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영 비리' 롯데 총수 일가 한 법정에...혐의 전면 부인

  • 전효진 기자
  • 입력 : 2017.03.20 17:08

    배임·횡령 등 경영 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20일 일제히 법정에 나타나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신격호(95) 총괄회장은 법정에서 “롯데는 100% 내 회사인데,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고 언성을 높이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고, 신 회장의 자식들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거절할 수 없었다”라는 취지로 변론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법원에 출석한 후 횡설수설하자 재판장의 판단 하에 30분만에 법정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할말이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20일 법원에 출석한 후 횡설수설하자 재판장의 판단 하에 30분만에 법정에서 나와 이동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은 “할말이 있다"며 집무실로 돌려보내려는 직원들을 지팡이로 막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20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에서는 형사합의24부(부장 김상동) 심리로 롯데그룹 경영 비리 관련 재판의 첫 공판기일이 열렸다.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해 두 아들인 신동빈(62) 회장과 신동주(63)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7)씨, 구속수감 중인 장녀 신영자(75)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법정에 섰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재판이 시작된지 20여분이 지난 후에 휠체어를 타고 법정안으로 들어왔다. 신 총괄회장은 잠시 주변을 살피다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옆자리에 앉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에게 “이게 무슨 자리이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누구냐” 등 같은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졌다.

    신 총괄회장이 재판 내내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자 서미경씨와 신영자 이사장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개를 떨궜다. 이에 재판장은 "신 총괄회장이 어떤 상태인가에 따라 공판 중지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있는데, 내가 보기엔 (신 총괄회장이) 재판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것 같다"며 "일단 의견서까지 듣고 다음에 절차 중지 등 의견을 받겠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휠체어를 밀고 신 총괄회장을 법정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신 총괄회장은 “빠꾸해라(뒤로 가라). 할말이 있다. 이 회사는 내가 100% 가진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고, 100% 주식을 갖고 있는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나를 기소했느냐”며 언성을 높였다. 재판장은 신 총괄회장 변호인을 통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한다는 취지를 확인하고 퇴장을 허락했다.

    좌측부터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서미경씨./연합뉴스 제공
    좌측부터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서미경씨./연합뉴스 제공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3%를 롯데가 장녀인 신 이사장에게, 3.21%를 서씨 모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858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롯데시네마 매점에 778억원의 수익을 몰아주도록 하고, 비상장 주식을 계열사에 고가로 넘겨 94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2009년 9월~2015년 7월 계열사 끼워넣기 등의 방법으로 회사에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신 총괄회장과 공모해 신 이사장과 서씨, 서씨의 딸 신유미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사업권을 몰아줘 774억원의 손해를 해당 회사에 가하고, 신 전 부회장에게 391억원, 서씨 모녀에게 117억원 등 총 508억원의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이날 변호인을 통해 “아버지로서 신 총괄회장을 존경하지만, 모든 것은 신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거부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가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가 20일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신동주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계열사 임원으로서 특별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도 391억원의 ‘공짜 급여'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과 서씨는 조세포탈 및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공모 등의 혐의를 받는다.

    신 이사장도 “신 총괄회장의 지시로 행했고, 거부할 수 없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으며 서씨 변호인은 “서씨는 롯데쇼핑 임원도 아니고, 단지 롯데쇼핑으로부터 매점 임대 관련 사업을 하는 유원실업 주주에 불과하다"며 “특정 직책이 없기에 배임에 가담한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미경씨는 일본으로 돌아가지 않고, 당분간 한국에 머물며 모든 공판에 참석할 예정이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s © 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