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한국선 해외 부동산, 해외선 한국 부동산 '붐'

  • 장상진 기자

  • 입력 : 2017.03.28 03:01

    - 국내서 나간 투자금 5년새 6배↑
    한국 투자자, 안정성 높은 곳 선호
    미국·유럽 등의 주요 도시에 유명 기업이 입주한 건물 사들여

    - 서울 빌딩 거래액 45%가 외국돈
    당장 수익률 떨어져도 일단 투자… 리모델링 등 거쳐 건물 가치 올려

    국내에서 해외 부동산·임대업에 송금된 투자금 외
    #1. KTB자산운용은 지난 13일 미국 뉴욕에서 컨설팅 회사 PD프로퍼티스와 공동으로, 국내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현지 고층 빌딩 두 곳에 대한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KTB는 작년 11월과 올해 2월 뉴욕 빌딩에 각각 1100억원과 800억원을 투자했고, 이번이 3·4호 투자처다.

    #2. 미국계 투자기업 인베스코는 작년 초 지하철 홍대입구역 인근 유림빌딩과 삼성생명 동교동점 빌딩을 각각 485억원과 592억원에 사들였다. 인베스코는 저(低)층부를 오피스에서 상가로 바꾸고 맛집과 유명 카페를 잇달아 입점시켰다. 이로 인해 해당 층의 임대 수익이 2배 이상 높아지면서, 건물 가치도 올랐다.

    한국의 부동 자금은 해외 부동산으로, 외국 자금은 한국 부동산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2016년 국내에서 해외 부동산·임대업에 송금된 투자금이 60억9000만달러(6조80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1년(10억3000만달러)과 비교하면 5년 만에 6배 급등했다. 동시에 지난해 서울시내 대형 오피스 빌딩 거래액(7조2000억원) 가운데 절반 가까이(3조3000억원)가 외국계 자금이었다. 이 역시 사상 최대치였다.

    글로벌 저(低)금리로 시중에 투자처를 찾는 유동자금이 넘쳐나기는 한국이나 외국이나 마찬가지. 그런데 왜 이런 '교차 투자'가 벌어질까. 부동산컨설팅 기업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토드 올슨 동북아총괄 사장은 "투자 관점과 성향의 차이"라고 말했다.

    한국 투자자는 최소 수익률이 보장된 투자를 원해 미국·유럽 선진국 중심지에 튼튼한 기업·기관이 장기계약으로 세 들어온 건물을 선호한다. 한국투자증권 컨소시엄은 지난 1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2500억원짜리 오피스빌딩을 샀는데, 이 건물은 유럽연합(EU) 의회 사무실이 들어와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금의 해외부동산행은 ▲최근 1~2년간의 국내 부동산 시세 급등 ▲서울의 높은 오피스 공실률 등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외국 투자자는 당장 수익률은 떨어지더라도 구매 후 리모델링 등을 통해 '부동산의 가치를 끌어올릴(value add)' 여지가 보이면 투자에 나서는 성향이다. 투자 대상 선정의 기준부터 다르다는 얘기다. 미국계 금융사 'AEW캐피털'은 2015년 서울 여의도의 삼성생명 빌딩을 610억원에 사들인 뒤, 작년 말 1~3층에 유명 음식 상가인 '식객촌'을 열었다. 캡스톤자산운용도 대우조선해양이 쓰던 서울 청계천 사옥을 작년 1700억원에 사들여 저층부를 상가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새빌스코리아의 전경돈 대표는 "투자 기간을 3~5년 정도로 잡는 한국 투자자와 달리,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외국 투자자는 공실이 있더라도 1~2년 안에 채울 수 있다면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국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비해 투자 수익률은 높고 안전한 시장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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