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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꽃·나무·열매에서 추출한 물질을 한번 더 발랐다...나노셀 TV용 디스플레이 만드는 LGD 파주 사업장 가보니

  • 파주=이다비 기자
  • 입력 : 2017.03.19 10:00

    커다란 유리 상차처럼 생긴 곳에서 가로 세로로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7세대(1950x2250) 마더글라스(Mother Glass·원판 유리기판)가 빛을 쬐고 있다. 유리 상자처럼 생긴 것은 ‘노광기’로, 마더글라스에 빛을 쬐어 회로를 그려주는 장비다. 노광기에 들어오기 전 마더글라스는 구리배선을 입혔기 때문에 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2003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구리배선 기술은 전기 신호의 왜곡이 거의 없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신호를 보낼 수 있어, 디스플레이의 응답속도나 휘도 등을 개선해준다. 마더글라스는 0.5mm 두께에 불과하다. 거대한 로봇팔이 마더글라스를 노광기로 옮길 때마다 마더글라스가 출렁거릴 정도로 얇다.

    이 마더글라스에 빛의 투과율을 조절하는 액정(Liquid Crystal)과 빨강, 파랑, 초록 등 컬러필터(color filter)를 입히고 각종 회로와 편광판(Polarizer·원하는 빛만 골라 투과시키는 필름) 등을 부착하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완성된다.

    LG전자가 최근 발표한 프리미엄 LCD TV 제품인 ‘나노셀(Nano Cell)’ TV용 디스플레이는 비밀스러운 과정이 하나 더 추가된다. 편광판 표면에 자연에서 채취한 약 1나노미터(nm)의 나노 염료 입자를 입혀 색재현율과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이다.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나노셀 TV에 적용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 LG전자 제공
    경기도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연구원들이 나노셀 TV에 적용되는 편광판을 살펴보고 있다. / LG전자 제공
    17일 경기도 파주시의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에 방문해 LCD 패널 생산 과정을 지켜봤다. 이날 들어간 곳은 P7로 불리는 길이 250m 높이 40m에 달하는 건물이다. LCD 패널을 제조하는 각종 설비의 높이가 십여 미터에 달해 건물 크기역시 총 4개의 층으로 이뤄져 있다. 노광기서 마더글라스가 빛을 쬐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클린룸(Clean Room)이다. 공장 자동화가 100% 돼 있어 모든 공정에 로봇이 투입된다. 로봇팔이 마더글라스를 각 공정으로 부지런히 옮긴다. 온도는 20도 초중반에 맞춰져 있다.

    165만5000㎡(약 51.3만평) 규모의 LG디스플레이 파주 사업장은 대형 TV용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디스플레이를 주로 생산하고 있다. 현재 LCD 생산라인인 P7, P8, P9와 올레드 생산라인 E3, E4, 모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 연구개발만 5년…”나노셀은 친환경적인 고색채 기술”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나노셀을 개발하기 위해 5년의 연구개발 과정을 거쳤다. 나노셀이란 LCD 패널 위에 약 1나노미터(nm·10억 분의 1미터) 크기의 미세 분자구조를 덧입힌 기술이다. 올레드 TV에 쓰이는 자발광 소자와는 다르다. 꽃, 나무, 열매 등 자연에서 채취되는 물질이 나노셀을 만드는 물질로 쓰인다. 나노 물질은 패널 전체에 분포돼 있다.

    이희영 LG전자 TV상품기획팀 부장은 “현재 나노 물질은 카드뮴 등 유해물질이 적용돼 있지 않은 친환경적인 고색채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듀얼 프리미엄 전략으로 올레드(유기발광다이오드) TV와 함께 LCD TV인 나노셀 TV를 선보이고 있다. 올해 출시한 3세대 슈퍼 울트라HD TV에 나노셀 기술이 처음 사용됐다.

    나노셀은 색의 파장을 나노 단위로 조정해 많은 색을 기존보다 정확하게 표현하며 시야각에 따른 색 왜곡을 줄였다. LCD TV는 시야각에 따른 색 왜곡이 발생하는데, 나노셀 TV는 화면을 정면에서 볼 때와 60도 옆에서 볼 때 색 정확도 부분에서 차이가 없다.

     나노셀 TV 구조 / LG전자 제공
    나노셀 TV 구조 / LG전자 제공
    TV 화면에 반사되는 빛의 양도 기존제품보다 30% 이상 개선했다. 나노셀은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도 흡수하기 때문에 밝은 등이 켜져 있어도 화면에 비치는 불빛에 방해받지 않고 TV를 시청할 수 있다.

    손영준 LG디스플레이 상무는“편광판은 여러 방향으로 진동하면서 입사되는 자연광을 한쪽으로만 진동하는 빛으로 바꿔 투과시켜주는 필름인데, 나노셀의 나노 입자는 구조상 편광판에 입혀져 있어 별도로 공정을 추가하거나 제품의 설계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론적으로는 현재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모든 디스플레이를 나노셀 디스플레이로 생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프리미엄 TV 시장 치열...향후 나노셀 적용 모니터도 나온다

    올 한해 TV 시장에서는 프리미엄 TV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올레드 TV와 나노셀 TV를 선보이며 듀얼 프리미엄 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경쟁사인 삼성전자도 지난 14일 신제품인 QLED TV를 시장에 출시했다. 각 사는 색 재현율이나 색 정화도, 컬러볼륨 등 각 제품의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강경진 LG전자 TV화질팀 연구위원은 “각 사에서 내놓은 프리미엄 TV들이 시장에 본격 출시되면 소비자들이 직접 비교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 TV 색 표현력과 화질 기술 등이 점점 발전하면서 새로운 TV 국제표준이나 측정법이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올레드 TV만큼이나 나노셀 TV에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희영 부장은 “세계 TV 시장에서 올레드 TV 점유율이 높아졌지만 아직 LCD TV가 전체 2억7000만대 중 2억4000만~5000만대를 차지하고 있다”며 “이 수요에 맞춰 LG전자는 현재 생산하고 있는 LCD TV 중 나노셀을 적용한 프리미엄 TV를 선보였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향후 다른 제품에도 나노셀 디스플레이를 적용할 예정이다. 이희영 부장은 “프리미엄 모니터에도 나노셀을 적용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진 연구위원도 “화질이 중요시 되는 제품이 TV인 만큼, TV에 제일 먼저 나노셀을 적용했다”며 “모니터 등은 TV와 사용환경이 다르므로 각 제품 특징에 맞춰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노셀 기술이 적용된 LG전자 슈퍼 울트라HD TV / LG전자 제공
    나노셀 기술이 적용된 LG전자 슈퍼 울트라HD TV /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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