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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이마트-전통시장 상생 잘한다는 중곡시장 가봤더니…"이제는 개인 대형슈퍼가 문제"

  • 안재만 기자
  • 박수현 기자
  • 입력 : 2017.03.18 07:05

    “대기업(이마트를 지칭)이요? 저희랑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마트보다는 시장 상인들보다 자본력이 있는 개인 대형 슈퍼마켓이 문제예요.”

    지난 13일 오후 5시. 서울시 광진구 중곡제일골목시장(이하 중곡시장)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이마트에는 딱히 불만이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잘 합니더(합니다). (기자가) 왜 왔으요(왔어요)?”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상인이 있었을 정도다. 지난해 10월 유통학회 포럼에서 ‘상생’의 대표 사례로 언급될 만하다는 느낌이었다.

    중곡시장 안쪽에 위치한 SSM(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2014년 9월부터 채소, 과일, 수산물 등 신선식품은 일절 팔지 않는다. 제품은 비치해놓지 않고 채소, 과일, 수산물을 파는 인근 점포를 소개할 뿐이다.

    중곡제일골목시장 내 자리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 입구 옆에 ‘채소, 과일,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함께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시장 점포 지도를 내걸었다./ 박수현 기자
    중곡제일골목시장 내 자리한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 입구 옆에 ‘채소, 과일,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과 함께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시장 점포 지도를 내걸었다./ 박수현 기자
    이마트에 따르면 신선식품을 팔지 않음에도 에브리데이 매출은 그 전과 비교해 그다지 줄지 않았다. 인근 지역의 소비자들이 비(非) 신선식품이나 공산품은 에브리데이에서 구매하고 신선식품은 전통시장에서 구매하는 ‘윈윈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이마트가 상생에 적극적으로 나선다고 느끼면서 인근 상인들이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 공산품을 구매할 정도다.

    양측 ‘상생 효과’의 빛이 바래기 시작한 것은 인근 D마트가 공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부터다. 2012년 개점한 개인 소유의 D마트는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신선식품을 팔지 않기로 한 때부터 공격적으로 신선식품 판매를 시작했다. 이른바 ‘이마트에 가면 한번에 장을 볼 수 없지만, D마트는 다르다’는 식으로 홍보한 것이다.

    한 시장 관계자는 “우리뿐 아니라 다른 지역 시장을 봐도, (여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대형마트보다는 개인 소유의 대형 슈퍼마켓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몇 년 새 전국적으로 ‘식자재마트’나 ‘왕도매’ 등의 이름을 가진 대형 슈퍼마켓이 대량으로 늘었다”면서 “이 중 상당수 점포는 주인이 한명인 것으로 안다. 이들 기업이 오히려 상생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상생’ 위해 신선식품 품목 뺀 이마트 에브리데이…매출 감소 예상보다 미미

    중곡시장은 지난 2014년 9월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과 상생 협약을 맺었다. 협약에 따라 이마트 에브리데이는 “채소, 과일,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으니 중곡제일시장을 이용해달라”는 내용의 안내문과 함께 가게 위치가 표시된 시장 지도를 설치했다. 신선식품이 빠진 자리에는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문구류 등 대체 품목을 새로 진열했다.

    중곡시장과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상생은 당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대기업 유통업체와 전통시장의 골목상권 다툼이 계속되는 가운데, 처음으로 ‘갑’이 스스로 주요 품목을 철수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은 지난 2011년 문을 열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 내부./ 박수현 기자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 내부./ 박수현 기자
    중곡시장 상생 사례는 지난해 10월 열린 유통학회에서도 전통시장과 대기업간의 대표적인 상생 성공 사례로 거론됐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중소기업학회장)는 “대형마트가 전통시장과 상생하기 위해 품목을 양보하는 일은 거의 없다”며 “특히 신선식품은 전체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품목이라 당시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이 상생모델 1호점으로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중곡점에 이어 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일산점, 사당점도 신선식품을 철수했다. 이들 매장은 신선식품을 팔지 않는 것은 물론, 전통시장의 ‘대목’인 명절에는 시장 먹거리를 홍보하는 공동 전단을 발행하기도 한다.

    비슷한 시기 이마트 에브리데이 일부 점포처럼 SSM이 상생을 위해 일부 품목을 포기하는 사례는 있었다. 하지만 매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품목을 골라 제외하는 경우가 대다수라 상인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어려웠다. 특히 2011년 망원시장에 입점한 홈플러스 합정역 메세나폴리스점의 경우, 고작 순대 등 먹거리 일부만 판매 품목에서 제외해 오히려 상인들의 불만에 불을 지피기도 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이 신선식품을 철수한 직후 중곡시장엔 변화의 바람이 찾아왔다. 이마트 에브리데이를 이용하던 주부들이 시장내 신선식품 점포들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전통시장 매출이 늘었다.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에 따르면 전통시장 할인 쿠폰 판매도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신선식품을 철수한 직후 한달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마트 에브리데이의 경우도 당초 예상만큼 매출이 줄지 않았다.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 관계자는 “신선식품을 빼면서 매출이 최대 3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첫달부터 지금까지 한자릿수 정도 줄어든 수준”이라고 했다.

    ◆ 반사이익 얻은 개인 대형슈퍼…상인들 “지금은 개인 대형슈퍼가 더 문제”

    다만 상생의 기쁨을 만끽할 틈도 없이 개인 대형슈퍼마켓이 새로운 걱정거리로 급부상했다는 것이 상인들의 설명이다. 2012년 시장 내에 개점한 개인 대형 슈퍼마켓 D마트가 2015년 이후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어서다.

    D마트는 2012년 개점 당시 하루 매출이 1000만원선이었고, 이마트 에브리데이 중곡점이 신선식품을 철수한 이후 2015년부터는 하루 매출이 최대 5000만원까지 오를 정도로 탄력을 받았다.

    중곡제일골목시장에서 약 10m 떨어진 ‘D마트’ 내부. 저녁 시간을 맞아 주부들이 장을 보고 있다./ 박수현 기자
    중곡제일골목시장에서 약 10m 떨어진 ‘D마트’ 내부. 저녁 시간을 맞아 주부들이 장을 보고 있다./ 박수현 기자
    시장 내 채소 가게에서 근무한다는 최모씨는 “D마트는 물건을 대량으로 들여와 낮은 가격으로 팔아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면서 “개인 슈퍼마켓이긴 하지만 자금력이 되다보니 상인들이 일대일로 붙어선 승산이 없다”고 했다. 과일을 파는 상인 김모씨도 “D마트는 수입산 과일도 팔고 어지간한 것은 다 팔기 때문에 경쟁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D마트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D마트 관계자는 “경쟁력 있는 상품을 구비하는 것은 시장 상인들의 역량에 달렸다”며 “또 우리 마트에 왔다가 시장에서 다른 품목을 사가는 고객도 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적으로 모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박태신 전 중곡제일시장협동조합 이사장도 “가격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 시장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과 서비스 개발에 나서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통시장 상생 정책이 대기업에 대한 ‘출점 제한’, ‘판매 품목 제한’ 등 규제 방식으로 진행되다 보면 나타날 수밖에 없는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미 상당수 상권에서 대기업에 대한 규제로 인해 일부 개인 슈퍼마켓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면서 “단순히 대기업을 억누르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식자재마트’, ‘왕도매마트’ 등 일부 개인 슈퍼마켓 브랜드가 전국적으로 몇개나 되는지 파악 중”이라며 “상당수 점포의 실 소유자가 한두명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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