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수면제 3개월 이상 먹고 있다면 심·뇌혈관 질환 의심을

  • 주은연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수면클리닉 교수

  • 입력 : 2017.05.13 08:00

    [CEO 건강학] (3) 수면제

    젊은 시절, 하루 4~5시간 자면서 사업을 일군 김모(58)씨. 2년 전 예기치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경영 스트레스로 인한 불면증이었다. 처음에는 "불면증으로 잠을 적게 자면 일을 더 많이 해서 좋을 것"이라며 호기도 부렸으나, 불면증의 고통은 만만치 않았다. 술을 마셔보기도 했고, 커피와 차를 멀리하기도 했다. 하지만 불면증 증상은 점점 심해졌다. 사장이라 출근 시간에 얽매이진 않았으나, 새벽 골프라도 있는 날은 밤을 꼬박 새우기도 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수면제를 먹자'였다.

    동네 의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았다. 한 알 다 먹는 건 부담스러워 반 알만 잘라 먹어봤더니 6시간을 자고 가뿐하게 일어났다. 하지만 수면제가 떨어진 뒤에는 다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게 됐고, 그 후 틈틈이 수면제를 처방받아 복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걱정거리가 생겼다. 수면제 성분이 자살 충동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 수면제가 중독성이 있다는 말도 들었다.

    수면제는 의존성과 내성이 있다. 의존성은 복용 초기의 숙면 느낌을 잊지 못해 약을 계속 찾기 때문에 생긴다. 시간이 지날수록 복용량과 횟수가 늘어 불면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수면제가 자살 충동이나 치매를 유발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수면제를 먹어야 잘 수 있는 기간이 3개월을 넘어선다면 수면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또 다른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불면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수면제로만 해결할 수 없는 원인 질환이 있는데도, 이를 모른 채 수면제만 계속 복용하다가는 심·뇌혈관 질환, 우울증, 치매 등의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수면제 복용 기간이 3개월을 넘어섰다면 수면제를 찾기보다는 수면클리닉을 찾아야 한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