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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TALK] 미래전략실 텅 비고, 인사·투자도 스톱… 이재용 구속 한 달… 갈피 못 잡는 삼성

  • 신은진 기자

  • 입력 : 2017.03.17 03:01

    서울 삼성전자 서초 빌딩의 최고층인 40~42층은 요즘 텅 비어 있습니다. 매출 400조원을 올리는 삼성 그룹을 이끌었던 컨트롤타워 '삼성 미래전략실'이 24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공간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세계적 IT 업계 거물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반드시 찾는 코스이기도 했죠. 그런데 지금은 책상 하나 서류 한 장 없는 빈 공간입니다. 42층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실은 그대로 있기 때문에, 새 주인을 받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서초 빌딩 모습은 지난달 1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뒤, 한 달 동안 삼성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그룹을 사실상 이끌었던 미래전략실 임직원 200여 명은 삼성전자·물산·생명 세 계열사로 나뉘어 대부분 '대기발령' 상태입니다. 그룹의 촉망받던 '핵심 인력'이 졸지에 '잉여 인력'이 돼버린 셈이죠. 여기에 사장단·임원 인사에 조직 개편까지 줄줄이 멈추다 보니 내부적으로 불만 목소리가 상당히 높습니다. 연말 인사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니 조직의 긴장감은 떨어질 대로 떨어지고, 조직원들의 피로도는 높아졌습니다. 각자 사내 정치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여기에 투자 등 사업적 측면의 차질도 적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올해 시설 투자 규모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보통 1월 4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공개했던 관행과는 대조적이죠. 삼성전자 측은 "아직 시설 투자 규모를 확정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직후에는 "연내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 이상을 시설 투자하겠다"고 밝혔는데, 실제 집행은 25조5000억원에 그쳤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설비 입고 등이 약간 지연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한 삼성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발표한 투자 계획을 100% 집행하지 못하는 일은 예전 삼성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요즘 재계에서 삼성이 사상 초유의 총수 부재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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