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29일 차세대 커피로 거론되는 ‘니트로(질소)커피’를 출시하면서 커피업계의 ‘니트로’ 경쟁이 본격화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날 콜드브루(Cold Brew) 커피에 질소를 넣는 정통 방식의 ‘나이트로 콜드 브루’를 서울 강남대로점, 서울 여의도공원점, 경기 하남 스타필드점 등 수도권 20개 매장에서 판매를 개시했다.

이전부터 니트로커피를 판매하던 드롭탑이나 이디야커피 등 국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는 스타벅스의 합류로 ‘니트로커피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동시에 ‘기존의 고객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우려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스타벅스코리아는 29일 수도권 20개 매장에서 ‘나이트로 콜드브루’ 판매를 개시했다.

◆ ‘니트로커피’가 무엇이길래

니트로커피는 잘게 분쇄한 원두에 냉수를 떨어뜨려 장시간 추출하는 콜드브루 커피에 고압의 질소와 이산화탄소를 주입한 커피다. 질소가 액체에 닿으면 발생하는 ‘서징 효과’로 인해 풍성한 거품이 만들어진다. 기네스 맥주도 이 같은 방식으로 풍부한 거품을 낸다. 이렇게 만들어진 미세하고 고운 거품은 목넘김이 부드럽다.

니트로커피의 원 재료가 되는 콜드브루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서 커피를 운반하던 네덜란드인들이 개발했다. 이로 인해 콜드브루 커피를 ‘더치(Dutch) 커피’라고 부르기도 한다.

콜드브루에 질소를 넣은 니트로커피는 2013년 미국의 스페셜티 커피 회사인 ‘스텀프타운 커피 로스터스’가 판매를 하면서 주목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미국 시장 점유율 2위인 ‘카리부 커피가’ 판매에 들어갔으며, 스타벅스도 이 행렬에 동참했다. 특히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회장이 “앞으로 세계 커피 시장은 니트로 커피가 이끌어 갈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차세대 커피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니트로커피의 장점은 부드러운 목 넘김과 함께 커피 본연의 맛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거품이 가라앉으면서 발생하는 폭포수(캐스캐이딩) 현상은 눈으로 마시는 효과를 준다. 거품이 모두 가라앉은 후에도 흔들거나 잘 저어주면 거품이 다시 일어난다.

단점은 고가의 제조 장비다. 질소를 주입하기 위한 가스통과 원액 보관통(케그)은 상당히 고가다. 스타벅스코리아가 전 매장이 아닌 20개 매장에서만 제품을 시범적으로 선보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장비를 설치하더라도 위생관리가 쉽지 않다. 대용량의 케그를 매일 세척하는 게 쉬운일이 아니다. 또 케그와 추출구를 연결하는 고무관에는 커피 잔여물이 남아 오염을 일으키기 쉬워 특수장비가 필요하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2월 27일 ‘리얼 니트로 커피’를 선보였다.

◆ 자신만의 ‘니트로커피’ 비법 연구하는 커피 브랜드

국내 커피 브랜드 사이에선 ‘어떻게 하면 니트로커피를 저렴한 가격에 생산할 수 있을까’가 뜨거운 감자다. 니트로커피를 판매하는 국내 커피 브랜드들은 각각의 비법으로 제조 단가를 낮추고 있다.

지난해부터 니트로커피를 판매하고 있는 ‘드롭탑’은 커피매장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휘핑 머신을 이용한다. 휘핑 머신 안에 질소가스와 콜드브루 원액에 물을 희석한 커피를 넣고, 커피잔에도 콜드브루 원액에 물을 희석한 커피를 60% 정도 넣어둔다. 이후 휘핑 머신을 커피잔 바닥에 넣어 가스를 주입한다.

드롭탑 관계자는 “미리 커피를 넣어두고 휘핑 머신으로 가스를 주입해 커피와 가스가 잘 섞일 수 있도록 했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전국 모든 매장에서 고가의 장비 없이 니트로커피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디야커피는 타사의 니트로커피가 질소거품을 올리는 데 그친 반면 ‘리얼 니트로커피’는 제품 전체에 질소가스를 넣어 본연의 맛을 냈다고 강조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2월 27일 전국 매장에서 ‘리얼 니트로 커피’ 판매를 시작했다. ‘리얼’이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로 이디야커피는 자사의 니트로커피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문창기 이디야커피 회장은 “이디야만의 원액과 제조방법을 개발해 ‘한국형 니트로커피’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1년간 이디야랩에서 니트로커피에 대한 연구개발(R&D)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니트로커피 전용 커피 원액인 ‘이디야 니트로 스페셜 커피’를 자체 개발했다. 이 원액은 질소를 주입했을 때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과테말라 원두를 블렌딩했다.

이디야는 원액 추출 방식도 기존의 콜드브루 방식을 개선한 ‘스프레이 추출 공법’을 적용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깊은 단맛을 중심으로 밸런스와 바디감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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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나이트로 콜드브루 홍보 영상./유튜브

◆ 스타벅스는 정통 방식 고수.. 부드러운 목넘김 일품

국내 브랜드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각각의 방식을 개발한 것과 달리 스타벅스는 케그를 활용한 정통 방식으로 니트로커피를 만든다. 니트로커피 기기는 밖에서 보기에 생맥주 디스펜서와 똑같이 생겼다.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도 단순하다. 디스펜서의 손잡이만 내리면 된다.

갓 나온 스타벅스의 나이트로 콜드브루는 뿌연 갈색으로 마치 우유를 넣은 ‘라떼’ 처럼 보인다. 뿌연 갈색의 정체는 바로 서징효과로 인한 커피 거품이다. 커피를 만들어준 스타벅스 직원은 “지금이 질소커피의 맛을 느끼기 최적”이라고 했다.

뿌연 거품은 폭포수가 흘러내리는 듯한 모습으로 컵 바닥으로 계속 가라 앉았다. 가라 앉은 거품은 투명한 색을 띈 커피가 됐다. 스타벅스 직원은 “시간이 지나면 일반 콜드브루 커피 처럼 투명하게 변한다”며 “흔들어주면 거품이 다시 발생한다”고 했다.

29일 스타벅스 여의도공원점 직원이 나이트로 콜드브루 커피를 추출하고 있다. 생맥주를 따르듯이 커피머신의 손잡이만 내리면 니트로커피가 나온다.

얼음이 들어가지 않은 것도 특징이다. 스타벅스 직원은 “얼음을 넣지 않고도 시원한 맛을 맛볼 수 있다는 게 나이트로 콜드브루의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맛은 어떨까. 콜드브루 특유의 상쾌함에 거품으로 인한 부드러움이 얹힌 느낌이다. 특히 거품이 가득할 때 맛보는 첫느낌이 매우 좋았다.

이날 스타벅스 여의도공원점에서는 손님들에게 나이트로 콜드브루 샘플을 제공했다. 샘플 맛을 본 고객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고객은 “색깔이 탁해서 우유가 들어갔나 했는데 맛이 상당히 깔끔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다른 고객은 “맥주 거품을 마시는 느낌”이라며 “끝맛이 텁텁하지 않은 것 같다. 맛 자체도 단 느낌이 강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콜드브루를 출시하며 여름 시장을 제패했던 스타벅스는 올해 나이트로 콜드브루로 기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스타벅스는 나이트로 콜드브루 판매 매장을 현재 20곳에서 점차 늘려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