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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中卒 생산직 출신을 부사장에… 도요타의 파격

  • 최원석 차장

  • 입력 : 2017.04.08 08:00

    직원 34만명 거대 조직 이끄는
    4人의 부사장단에 50년 경력 가와이 발탁

    도요다 아키오 사장
    도요다 아키오 사장/ 블룸버그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61)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4월 1일자로 단행한 연례 임원 인사가 차 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최첨단 기술이 주도하는 IoT(Internet of Things·사물인터넷)와 AI(인공지능) 시대에 중졸 출신의 생산직 임원 2명을 발탁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들은 2010년 1000만대 리콜 사태 이후 도요타의 부활을 이끌어 온 아키오 사장의 현장 중심 인재 등용 철학이 이번 발탁에 축약돼 있다고 분석했다.

    중학교 학력 생산직 출신을 부사장에 발탁

    도요타는 이번 인사에서 중졸 출신으로 생산직의 수장인 가와이 미쓰루(河合滿·69) 공장 총괄 전무를 부사장에 임명했다. 생산직 출신의 부사장 임명은 회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도요타는 직원 34만명의 거대 조직이지만 부사장 수는 4명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재무와 해외·경쟁력 담당(프랑스인)을 제외한 자동차 핵심(기획·개발·생산) 분야는 가와이 신임 부사장과 기존의 데라시 시게키(寺師茂樹) 제품전략 담당 부사장 등 단 두 명뿐이다. 따라서 가와이 전무의 부사장 승진은 50년 경력의 중졸 생산직 출신이 회사의 핵심 경영진에 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와이 신임 부사장은 중학교 졸업 후 열다섯 살이던 1963년에 사내 생산직 훈련 기관인 '도요타공업학원'에 들어왔다. 도요타 생산 방식(TPS)의 창시자인 오노 다이이치(大野耐一·1912~1990) 전 도요타 부사장과 함께 일한 마지막 현역 세대로 도요타 생산 현장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가와이 부사장은 현장에서의 뛰어난 능력과 리더십을 인정받아 본사 공장의 단조(鍛造) 부장(2005년), 부(副)공장장(2008년)을 거쳐 2013년 도요타 생산 부문의 최고위직인 '기감(技監·기술감독)'이 됐다. 대졸 임원 직급인 전무와 동급이었지만 전무와 달리 도요타 본사의 임원직으로 분류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키오 사장이 2015년에 가와이 기감을 공장 총괄 전무에 임명함으로써 그전까지 중·고졸 출신과 대졸 출신 기술직 사이의 승진 벽을 단번에 허물어버렸다.

    또 이번 인사에서는 69세 부사장도 나왔지만 40대 상무도 등장했다. 50대 부장이 즐비한 도요타에서는 파격 인사였다. 출신이 어디든 나이가 많든 적든, 그 분야에 최적임자를 뽑겠다는 아키오 사장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그래픽
    생산직 교육원장을 모터레이싱팀 2인자로

    다구치 마모루(田口守·66) 도요타공업학원 원장도 이번 인사에서 전무에 임명됐다. 그 역시 중학교 졸업 후 1970년 도요타공업학원을 마치고 열아홉 살에 입사한 생산직 출신이다. 그는 차량 개발과 제조의 현장 경험이 아주 풍부하며 2014년부터 도요타공업학원 원장을 맡아 인재 교육에 힘써 왔다. 2015년 가와이 기감이 전무로 승진한 것에 이어 생산직 출신으로는 두 번째 임원 등용이다. 다구치 신임 전무는 이번 인사에서 도요타의 모터스포츠 부문이 별도 회사로 분리 설립된 '가즈(GAZOO) 레이싱 컴퍼니'의 '이그제큐티브 바이스 프레지던트(본사 직급으로는 전무)'에 취임했다. 생산직 출신이 왜 '뉘르부르그 24시간 레이스' 등 세계 유명 자동차 경주대회에 참여하는 도요타 레이싱팀의 2인자 자리에 올랐을까. 레이싱팀 차량을 정비하고 혹독한 주행 환경을 통해 차량의 세팅 노하우 등을 배워나가는 도요타의 정비 기술자들이 중·고졸 생산(기능)직이기 때문이다.

    IoT·AI 시대에도 현장 인재 육성이 최우선

    아키오 사장이 현장 인력 육성을 강조한다고 해서 IoT·AI 시대 준비를 게을리하는 것은 아니다. 도요타는 작년 1월 미국에 AI 개발 전문 자회사를 설립하고 5년간 1조원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AI 개발을 위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와도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산업용 로봇 1위 업체인 화낙과 함께 도요타 생산 시설의 스마트 공장화도 추진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키오 사장은 이런 자동화가 제대로 되려면 어떻게 자동화해야 가장 효율적일지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데, 이것은 오직 숙련된 인재들만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모노즈쿠리(일본식 물건 만들기)'에 앞서 모노즈쿠리의 정신과 스킬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을 계속 키워내는 히토즈쿠리(人造り·사람 만들기)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IoT·AI 시대에 대한 대비도 이와 같은 방식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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