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삼천리, 사업다각화로 잃어버린 2년 딛고 기지개…3세 경영도 가속

조선비즈
  • 한동희 기자
    입력 2017.03.30 14:21

    종합에너지회사 삼천리가 2년간의 부진을 딛고 턴어라운드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자전거회사로 종종 오인받는 삼천리는 국내 최대 도시가스 기업이다. 삼천리는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발전·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며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그러나 본업인 도시가스사업 환경이 개선되고 자원개발 손실이 지난해 재무제표를 마지막으로 모두 반영되면서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이를 발판으로 사실상 후계자로 여겨지는 오너가 3세 이은백 부사장의 승계 작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삼천리 여의도 본사 전경./삼천리 제공
    ◆ 발전·자원개발 사업다각화 나섰다 삐끗…고난의 2년

    삼천리는 두 집안의 동업으로 시작한 회사이다. 함경남도 함주 출신의 고 이장균 회장과 유성연 회장이 손잡고 1955년 석탄·연탄 제조업으로 출발했다. 2세인 유상덕-이만득 삼천리 그룹 공동 회장이 2대(代)째 공고한 동업체제를 구축, 에너지 분야 한 우물만 팠다.

    삼천리는 놀랄만한 기록을 여러개 보유하고 있다. 창업 이후 51년 연속 흑자, 1973년 이후 34년 연속 배당, 외환위기에도 1998년 198억원 흑자실현 등 탄탄한 회사였다. 그 비결은 변신이었다. 온 가정이 연탄을 때던 시절 고성장을 구가하던 삼천리는 연탄 수요 급감으로 위기 상황을 맞자 1982년 경인도시가스를 인수해 도시가스 업체로 변신했다. 2000년대 들어 도시가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LNG(천연가스) 열병합발전과 집단에너지사업, 해외 자원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천리는 이 과정에서 삼천리ENG, 삼천리ES, 삼탄, 동해임산 등 30여개 계열회사를 거느린 에너지그룹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2014년부터 고난이 시작됐다. 민간발전 사업은 LNG보다 원가가 싼 원자력, 석탄발전이 급전순위에서 앞서는 정부 정책에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의 전력시장은 발전원가가 낮은 발전원을 우대하는 CBP(변동비 반영 전력시장) 체제다. LNG 발전 단가는 ㎾h당 75원 수준으로 석탄(35원)의 두 배를 넘는다. LNG에 kg당 60원의 개별소비세를 물리는 등 세제가 불리한 점이 한몫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LNG 발전소들은 가동률을 낮출 수 밖에 없었다. 삼천리그룹에서 발전을 맡고 있는 자회사 에스파워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93억원 적자였다.

    해외 자원개발도 실패의 연속이었다. 삼천리는 직접 대여금 투자 또는 자회사 삼천리E&E 등을 통해 이라크, 우즈베키스탄 등의 석유·가스 광구에 투자했지만, 탐사 실패 및 유가·가스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1010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냈다.

    그 결과 2014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275억원으로 2013년 영업이익(525억원)의 반토막으로 급감했다. 2015년에는 영업이익이 891억원을 기록하며 일시적으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듬해에는 606억원으로 전년보다 32% 줄며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보다 더 큰 고민은 기업의 성장 지표 중 하나인 매출이 계속 줄어들며 정체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삼천리의 매출은 2014년 3조7547억원에서 2015년 3조6680억원, 지난해 3조630억원으로 줄었다.

    ◆ 본업 도시가스로 반등 기지개…발전 사업은 손 떼기로

    전문가들은 올해부터 삼천리의 사정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본다. KTB증권은 이달 13일 낸 보고서에서 삼천리가 올해 95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보다 300억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매출도 500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신지윤 KTB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천리는 지난 2년간 발전과 자원개발에서 아픔을 톡톡히 경험했다"며 "올해에는 본업인 도시가스 호조와 자원개발 손실 종료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천리의 도시가스사업 매출은 공급가격 인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 인천의 도시가스 가격은 2013년부터 매년 오른 가운데 올해는 각각 4.6%, 2.1% 인상됐다. 도시가스의 원료인 LNG 도입 가격이 낮게 유지되는 점도 호재로 분석된다. LNG는 국제유가와 연동되는데, 현재 국제유가는 50달러선을 밑돌면서 저유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도시가스산업은 한국가스공사를 통해 해외에서 LNG를 수입한다. 도입 단가와 도시가스요금 차액만큼 이익이 난다.

    LNG 가격과 산업용 경쟁 연료인 벙커C유 가격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2015년 만해도 국제유가 급락으로 벙커C유가 도시가스(경기도 소매요금 기준)보다 많게는 50달러 가량 비쌌다(열량 기준으로 계산). 그러나 지난 1월 기준 이 격차가 10달러 이내로 좁혀졌다.

    앞서 투자한 신재생에너지 부문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분법평가대상인 경기그린에너지(수소연료전지 발전)는 4개분기 연속 흑자를 냈다. 삼천리는 지난해 경기그린에너지 지분법평가이익 44억원을 기록했다.

    변수는 영업적자를 면치 못하는 민자 LNG발전 자회사 에스파워다. 현재의 환경으로는 기저발전소(원자력•석탄 발전)의 증설 여파로 적자가 계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삼천리 관계자는 "회사가 보유한 에스파워 지분 51%를 남동발전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며 "발전 사업에서 손을 떼는 수순이다"고 말했다. 남동발전은 에스파워 지분 49%를 갖고 있다.

    ◆ 유력 후계자 이은백 부사장 경영 보폭 넓어질듯

    삼천리가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부실 사업을 떨쳐내고 '턴어라운드'를 가시화하면서 일각에선 3세 경영 승계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 이만득 삼천리그룹 전 회장이 지난해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이런 관측이 힘을 얻었다.

    유력한 후계자는 이은백 삼천리 부사장(미주본부장·사진)이다. 이 부사장은 창업자 고 이장균 명예회장의 장남인 고 이천득 삼천리 부사장의 아들로, 이만득 명예회장의 조카다.

    이 부사장은 미국 페퍼다인대학교에서 경영대학원(MBA)을 마치고 2004년 삼천리 기획본부 경영총괄로 입사했다. 2006년 사업개발총괄 이사로 승진했고, 2009년에는 전략기획부실장에 올랐다. 2014년부터 미주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부사장은 북미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주력하고 있다. 삼천리가 형제 경영 원칙을 지키고 있다는 점과 이만득 회장이 30대의 젊은 나이에 승계받은 것을 감안하면 이 부사장의 경영 보폭이 넓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만득 명예회장이 슬하에 딸만 셋을 두고 있는데, 전략본부 신사업담당으로 있는 이은선 이사를 제외하고는 경영에 나설 의지는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 안팎으로 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이은백 부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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