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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미래]② 모바일이 대세다...금융플랫폼은 모바일로

  • 이민아 기자

  • 입력 : 2017.03.21 06:00

    온라인 금융시장이 웹(Web)에서 앱(App·애플리케이션)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금융산업은 오프라인 채널에서 모바일로 ‘접점의 대변혁'을 맞게 됐다. 은행에 가지 않고 모바일로 금융상담과 간편 결제, 대출, 국내·외 송금, 자산관리까지 모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 시대는 곧 플랫폼의 시대다. 선진국에서는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금융·제조·유통·서비스 산업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메가 플랫폼 서비스’가 속속 출시되고 있다. 모바일 플랫폼이 기존 산업 영역 파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래 은행산업이 금융 서비스 제공업에서 벗어나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분석한다. 은행이 플랫폼을 구축하면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결합) 기업이 들어와 금융 시스템을 만들고, 금융 상품 개발까지 하는 방식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금융 구글’을 꿈꾸는 오픈 플랫폼 은행들이 등장했다.

    은행이 모바일 플랫폼 회사로 전환하지 않으면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배현기 KEB하나금융연구소장은 “4차 산업혁명이 금융업에도 적용되면서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기존 은행의 기득권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은행은 단순한 기반 산업으로 전락할 것이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고 21일 말했다.

    사진=한국IBM제공
    사진=한국IBM제공
    ◆ ‘금융 구글’을 꿈꾸는 獨 피도르은행...핵심 기능 빼고 전부 오픈 API로 개방

    2009년 설립된 독일의 '피도르은행(Fidor)'은 은행이 플랫폼 사업자로 진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기업이다. 피도르은행은 핵심 시스템과 고객 응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맡기고 있다. 외부 업체는 피도르 은행이 제공한 오픈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 '피도르 오에스(Fidor OS)'를 통해 은행 내부 시스템과 연계한 금융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

    외부 업체들이 오픈 API를 통해 금융 서비스를 개발하면 피도르은행은 이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피도르은행은 이같은 방식으로 금융데이터 분석과 예측모델, 결제솔루션, P2P(개인간·Peer to Peer)대출 등의 다양한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피도르은행은 경쟁 은행들에도 피도르 OS를 제공한다. 폐쇄적인 시스템 내에서 자사가 만든 금융 상품을 주로 판매하는 기존 은행권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 같은 개방성을 무기로 피도르은행은 설립 7년 만에 자사의 온라인커뮤니티 이용자 수를 30만명까지 확대했다. 충성도도 높았다. 지난 2015년 기준 이용자의 35%가 피도르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했고, 예금액은 2억5000만유로(약 3200억원)까지 늘어났다.

    피도르은행의 사업모델/출처=피도르은행 홈페이지
    피도르은행의 사업모델/출처=피도르은행 홈페이지
    피도르는 행원이 고작 40명뿐이다. 직원 1명당 고객 7500명을 관리하는 셈이다. 대규모 지점망을 보유한 기존 은행과 비교하면 차이는 현저하다.

    국내 은행권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PC를 버리고 모바일을 선택했다. 카카오뱅크는 송금, 대출, 상담, 상품 가입 등 모든 금융 서비스를 모바일 플랫폼에서 구현하기로 했다. 카카오뱅크가 국내 최초로 모바일뱅크를 구축할 생각을 하는 것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덕분이다. 카카오톡은 카카오뱅크의 모회사격인 카카오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다. 국내 4500만명이 사용하는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한 것이 온리(Only)모바일뱅크를 구축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모바일 플랫폼에는 금융 외에도 음악 감상(멜론)과 모바일 게임(넷마블) 등의 서비스도 탑재된다. 금융 플랫폼 하나로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이미 모바일 은행 거래에 익숙해지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의 ‘2016년 모바일 금융서비스 이용행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6개월 내 휴대전화로 계좌이체, 잔액 조회 등의 모바일 뱅킹을 이용한 사람의 비율은 43.3%로 전년 대비 6.9%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6개월 내 모바일 결제 이용 경험도 지난해보다 9.4%포인트 늘어난 25.2%로 나타났다.

    사진=조선일보DB
    사진=조선일보DB
    ◆ 모바일 뱅킹시대, 금융·IT·제조 업권 칸막이 붕괴 촉발

    모바일 금융플랫폼의 발전은 기존 산업 칸막이 붕괴를 가져왔다. 은행·증권·보험 등의 기존 금융업은 물론, 제조·유통·서비스 산업 간의 칸막이도 무너지고 있다.

    중국 텐센트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위챗페이가 대표적이다. 위챗페이는 간편결제로 시작해 현재는 중국 유통산업을 아우르는 모바일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예컨대, 위챗페이를 켜고 식당 메뉴판의 QR코드를 스캔하면 주문과 결제가 완료된다. 종업원에게 팁을 주고 싶으면 위챗페이 홍빠오(디지털 머니를 선물로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 고객은 위챗페이 커뮤니티를 통해 식당 평판도 남길 수도 있다. 금융 플랫폼이 중국 외식 산업의 구조를 바꿔놓은 것이다.

    미국에서는 모바일 은행이 금융권에 정착한 모범 사례가 있다. 모바일 은행 모벤(Moven)은 지점 없이도 계좌 개설과 송금을 할 수 있고, 제휴사의 자동화기기에서 수수료 없이 입·출금까지 가능하다. 모벤의 모든 거래는 현금이나 플라스틱 카드 없이 모바일을 통해서만 처리된다.

    모벤의 또다른 특징은 모바일 개인 재무관리 서비스인 '머니플러스(MoneyPlus)'와 '머니패스(MoneyPath)' 서비스다. 머니플러스는 고객의 소비행태를 분석해서 그래프로 알려주는 기능이다. 예산범위 내에서 자신의 지출을 파악하고, 지출 범위를 넘어서면 경고를 하기도 한다.

    머니패스는 머니펄스에 저장된 기간 별 소비패턴을 분석해 소비 효율을 개선하도록 돕는다. 고객들은 머니플러스와 머니패스를 통해 절약된 돈을 모벤의 금융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모두 모벤의 모바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모벤은 신개념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 덕분에 창업 4년만인 지난해 성장률 400%를 기록했다.

    사진=조선일보DB
    사진=조선일보DB
    ◆ 모바일과 AI의 결합…. 손안의 금융 상담사 챗봇

    모바일의 발전으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금융 서비스는 바로 상담 영역이다. 인공지능(AI) 기반의 챗봇(채팅로봇·chatbot)이 금융 상담 분야를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서다. 챗봇은 주로 모바일 메신저에 탑재돼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은 챗봇을 통해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고, 상담사와 통화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도 없다. 방식도 간편하다. 모바일 메신저 플랫폼에서 친구와 대화하듯 메시지를 보내고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더 편리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다 콜센터 인건비가 줄어 운영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은행, 보험, P2P대출 등 다양한 금융사들은 고객 접점에서 챗봇을 활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말부터 ‘금융봇’을 도입해 카카오톡에서 상품을 안내해주거나 ▲자주 묻는 질문(FAQ) ▲이벤트 안내 ▲이용시간 안내 등 기초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금융권에서는 라이나생명과 동부화재, P2P금융업체 8퍼센트도 가세해 챗봇을 고객 상담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금융 비서’ 챗봇은 고객의 질문에 답하는 수동적 역할을 하고 있고 그마저도 일부 업체들이 적용하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고객에게 적합한 소비 생활이나 자산 운용을 제안한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자체 개발한 챗봇 ‘에리카(Erica)’를 지난해 10월 선보였다. 고객은 에리카에게 질문해서 계좌 잔액을 확인하거나 송금을 하고, 자금 사용 계획을 상담하고 조언도 구할 수 있다. 가령 소비자가 저축목표액을 미리 설정해두면, 에리카가 ‘이번 달 저축액을 50달러 늘려주세요’하는 식으로 알림을 해준다.

    윤을정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챗봇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도구이며,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과의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면서 “기업은 챗봇을 통해 고객 상담 서비스를 자동화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사용자의 특성을 파악하여 타깃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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