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부터 국내 소비자들도 삼성전자(005930)의 스마트시계인 기어S3와 LG전자 등 다른 제조사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삼성페이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현대·롯데·하나카드는 이르면 4월 말부터 ‘기어S3에서의 삼성페이 결제’와 ‘삼성페이 미니’ 서비스를 지원하기로 협의했다. 삼성페이 미니는 삼성전자 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 이용자라면 앱을 내려받고 카드를 등록해 쓸 수 있는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다.

이를 위해 삼성카드는 지난 2월 초 삼성페이 관련 약관을 개정·신설해 고객들에게 공지했다. 나머지 KB국민·현대·롯데·하나카드 등은 3월 6~16일 사이에 약관 개정·신설을 알렸다. 업계에서는 삼성카드의 약관 개정이 다른 카드사들보다 한달 빨랐던 만큼 이르면 4월 중순에 가장 먼저 기어S3용 삼성페이와 삼성페이 미니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왼쪽부터 삼성의 스마트시계 기어S3와 삼성페이 결제 화면

기어S3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마그네틱보안전송(MST·포스단말기에 갖다대면 결제가 이뤄지는 기술)방식의 삼성페이를 지원하는 첫번째 스마트시계라며 내놓은 야심작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기어S3 사용자들은 삼성페이를 이용할 수 없다. 각종 카드를 삼성페이 앱에 연동시켜야하는데 필요한 국내 카드사들과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서다.

BC·우리카드도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삼성페이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BC카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약관 개정 심사를 통과해야 하므로 출시 시기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아직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아 지원하지 않는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기어S3는 스마트시계 전용 OS인 타이젠으로 돌아가는데, 스마트폰용 삼성페이에 카드를 연동하는 것과는 보안·기술적인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다”면서 “기술적인 부분을 협의하느라 출시가 지연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페이 미니 사용 화면 예시

기어S3용 삼성페이 뿐 아니라 온라인 결제에만 사용할 수 있는 '삼성페이 미니'도 다음달부터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삼성페이 미니는 삼성전자가 제조하지 않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들도 앱을 내려받아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있는 서비스다.

카드사들은 약관에 ‘삼성페이 미니’에 대한 내용을 신설하고 “가입 고객의 모바일 기기가 삼성페이 이용을 위한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경우 ‘삼성페이 미니’를 설치해 온라인 가맹점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삼성페이 미니는 카드사들의 경계 대상이었다. 온라인 결제에서 플랫폼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카드사들의 우려 탓에 2월 출시 발표 후 서비스 개시가 지지부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확대하려는 의지가 강해 카드사들에게 삼성페이 미니와 기어S3용 삼성페이를 한꺼번에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모든 카드사들이 삼성페이 미니 지원을 반대했으나, 어쩔 수 없이 참여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편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는 이번 약관 개정에 동참하지 않았다. 자사의 결제 앱인 판(FAN)을 활용한 결제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판은 위성호 전 신한카드 사장이 모바일·디지털 퍼스트 전략을 강조하며 내놓은 서비스다.

이 때문에 신한카드는 그나마 선점한 온라인 결제 플랫폼 주도권마저 삼성전자에 빼앗길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참여를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지난해 말과 비슷한 단계로 협의가 진행 중이며 변동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