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조선·철강·기계

분사 코앞인데...현대重 노사 갈등 탈출구 보이지 않아

  • 윤민혁 기자
  • 입력 : 2017.03.21 11:54 | 수정 : 2017.03.21 17:59

    분사를 코앞에 두고 있는 현대중공업이 끝없는 노사갈등에 신음하고 있다. 2016년 임금·단체협약(이하 임단협)을 마무리짓지 못한 것은 물론, 분사 이후에도 단일노조를 유지하겠다는 노조측 입장에 회사가 반발하며 협상이 파행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오는 4월 1일 분사를 앞두고 3월 내에 임단협을 마친다는 기본 입장을 확인했으나, 사측 제시안과 노조측 요구사항이 평행선을 그리며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해 5월 상견례 이후 10개월째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그동안 교섭은 해를 넘겨 84차례나 열렸다.

    지난해 6월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노조의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 /연합뉴스
    지난해 6월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에서 열린 노조의 쟁의대책위원회 출범식 /연합뉴스
    회사측이 분사 주주총회 저지 등을 위한 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에 노조가 반발하며 감정싸움도 격화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달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분사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엔진(존속법인 현대중공업),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 건설장비(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현대로보틱스) 4개 회사로 나뉜다.

    앞서 지난해 12월 태양광발전(현대그린에너지)과 선박사후관리(현대글로벌서비스) 부문이 분사한 것을 감안하면 현대중공업이 6개 회사로 쪼개지는 것이다. 지난달 임시주총에선 노조원들이 회사 분할안에 격렬히 반발하며 의사 진행이 4차례나 중단되기도 했다.

    노조는 임단협의 전제조건으로 분사 전면 철회를 요구해왔다. 협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 복귀하기도 했다. 그러나 분사 저지에 실패했다.

    ◆ 평행선 달리는 협상, 단일노조 유지 문제 떠오르며 출구 안 보여

    노사 양측의 제시안은 지난 1월 사측의 최후통첩 이후 변화가 없다. 사측 제시안은 올해말까지 고용 보장을 전제로 1년간 전 임직원이 기본급의 20%를 반납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또 고정연장수당 폐지에 따른 임금 조정 10만원과 호봉승급분 2만3000원을 포함해 12만3000원을 인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노조는 기본급 인상을 고수하고 있다. 수주절벽으로 특근 수당 등이 줄어 기본급 인상이 필수적이라며 기본급 반납을 요구한 사측안을 거부했다.

    노조 입장에선 분사 이전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회사측은 분사 이후에는 각사별로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럴 경우 노조측의 협상력 약화가 예상된다.

    이에 노조는 분사 후에도 단일노조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해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가 4개 회사의 유일 노조로 활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조의 이런 입장은 금속노조 복귀로 이미 예고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금속노조 가입에 따라 현대중공업지부로 활동하게 된다.

    분사하는 4개 회사 조합원이 ‘금속노조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금속노조 대표가 현대중공업지부를 대신해 협상 주체로 나설 수 있다. 실제 금속노조는 가입 노조의 임단협에서 교섭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대자동차의 경우 모비스가 현대자동차 노조 내부에 ‘모비스 위원회’를 두고 2사 1노조 형태로 활동 중이다.

    그러나 회사측은 “사업 분리는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업종이 다른 4개 회사를 1개 노조가 대표한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주장”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갈등이 단일노조 이슈로 번지며 정작 임단협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지난달 27일 울산광역시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원들과 진행요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안상희 기자
    지난달 27일 울산광역시 동구 한마음회관에서 열린 현대중공업 임시주주총회에서 노조원들과 진행요원들이 충돌하고 있다. /안상희 기자
    조선업계 관계자는 “금속노조 복귀는 분사 후 교섭주체를 단일화해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노조의 포석이었다”며 “분사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단일노조 유지 문제가 거론된다는 건 이미 분사 이후를 보고 있다는 뜻인데, 분사 전까지 협상을 마무리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 지지부진한 협상에 극심한 피로감...분사 저지 실패로 노조 투쟁동력 잃어

    노사 양측은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 게시판엔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고 분사 후를 대비하자는 의견이 늘고 있다.

    노사의 첨예한 갈등 상황에서 최근 현대중공업의 수주 소식이 잇따르는 것도 노조의 투쟁동력을 약화시킨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총 14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분사 기대감에 주가 또한 상승세다.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지난해 3월 10만원선이었으나, 최근 17만원을 돌파했다.

    노조는 오는 22일 퇴근 중앙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회사가 지속 성장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고통을 나누며 시장이 회복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며 “노사가 힘을 하나로 모아 고객사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