 개발을 추진해와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슝안신구 테마주도 주목을 받았다. 물류업체인 CALI가 미국 증시에서 이틀간 88.74% 급등한 게 대표적이다.

    슝안신구에 대규모 자금이 몰릴 것이는 기대감이 투기열풍을 부추기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슝안신구 개발로 올 하반기에만 500억위안(약 8조 5000억원)의 인프라투자가 새로 일어나고, 내년에는 관련 투자가 2배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슝안신구에 향후 20년 동안 4조위안(약 680조원)의 투자가 발생할 것이라며 철강 시멘트 철도 교통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포스코 등 한국 관련업체들에도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발개위 주임∙허베이 서기 등 고위급 잇단 인터뷰...여론전 가열

    슝안신구 조성 발표 이후 관영 신화통신은 자오커즈 허베이성 서기(맨왼쪽부터), 허리펑 발개위 주임,쉬광디 징진지 자문위 조장 등을 인터뷰했다. /신화망
    슝안신구 조성 발표 이후 관영 신화통신은 자오커즈 허베이성 서기(맨왼쪽부터), 허리펑 발개위 주임,쉬광디 징진지 자문위 조장 등을 인터뷰했다. /신화망
    자오커즈(趙克志) 허베이성 서기는 5일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슝안신구는 첨단산업이 밀집한 녹색 신도시인 혁신의 고지가 될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자오 서기는 슝안시구가 베이징의 부도심으로 개발되고 있는 퉁저우(通州)와 함께 베이징의 양날개를 이뤄 세계 수준의 메트로폴리탄 구축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했다. 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허베이 장베이(張北) 지구와 함께 허베이 경제의 양날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선전에서 6년을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키운 쉬친(許勤)은 슝안신구 발표 당일 허베이성 부서기로 옮겼고, 자오 서기를 수행하며 3,4일 연속 슝안신구를 시찰했다고 중국청년보 등이 전했다. 슝안신구가 ‘제2의 선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슝안신구의 장기 개발 면적은 2000㎢로 선전 특구 면적 수준이다.

    선전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키운 쉬친(오른쪽) 허베이성 부서기가 자오커즈 서기와 함께 슝안신구를 시찰했다./중국청년보
    선전을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키운 쉬친(오른쪽) 허베이성 부서기가 자오커즈 서기와 함께 슝안신구를 시찰했다./중국청년보
    신화통신은 앞서 4일엔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장관) 과의 인터뷰를 실었다. 허 주임은 “슝안신구 조성은 역사적 의의가 큰 중대한 결정”이라며 “사회자본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신화통신은 쉬광디(徐匡迪) 징진지 협력발전 전문가 자문위원회 조장과의 인터뷰도 게재했다. 쉬 조장은 “베이징의 대도시병을 고치는 것”으로 “의료 학교 등 비수도 기능을 슝안신구로 옮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관영언론의 잇단 고위급 인터뷰는 슝안신구 추진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투기 억제를 노리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슝안시구 발표 다음 날인 2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통해 “슝안신구는 모험가의 낙원이나 투기꾼의 천당이 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4일에도 평론을통해 “투기의 작은 총명과 대전략은 같은 곳에 있지만 실제로는 엄청난 거리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중국의 투기와의 전쟁이 먹힐지는 불확실하다. 민간자본의 참여가 필요한 상황에서 투기와 투자의 경계를 가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정경유착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시진핑 정부의 반부패 운동 기조에 위배되는 것이다.

    중국 국유기업들은 잇따라 슝안신구 조성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4일 중국국가개발투 자공사가 신호탄을 쐈고, 5일엔 중국 최대 화학업체 시노펙과 차이나유니콤 등이 슝안신구 조성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슝안신구는 베이징과 텐진 허베이의 바오딩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 향후 20년간 4조위안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됐다. /바이두
    슝안신구는 베이징과 텐진 허베이의 바오딩 사이에 있는 지역으로 향후 20년간 4조위안의 자금이 몰릴 것으로 전망됐다. /바이두
    슝안신구는 올 가을 새 지도부를 짜는 19차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시진핑 국가주석이 내민 카드다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에 의존하는 과거 방식 대신 개방과 선진기술로 슝안신구를 조성할 것”(도이치뱅크)이라는 평가는 시 주석의 권위를 높여준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힘이 세진 ‘시장’과의 전쟁을 치러야하는 과제도 앞에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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