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新직업열전] “기계 아닌 생명이라 설득하는 보람”…1000만 반려인들의 구세주 될 ‘반려동물행동교정사’

  • 목포=전성필 기자

  • 입력 : 2017.03.21 05:51

    지난 10일 저녁 전라남도 목포시에 있는 한 아파트. 반려동물행동교정사 박보연씨는 반려동물 간식과 리드 줄, 보호장비 등 반려동물의 행동 교정에 쓰이는 여러 도구를 들고 한 가정집을 방문했다. 이날 박보연씨는 집주인 김창성씨의 반려견 말티즈 ‘사랑이’의 행동 문제를 교정해주기 위해 집을 찾았다.

    지난 1월 김씨는 유기견 보호소에 있던 사랑이를 입양했다. 그러나 김씨가 사랑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집에 김씨만 홀로 있을 때면 얌전하던 사랑이가 김씨 부인이 외출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면 도리어 김씨를 향해 으르렁 대면서 짖는 것이었다. 김씨가 돌아온 부인에게 다가서려고 하면 사랑이는 김씨에게 달려들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고, 김씨의 손을 물어버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지난 10일 저녁 전라남도 목포시에 있는 김창성(사진 왼쪽)씨 집에서 박보연(사진 오른쪽) 반려동물행동교정사가 김씨의 반려견 사랑이의 분리불안증세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성필 기자.
    지난 10일 저녁 전라남도 목포시에 있는 김창성(사진 왼쪽)씨 집에서 박보연(사진 오른쪽) 반려동물행동교정사가 김씨의 반려견 사랑이의 분리불안증세의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전성필 기자.

    박보연씨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사랑이의 행동을 관찰했다. 이후 박씨는 사랑이가 분리불안증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랑이가 김씨보다는 김씨 부인에게 더 큰 애착을 느끼고 있고, 부인을 자신이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전 주인에게 버려졌던 사랑이의 과거 경험도 영향을 미쳐 김씨 부인에 심한 집착을 보인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박씨는 “사랑이가 김씨 부인을 지키려 주변을 경계하는 상황에서 김씨 부인이 관심을 표시해주다 보니 사랑이는 자신의 행동을 ‘잘하는 행동’ 혹은 ‘김씨 부인이 좋아하는 행동’이라고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씨 부인이 짖는 사랑이를 제지하려고 ‘안돼’라고 소리치거나 손을 뻗으면 사랑이가 자신을 칭찬하는 줄 알고 더욱 흥분하게 된다”며 “사랑이가 김씨와 단둘이 있을 때는 자신을 보살펴줄 존재가 김씨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해 이럴 때만 김씨에게 잘 보이려 행동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김씨 부부에게 “사랑이가 흥분하더라도 아무 반응도 해주지 말고 둘이 함께 곧바로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라”고 조언했다. 문밖에서 사랑이가 아무리 짖어도 가만히 있다가 사랑이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면 그때 밖으로 나와 사랑이에게 간식을 주라고도 했다.

    이같은 방법을 한 시간 동안 여러 번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랑이는 집으로 들어오는 김씨 부인을 보고도 흥분하지 않았고, 김씨가 다가서더라도 얌전히 있었다. 박씨는 “하루에도 눈에 띄게 문제 행동이 교정될 수 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며칠, 몇 주 동안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반려동물의 의사 표현이나 습성에 대해 전문지식을 토대로 원인을 파악해 교정해주는 직업이다. 반려동물 소유주의 고민을 상담해주거나 반려동물을 키우는 방법을 교육하기도 한다. 정부는 2014년 발표한 ‘신직업 육성계획‘에서 ‘애완동물행동상담원’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반려동물행동교정사를 신직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 직접 방문해 반려동물 행동 교정…의뢰인의 반려동물 대하는 습관 바꾸기도

    반려동물행동교정사의 업무는 반려동물의 소유주와의 상담으로 시작된다. 소유주가 어떤 문제를 겪고 있고, 반려동물이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반려동물의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 소유주가 한 일 등 여러 항목으로 이뤄진 설문지를 소유주가 작성하면 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나눈다.

    상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반려동물행동교정사가 직접 의뢰인의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반려동물행동교정사가 직접 반려동물의 문제를 보고 행동교정 프로그램을 설계해주기 위해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알려주고 올바르게 반려동물을 대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대부분의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해결된다. 반려동물의 문제 행동 대부분이 소유주의 잘못된 행동 습관으로 인해 발생하기 때문에 간단한 교육법을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

    박보연씨는 “반려동물들의 문제점은 대부분 함께 사는 사람들이 무심코 하는 행동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 사람들의 행동을 고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라며 “의뢰인들이 알고 있는 반려동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정확한 지식을 통해 설득시키는 일이 주된 업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반려동물이 사는 공간을 둘러보고 반려동물이 지내기에 적합한 환경인지 조언해주기도 한다. 문제가 있으면 반려동물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반려동물용품을 재배치하거나 행동교정에 필요한 도구를 추천해준다. 행동 교정이 이뤄지는 과정을 여러 번에 걸쳐 점검하고, 재방문을 통해 수시로 프로그램을 수정하기도 한다.

    ◆ 영국에서는 이미 전문 직업...국내서는 한달 1000만원 수입 올리기도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다른 국가에서는 동물과 주인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조언·상담·교육을 해주는 전문가가 하나의 직업으로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영국에서는 ‘동물행동상담원(Pet Behavior Counsellor)’이 전문 직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영국직업정보시스템에 동물행동상담원이 약 750개의 직업 중 하나로 수록되어 있다.

    영국에서 동물행동상담원이 되기 위해서는 고등교육기관에서 동물행동과 관련된 학위를 받아야 하고, 이후 APBC(Association of Pet Behaviour Counsellors·동물행동전문가협회) 등 전문 기관에서 훈련받아야 한다. 대부분 자영업자로 활동하며 상담료로 시간당 85~250파운드(약 12만~35만원)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아직 반려동물행동교정사라는 직업은 생소하다. 애견훈련사라는 직업은 오래전부터 있었지만, 훈련소에서 반려동물이 특정 행동을 하도록 훈련하는 직업이라 반려동물들의 잘못된 행동을 의뢰인·가정 환경에 맞게 교정시키는 것과는 직업적인 성격이 다르다. 정호원 반려동물관리협회 이사는 “최근에는 애견훈련사가 강압적으로 반려동물을 다룬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퍼지면서 반려동물행동교정사로 전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애견훈련소도 반려동물행동교정 전문 업체로 업종을 전환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공인된 국가 자격증은 없다.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등 민간단체에서 민간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습성과 의사 표현 등 동물 행동에 관한 지식, 훈련매뉴얼 등의 지식을 취득해 이론 시험을 통과하면 약 16시간 동안 실습 교육을 받은 뒤 실무평가에 통과해야 한다. 동물보호법으로 인해 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이나 마약류로 인해 벌금형 이상을 선고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학력이나 경력, 연령 제한 없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곧바로 반려동물행동교정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반려동물들의 여러 가지 행동 유형을 접하고 실제로 교정해주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정호원 이사는 “반려동물도 인지 능력을 갖춘 생명이기 때문에 성격이 모두 달라 많은 유형을 접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 1년 이상 현장 경험을 쌓으면 전문가 수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대부분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를 통해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반려동물 관련 커뮤니티를 통해 의뢰인을 모집한다. 여러 반려동물행동교정사가 모여 전문 업체를 꾸리기도 한다.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1회 방문에 평균 3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상담에서 행동교정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1~2시간이다. 한 차례 방문 만으로 반려동물의 행동을 모두 고칠 수 없는 경우도 많아서 한 가정당 2~3회씩 방문하기도 한다. 서울에 있는 반려동물행동교정사가 다른 지역으로 와달라는 의뢰를 받을 경우 1회 비용에 교통비를 추가로 받는다.

    박보연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입소문을 한 번 타면 일주일에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10차례까지 방문 교육을 하고 있다”며 “한 달에 많으면 1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일반적으로 일주일에 3회 정도 상담과 방문 교육을 진행하고 한 달에 250~300만원을 번다”고 덧붙였다.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별다른 사업 자금이 없어도 창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씨는 “행동 교정을 위한 간식이나 용품을 둘 공간만 있다면 사무실이 없어도 얼마든지 창업을 할 수 있다”며 “자가 차량 등 개인 이동 수단을 활용해 전국적으로도 활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동물 사랑하는 마음 갖춰야…의사소통 능력·친화력 필수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동물을 사랑하고 인간과 동등한 관계로 보는 사람에게 적합한 직업이다. 동물의 행동을 강제로 바꾸려 하지 않고 교감을 통해 행동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관찰력과 인내심, 끈기도 필요하다. 반려동물의 문제행동은 단기간에 고쳐지지 않는다. 며칠에서 몇 달까지 기간을 두고 반려동물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교정시키는 집중력을 갖춰야 한다.

    정호원 이사는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생명을 다루는 직업이기 때문에 높은 윤리의식도 갖춰야 한다”며 “의뢰인들에게는 반려동물이 사람과 같은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에 내 아이를 돌본다는 마음가짐이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의사소통 능력과 친화력, 말주변이 있다면 업무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반려동물을 직접 교육하는 일뿐만 아니라 의뢰인과 그 가족들을 설득하는 업무도 해야 한다. 박보연 반려동물행동교정사는 “의뢰인에게 반려동물의 상태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의뢰인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적극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좋다고 말했다.

    [新직업열전] “기계 아닌 생명이라 설득하는 보람”…1000만 반려인들의 구세주 될 ‘반려동물행동교정사’
    ◆ 2020년 반려동물 산업 5조8000억원 규모 성장…“다양한 업종 진출 가능”

    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이 성장하면서 반려동물행동교정사의 장래도 밝다고 전망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5년 발표한 동물보호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 다섯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비중은 해마다 꾸준히 늘었는데, 2010년 17.4%, 2012년 17.9%에서 2015년 21.8%로 증가세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457만 가구로 약 1000만명에 달한다.

    반려동물 관련 시장도 커지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반려동물 거래 시장을 제외한 국내 반려동물 관련 산업 시장은 1조2000억원 규모이다. 반려동물 거래 시장까지 더할 경우 1조8000억원에 달한다. 2012년 9000억원에서 3년 만에 2배로 커진 셈이다. 2020년에는 5조8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호원 이사는 “반려동물을 위한 미용실이나 카페, 유치원, 전문 병원 등 다양한 반려동물 관련 산업이 발달하면서 서비스 차별화 전략 차원으로 반려동물행동교정사를 고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반려동물 관련 정책에 관심이 높아 반려동물행동교정사의 활동 영역도 넓어질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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