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해태 '핵' 연양갱 빼낸 덕에…초고속성장 크라운제과 2세 회사

조선비즈
  • 안재만 기자
    입력 2017.04.05 06:05

    윤영달 크라운제과 회장의 아들 윤석빈 대표가 최대주주(60%)인 두라푸드가 크라운해태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되고 있다. 두라푸드는 지주사로 전환하는 크라운제과의 지분 24.13%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두라푸드는 윤석빈 대표 외에 윤 대표의 친인척 윤병우씨(17.78%), 어머니 육명희 크라운베이커리 전 대표(7.17%), 윤성민씨(6.32%) 등 오너 일가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두라푸드는 2008년만 해도 존재감 없는 회사였으나 2009년 해태제과로부터 연양갱 생산 부문(설비 등)을 넘겨받은 뒤 고속성장하고 있다. 당시 해태제과는 “연양갱 사업과 관련해 추가 투자가 필요한 데 자금이 모자란다”면서 당시만 해도 자기자본이 8억원에 불과했던 두라푸드에 연양갱 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매각가가 얼마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크라운제과그룹은 2005년 해태제과를 인수했다.

    두라푸드는 지난해말 크라운제과가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을 당시 윤 회장으로부터 크라운제과 주식 60만주를 넘겨받았다. 그 결과 두라푸드의 크라운제과 지분율은 20.06%에서 24.13%로 높아진 반면 윤 회장의 크라운제과 지분율은 27.38%에서 20.06%로 낮아졌다. 두라푸드가 최대주주로 올라선 것이다. 이로써 윤석빈 대표의 지분 승계 작업도 사실상 일단락됐다고 볼 수 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왼쪽)과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 /조선DB
    ◆ 70년 역사 ‘해태’ 연양갱…‘크라운’ 일가 승계 통로로 활용돼

    5일 현재 비상장기업인 두라푸드는 지난해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상장사인 거래 파트너 크라운제과(005740)해태제과식품(101530)을 통해 두라푸드 실적을 유추할 수 있다.

    크라운제과와 해태제과는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두라푸드와 거래액이 각각 56억2800만원, 79억7200만원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를 합치면 130억원에 이른다. 2015년에는 두 회사와 거래액이 102억원이었다. 그해 두라푸드 전체 매출인 105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이를 고려하면 지난해 두라푸드 매출은 140억~15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제과시장이 불황기에 빠져있음에도 30%가량 성장한 셈이다.

    두라푸드는 연양갱을 생산해 해태제과와 크라운제과에 팔아 수익을 내고 있다. 유통은 두 회사가 책임지고 두라푸드는 생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이익률이 높고 안전하다. 더구나 두라푸드의 크라운제과 지분율도 24%에 달해 지분법이익이 발생한다. 2015년 두라푸드 순이익은 55억원가량이었다.

    지난해 7월 해태제과는 연양갱 가격을 850원에서 900원으로 5.9% 인상했다. 같은 시기 크라운제과는 가격을 올리진 않았지만 밤양갱, 팥양갱의 중량을 550g에서 500g으로 줄였다. 제과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이익이 두라푸드로 이전됐을 것으로 추측한다. 연양갱 주재료인 코코아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찍는 마당에 무리한 가격 인상이라는 뒷말도 나왔다.

    크라운제과의 밤양갱, 팥양갱(왼쪽) 해태제과 연양갱(오른쪽) /크라운해태 제공
    연양갱은 1945년 설립한 해태제과가 창사와 동시에 팔았던 대표 간식이다. 역사가 무려 70년이 넘는다.

    해태그룹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무모한 외형 확장 탓에 무너졌다. 해태제과는 우량 계열사였음에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뒤 2005년 크라운제과에 매각됐다.

    한 해태제과 전 직원은 “연양갱이 출시된 1945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했던 해”라며 “나름 자부심이 큰 제품인데, 크라운제과가 해태를 인수하고 바로(2009년) 연양갱부터 빼내 직원들 사이에서는 아쉬움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라운해태그룹 관계자는 “사업부문을 억지로 빼돌린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당시 해태제과의 자금이 없어 부득이하게 연양갱 생산 부문을 팔았다”고 설명했다.

    윤 회장은 두라푸드 지원에 직접 나선 적도 있다. 두라푸드가 2009년 연양갱 사업 부문을 넘겨받은 뒤 채무 부담이 커지자 그해 윤 회장은 두라푸드에 빌려줬던 단기 차입금과 미지급비용 등 48억원을 전액 면제했다. 이자 부담이 줄면서 두라푸드는 흑자 전환할 수 있었다. 두라푸드는 2008년 8억2000만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가 2009년 24억원의 흑자로 돌아섰다.

    ◆ 지주사 체제 전환 크라운해태...두라푸드 활용하나

    크라운제과는 사업회사(크라운제과·신설법인)와 지주회사(크라운해태홀딩스·존속법인)로 인적 분할한다. 이같은 지주사 전환은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오는 11일 크라운제과 신주가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된다.

    크라운해태그룹 지배구조도. /크라운제과 증권신고서 캡처
    다만 상장한다고 해서 바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은 아니다. 크라운해태홀딩스의 크라운제과 지분이 약 2.7%(기존 자사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지주회사는 상장 사업자회사 지분을 최소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증권업계에서는 크라운해태그룹이 지주사 체제를 갖추는 과정에서 두라푸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두라푸드는 크라운제과의 인적 분할로 지주사 크라운해태홀딩스와 사업회사 크라운제과 지분을 각각 24.13% 보유하게 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합병이나 주식 스왑(교환)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면서 “두라푸드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기 때문에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두라푸드가 보유하는 크라운제과 신주 지분 24.13%를 크라운해태홀딩스에 매각하거나 현물출자하는 것도 가능하다.

    크라운제과 측도 지분 변동을 암시하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기업 분할 관련 증권신고서에 “분할되는 회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자는 여러 방법을 통해 분할존속회사의 지분을 추가 취득할 수 있고, 이때 부적절한 내부 거래 내지 부당한 부의 이전과 관련해 의혹이 제기될 수 있다”고 했다. 또 “해당 사안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경우 회사의 평판 하락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투자자들은 이점을 유의해달라”고 적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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