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분야의 인공지능(AI)으로 주목받은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의 개발 총괄자인 앤드류 노든 (Andrew Norden) IBM 왓슨 헬스 인사최고책임자(CHO)가 국내에서 왓슨을 처음으로 도입한 가천대 길병원에 대해 “환자 참여형으로 왓슨을 활용하는 점이 흥미롭다”는 평가를 내놨다. 또 왓슨은 암진단 치료법을 권고할 뿐 최종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왓슨을 이용한 신약 개발(왓슨 포 드러그 디스커버리)이나 유전자 분석(왓슨 포 지노믹스)에도 나서고 있다고도 전했다.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키메스(KIMES) 2017 컨퍼런스에서 ‘인공지능 시대, 보건의료의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한 앤드류 노든 CHO는 “길병원 의료진은 왓슨 포 온콜로지가 내린 권고를 환자에게 직접 보여주면서 대화를 나눈다”며 “사실 왓슨을 만들 때 ‘환자 참여형’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왓슨 도입으로 환자들이 의료진의 진단과 결정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의사들이 권위적으로 지시하는 특성이 있었는데, 왓슨이 진료 현장에 도입되면서 환자와 의사 간의 상호 교류 작용이 더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의미였다.
왓슨 포 온콜로지는 IBM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암 진단 인지프로그램으로, 자연어를 기반으로 사람처럼 데이터를 이해하고 추론·학습해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해주는 컴퓨팅 기술이다. 방대한 의학 논문과 자료를 빠르게 분석해 가장 적절한 치료 방안을 제시한다. 환자 진료 기록이 입력되면 축적된 의료 데이터를 동원해 단 몇 초만에 검토 결과를 내놓는다.
국내에서는 가천대 길병원과 부산대병원이 왓슨을 진료에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 건양대병원도 왓슨 도입 의사를 밝혔다.
이날 앤드류 노든 CHO는 최근 왓슨을 향해 제기되고 있는 ‘정확성’,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 ‘정보 유출 위험’에 관한 의문들에 대해서도 ‘기우’라는 입장을 내놨다.
왓슨 포 온콜로지의 임상적 정확도에 대한 근거가 미약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앤드류 노든 CHO는 “근거가 없지는 않다”며 “아직 제품이 나온지 얼마 안 된 상태이므로 정확성에 대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고, 학회 등을 통해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실 기존의 의료적 진단 역시 학습과 경험에서 비롯된 결과이며, 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서 “진정한 ‘골드 스탠다드(황금률)’가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왓슨은 학습과 환자의 데이터에 근거해 치료법과 그 이유를 권고하는 것일 뿐, 이에 대한 결정과 책임은 의사에게 있다”면서 의료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은 병원, 의사에 있다는 답을 내놨다.
정보 유출 위험성 우려에 대해서는 “IBM의 왓슨 포 온콜로지는 IBM 클라우드 상에 있는데, IBM 클라우드센터는 세계적인 수준의 보안 규제를 준수하고 있고 설령 해킹이 된다해도 환자의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데이터는 보관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IBM 왓슨 헬스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앤드류 노든 CHO는 “왓슨 포 온콜로지의 프로세스는 암 전문의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에 있고, 영어로 훈련(트레이닝)되고 있으나 다른 언어로도 확장될 것”이라며 “IBM의 의료용 인공지능 왓슨이 다양한 언어 지원을 목표로 연구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암뿐만 아니라 다른 질병으로 영역을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의사들이 보다 정확하게 병을 진단할 수 있도록 이미지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솔루션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앤드류 노든 CHO는 “최근 ‘왓슨 포 드러그 디스커버리(Watson for Drug Discovery)’를 발표하고,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면역 항암제 분야에서 신약 개발의 연구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했다.
이를 위해 왓슨에 머신러닝 기능, 자연어 처리기능, 기타 인지 추론 기능 등을 적용하고 2500만개의 제약분야의 초록, 1백만개 이상의 의학 저널과 논문, 그리고 4백만개의 특허를 학습시켰다.
왓슨 포 온콜로지에 이은 유전체 데이터 분석 기술인 ‘왓슨 포 지노믹스’는 부산대병원이 국내 의료기관 중 처음으로 도입했다.
왓슨 포 지노믹스(Watson for Genomics)는 방대한 의학 문헌, 의약품 정보,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개별 환자에 대한 치료 옵션을 추천해준다. 표적 치료 옵션을 포함해 암환자 종양의 유전자 프로파일과 암 유발이 가능한 유전적 변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인공지능의 등장으로 의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진다거나, 왓슨과 의사(사람)를 대결 구도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반론을 내놨다.
앤드류 노든 CHO는 “IBM과 저는 컴퓨터가 사람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컴퓨터는 사람이 할 수 있는 동정심, 이해심, 공감능력이 없고, 우리는 왓슨에게 이를 가르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왓슨은 사람의 편견에 방해받지 않고 방대한 양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으며, 24시간 내내 일할 수 있는 컴퓨터로서 왓슨이 의사들의 역할과 환자 치료에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4년 1월 IBM은 클라우드 기반의 왓슨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전담하는 새로운 사업 조직인 IBM 왓슨 그룹을 신설했다. IBM은 왓슨 그룹에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연구 개발에 집중하면서 클라우드 기반의 코그너티브(Cognitive) 컴퓨팅 응용프로그램과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코그너티브란 비정형 데이터를 이해하고 추론, 학습해 유의미한 결과를 제공하는 것을 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