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영업이익률 세계 1위… 한국타이어 '목숨 건 R&D 투자' 76년

  • 김참 조선비즈 자동차팀장

  • 입력 : 2017.03.18 07:00

    20년 만에 세계 11위서 5위로 뛴 비결
    R&D 비용 10년간 98% 늘어 총매출액 대비 2.3%, 글로벌 상위 7개 사의 평균보다 높아

    세계 11위(1997년) 변방 기업에서 세계 5위(생산량 기준·2016년)로 도약. 20년 새 매출액은 5.3배, 영업이익은 9.6배 증가. 영업이익률(16.7%)은 브리지스톤(15.0%), 미쉐린(12.9%)을 능가하는 세계 1위로 한국 제조업 평균 영업이익률(5.1%)의 세 배 수준. 올해 창업 76년을 맞은 한국타이어가 지난해 거둔 '경영 성적표'다.

    1997년 당시 주로 국내 완성차 업체에만 신차용 타이어(OE)를 판매했던 이 회사의 올해 OE 공급 대상은 포르쉐·벤츠·BMW·아우디·도요타·닛산·혼다 등 45개 완성차 브랜드 310여개 차종이다. 60년 가까이 만년 로컬 기업이던 한국타이어가 아시아 2위, 세계 톱5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비결을 위클리비즈가 해부했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테크노돔(Technodome) 전경.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인 연구동과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의 레지던스 건물로 구성된 테크노돔은 한국타이어의 혁신적 신기술 개발의 메카이다.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한국타이어 테크노돔(Technodome) 전경.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인 연구동과 지상 7층, 지하 1층 규모의 레지던스 건물로 구성된 테크노돔은 한국타이어의 혁신적 신기술 개발의 메카이다. /한국타이어 제공
    'R&D'와 세계 1위 '생산 효율'이 雙頭마차

    작년 10월 대전 대덕연구단지 안에 A매치 축구장 10개 규모로 2664억원을 들여 완공된 '테크노돔'은 이 회사 연구개발(R&D)의 심장부다. 원형(圓形) 모양 외관에 중앙에는 광장을 조성한 미국 애플사의 신사옥과 닮은꼴이다. 칸막이가 없는 개방 공간에서 연구원들이 자유롭게 일하는 구조다. 미국·중국·독일·일본 등 4개 해외 연구소와 이곳은 수시 화상(畵像)회의 등 24시간 협업하며 대륙·지역별 도로 환경, 기후, 운전자 성향을 바탕으로 '맞춤형 R&D'를 한다.

    총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2.3%로 글로벌 상위 7개 타이어사 평균(1% 후반·2015년 기준)보다 높다. 2006년 750억원에서 2015년 1490억원으로 10년 새 98% 정도 늘었고 418명이던 연구원은 686명이 됐다. 해외 R&D 센터 인력을 포함하면 1000여명이다.

    "7~8%대이던 영업이익률이 4.7%로 급락했던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2008년)에도 R&D 투자와 연구 인력은 11억원, 10여명 각각 더 늘릴 정도로 R&D에 목숨 걸며 노력한 게 적중했습니다."(송용언·대한타이어협회 기술실장)

    그 결과 이 회사는 경쟁사인 미쉐린과 콘티넨탈(독일)과 맞먹는 100여개 제품에서 5000개가 넘는 규격 물건을 내놓고 있다.

    한국타이어

    글로벌 타이어 최상위 10개 사의 공장 생산능력은 보통 연간 70만~1000만개인 반면, 한국타이어 공장의 생산능력은 대전(2400만개), 금산(2240만개), 자싱(중국·2000만개) 모두 글로벌 평균의 2~4배 수준이다. 공장 대형화와 단위당 생산원가 절감을 통해 생산 효율 세계 1위를 달성한 것이다. '규모의 경제'와 생산 고(高)효율은 회사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매출액 증가율보다 두 배 높게 만든 원동력이다. 한 공장에서 타이어 2000만개를 생산하면, 500만개 만들 때보다 1인당 생산성이 30% 정도 향상되는 원리에서다.

    진취적인 해외 진출… 남다른 현지화 전략

    외환 위기 충격을 겪던 1998년 한국타이어는 중국 저장성 자싱(嘉興)에 중국기술연구개발센터를 세웠다. 이듬해 자싱과 장쑤성 화이안(淮安)에 공장을 설립해 중국에 진출한 외국 타이어 1호 기업이 됐다. 현지에 마땅한 타이어 구매선(先)이 없던 상하이폴크스바겐, 베이징현대 등 중국 현지 합작 회사로부터 주문이 밀려들었다.

    토종 타이어 기업의 제품 경쟁력이 열악하고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을 선점(先占)한 것이다. 자싱·화이안과 충칭 공장에서 연간 364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는 한국타이어의 중국 시장 점유율(12%)은 최선두권이다. 2007년에는 헝가리 공장(연간 1700만개)을 세워 유럽에 뛰어들었다. "'품질 지상주의(至上主義)'에 매진하다 보니 아우토빌트·아디아체 같은 독일과 유럽 자동차 전문지의 타이어 품질 조사에서 연속 1위를 차지했지요. 소문이 퍼지면서 BMW 등 프리미엄 완성차 브랜드가 신차용 공급을 위한 테스트를 해보자고 먼저 제안해왔습니다."(김형남·한국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

    2013년부터는 벤츠·BMW·아우디 등 독일 3대 프리미엄 브랜드에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시작했다. 한국 기업 사상 첫 쾌거였다.

    하지만 2007년 준공한 헝가리 공장의 경우 초기 가동률은 60%대에 머물렀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아 근로자들의 충성도가 취약했던 탓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지인을 매년 100명씩 한국으로 초청해 두 달간 연수를 시키며 한국 문화와 기업 문화를 교육시켰다. 서승화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특강, 만찬, 등산 같은 행사를 직접 주재하며 기업 비전과 핵심 가치, 사명(使命) 등을 공유했다. 일부 관리 직원을 제외한 나머지 직원은 모두 헝가리인으로 뽑았다. 헝가리 공장의 가동률은 2년 만에 100%가 됐다.

    "4개 대륙별 본부가 관할 지역의 생산·판매·개발을 책임지는 시스템을 구축해 환율과 지역별 경기 변동 등에도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글로벌 경영 시스템을 갖춘 것도 강점입니다."(송선재·하나금융투자 타이어담당 애널리스트)

    高價 프리미엄 제품으로 '一石二鳥'

    한국타이어의 필살기(必殺技)는 초고성능(UHP·Ultra High Performance) 제품이다. 타이어의 도로면 접지력을 높여 주행 성능 강화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UHP 제품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22%에서 지난해 35%가 됐다.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 전용 제품인 3세대 런플랫 타이어(타이어에 구멍이 나도 차체를 안전하게 지탱해 최대 시속 80㎞의 속도로 최장 80㎞ 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제품)를 비롯해 자가봉합 타이어(실가드 타이어), 저소음 타이어(사일런트 타이어) 등 최첨단 타이어가 대표 사례다. "런플랫 타이어 등 최첨단 타이어를 프리미엄 브랜드 신차용으로 공급하는 곳은 한국타이어를 포함해 글로벌 최상위 7개 사뿐입니다."(정효준·R&D본부 팀장)

    특히 BMW 7시리즈, 벤츠 E클래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하이엔드 차량에만 장착되는 런플랫 타이어는 기술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함께 상승시키는 1석2조 효과를 낳는 효자 상품이다.

    신차용 타이어 신규 공급에서 발생하는 '인지도' 향상 요인은 시장 규모가 두 배 정도 큰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 판매를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타이어

    56년 연속 노사 無분규… 투명·소통 문화

    한국타이어는 오너 일가와 전문 경영인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효과적이고 투명한 역할 분담을 하는 모범 사례이다. 한국타이어가 효성그룹에서 분리된 1981년부터 경영을 해온 조양래(80) 회장은 88년부터 최대 주주 지위만 유지하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한국타이어는 전문 경영인인 서승화(69) 대표이사 부회장을 중심으로 조양래 회장의 장남인 조현식(47)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지주회사) 사장과 차남인 조현범(45) 사장이 상호 협력하며 '3각 경영 체계'로 움직인다.

    2007년부터 현직을 맡고 있는 서 부회장은 대표이사(CEO) 취임 전까지 한국타이어 근무 기간 34년 중 17년 동안 구매·마케팅·수출 등 해외 부문에서 일했다.

    1962년 설립 후 지금까지 56년 연속 무분규 행진하는 노사 평화도 돋보인다. "회사의 주요 경영 정보를 100% 투명하게 공개하는 '노사 정보 공유 간담회'를 매월 개최하고 문제가 발생할 때 즉각 논의할 수 있는 '상시 노경(勞經) 협의체'를 갖는 등 노사 간 충분한 소통이 비결입니다."(권혁진·기업커뮤니케이션담당 상무)

    15년 이상 '장기근속 직원 인센티브 투어' '정년 연장형 임금 피크제' 같은 노사 합작 모델과 글로벌 인트라넷을 통한 소통과 협업·아이디어 제안 제도 등도 운용하고 있다.

    • 기사보내기
    • facebook
    • twitter
    • google
    • e-mail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