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야권으로 번진 금호타이어 매각 논란…"중국업체 인수 안돼"vs"대선 앞둔 포퓰리즘"

  • 정원석 기자

  • 입력 : 2017.03.19 18:10 | 수정 : 2017.03.20 08:33

    문재인·안희정·이재명 “고용유지 우선돼야…中업체 인수 재검토”
    산은 등 금융권 “박삼구 회장 엉뚱한 공세…고용유지 등 계약조건에 포함”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추진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매각에 대해 야권이 일제히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야권의 대선주자 1차 경선이 이번주말 광주, 전남, 전북 등 호남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의식한 야권이 ‘호남 민심 끌어안기’ 차원에서 금호타이어 지키기 행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에서는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공장 및 고용유지’를 매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중국 업체로의 매각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호남에 지역기반을 둔 국민의당도 박지원 대표 등이 중국업체에게 유리한 매각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관련 언론 설명회에서 김세영 금호아시아나그룹 상무가 우선매수권자에게만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금호아시아나 본사에서 열린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 관련 언론 설명회에서 김세영 금호아시아나그룹 상무가 우선매수권자에게만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금호타이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한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 상황을 바라보는 호남인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금호타이어는 광주, 곡성, 평택에 공장이 있고 3800명 직원이 근무하는 일터”라면서 “(금호타이어 매각은) 국내 공장의 고용유지가 매각의 조건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장이 떠나거나 규모를 줄이면 안 된다. 어떤 특혜 논란도, 먹튀 논란도 있어서는 안 된다. 금호타이어 매각은 단순히 금액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후보는 현재 산은 등 채권단과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와의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더블스타의 기업규모나 기술수준을 볼 때 단기간에 기술을 확보한 후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며 “금호타이어의 제2의 쌍용차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도시바 메모리 사업부문 인수전에서 일본 정부도 민관 합작펀드에 대한 우회적 자금지원을 통해 중국기업의 도시바 인수 저지 노력을 하고 있다”면서 “정부는 금호타이어 협력업체와 노조가 참여하는 민관합작펀드를 구성해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안희정 캠프의 박수현 대변인은 “금호타이어가 방산업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평가기준과 절차상 하자를 고려할 때 재입찰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 측은 재입찰시 적정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광주시 차원의 반관반민펀드를 설립·인수해 적정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도 박지원 대표가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중국업체와 우선매수협상권을 가지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의 동등한 협상을 요구했다.

    박 대표는 “중국 더블스타에 허용한 컨소시엄 구성을 박삼구 회장에게도 허용해야 한다”면서 “금호타이어에 대한 불공정 매각추진에 대해 반대입장을 분명히 밝힌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의 경제 보복이 극심한 이때에 정작 인수를 강력히 희망하는 박삼구 개인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락치 않고, 중국 더블스타에게만 컨소시엄 구성 등 특혜를 주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며 “국회 정무위 등 관련 상임위를 소집해 매각 추진과정의 불공정행위를 따지고 시정을 촉구하겠다”고 강조했다.

    금호타이어 매각 논란은 지난 13일 채권단이 금호타이어 지분 42.01%를 중국 타이어업체인 더블스타에 9550억원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금호아시아나그룹측은 박삼구 회장이 갖고 있는 우선매수행사권을 자신들이 주도하고 있는 컨소시엄도 행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 박삼구 회장 등은 4월13일까지 채권단에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를 밝혀야 한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더블스타와 체결한 주식매매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인수할 지 여부만 결정해서 채권단에 통보하면 된다”면서 “컨소시엄을 우선협상 대상에 포함시킬 지 여부는 계약 조건 등을 검토하면서 결정할 문제인데, 박 회장측이 엉뚱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금융권에서는 ‘컨소시엄을 매매 계약 주체로 인정해달라’는 박 회장의 요구를 대선을 앞둔 정치적 불확실성에 기댄 ‘벼랑 끝 전술’로 보고 있다. 중국 자본의 국내 업체 인수에 대한 호남 지역의 부정적인 인식을 지렛대 삼아 금호타이어 인수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 한다는 얘기다.

    금호타이어 사업장이 있는 광주 전남 지역에서는 회사를 인수해서 기술만 빼간 쌍용자동차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쌍용차는 지난 2004년 중국 상하이차에 인수됐으나 상하이차는 2009년 대규모 구조조정과 함께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한국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후 쌍용차는 2011년 인도 마힌드라에 인수됐다.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해 호남에서는 거부감이 상당하다.

    윤장현 광주시장도 지난 18일 “최근 제기된 불공정 시비에 대해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며 “또 지역민들이 납득할 만한 후속 조치를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 경총은 “상하이차는 쌍용차의 뛰어난 SUV 생산기술만 빼간 ‘먹튀자본’의 대명사로 여겨지고 있다”며 “금호타이어는 군의 전투기와 군용타이어를 공급하는 국내 유일의 방산업체로 국가안보와도 직결된다”고 주장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쌍용차 매각의 후폭풍 때문에 산은 등 채권단이 더블스타와의 계약 조건에 고용유지 의무 및 기술반출 금지, 공장이전 불허 등의 조항을 집어넣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박 회장 측이 합리적인 협상보다는 지역정서에 기반한 포퓰리즘적인 정치공세로 협상틀을 깨려고 한다는 의혹이 금융권에서는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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