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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쳐모인 '3大 해운동맹' 서바이벌 게임

  • 이성훈 기자

  • 입력 : 2017.03.17 03:01 | 수정 : 2017.03.17 07:58

    해운업 불황 속 운임 할인 경쟁… 치킨 게임 재연될 가능성 높아

    한국 선사들 동맹 정식 가입 못해
    무너진 신뢰도 회복하지 못하면 글로벌 해운사 공세에 당할 수도

    세계 해운시장이 내달 1일부터 새롭게 재편된다. 세계 해운업은 보통 5년 단위로 해운동맹〈키워드〉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경쟁 체제가 구축된다. 지난 15일(현지 시각) 현대상선이 세계 최대 해운동맹인 2M과 '전략적 협력 파트너십'을 체결하면서, 향후 5년을 이끌 새로운 해운동맹 결성 작업도 마무리된 것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해운업 불황 속에서 글로벌 선사들은 인정사정없는 '치킨 게임(죽기살기식 경쟁)'을 벌였다. 선박 공급 과잉으로 작년 해운 운임은 2010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했다. 그 여파로 국내 1위, 세계 7위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파산했다.

    새로운 해운동맹 출범은 국내 해운사들엔 큰 도전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진해운 파산 후 선박 공급량이 줄면서 해운 운임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해운시장도 다소 안정됐다. 하지만 새 해운동맹이 출범하면 또다시 초반 기세를 잡기 위해 '저가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명섭 성균관대 교수는 "또다시 치킨 게임이 벌어지면, 규모가 줄어든 한국 해운업은 견디기가 이전보다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1년은 한국 해운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지 가늠할 중요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해운시장 3개 동맹으로 재편

    현재 세계 해운시장은 2M과 CKHYE, O3, G6의 4개 해운동맹으로 나누어 있다. 지난달 파산한 한진해운은 CKHYE, 현대상선은 G6의 회원사였다. 통상 해운동맹은 5년마다 해운사 간 이해관계에 따라 바뀐다. 이에 따라 오는 4월 1일부터는 현재의 4개 해운동맹이 2M과 '오션 얼라이언스' '디 얼라이언스'로 재편된다. 애초 한진해운은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했으나,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탈락했고, 지난달 공식 파산했다.

    다음 달 5년 만에 재편돼 출범하는 글로벌 해운동맹 체제
    세계 해운시장이 이 같은 3개 해운동맹으로 재편된 이유는 '규모의 경제'와 '중국 해운업 부상'이라는 변수가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가격 경쟁력을 위해 해운사들은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웠고, 초대형 선박을 투입했다. 한 번에 더 많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방식으로 운임 단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이었다. 이번에도 해운동맹의 덩치를 이전보다 더 키우는 방식으로 '헤쳐 모여'를 한 것이다. 또 중국이 지난해 3월 1·2위 선사인 코스코(COSCO)와 차이나시핑(CSCL)을 합병하면서 세계 해운시장의 주도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이번에 프랑스의 세계 3위 해운사인 CMA-CGM과 손잡고 '오션 얼라이언스'를 결성했다.

    한국 해운업 생존의 갈림길

    한진해운 파산 후 국내에는 원양 해운사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미주·아시아 노선을 인수한 SM상선만 남게 됐다. 현재 세계 해운시장에서 현대상선은 13위로, 점유율은 2.3%에 불과하다. 지난 8일 한국~태국·베트남 노선부터 운항을 시작한 SM상선은 내달 20일쯤 미주노선에도 선박을 투입할 예정이다.

    한국 해운업을 둘러싼 상황은 매우 열악하다. 우선 현대상선·SM상선 모두 해운동맹에 정식 가입하지 못해, 영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부산항을 들르는 해운 노선도 감소했다. 한 교수는 "새로 출범하는 해운동맹의 노선들을 분석한 결과, 부산항에 기항하는 외국 해운사의 노선이 25% 정도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며 "부산항 물동량이 줄어들면, 국내 해운사들의 영업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등은 해외 항만에서 터미널을 추가 확보해 운송 단가 등을 낮추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한진해운 법정관리 후 벌어진 '물류 대란'으로 한국 해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것도 큰 문제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외국 화주들로부터 '한국 해운사는 믿기 어렵다'는 항의를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선박 대형화나 항만 터미널 확보 같은 물질적 투자보다 화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더 큰 과제"라며 "그러지 않으면 글로벌 해운사들의 공세에 한국 해운업에 쓸려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해운동맹(얼라이언스·Alliance)

    해운 노선과 선박을 공유하며 하나의 회사처럼 운영하는 해운사들의 연합체를 말한다. 한 해운사가 전 세계 모든 노선에 선박을 투입할 수 없으므로, 자신이 운항하지 않는 곳에는 같은 해운동맹 소속 해운사의 선박을 이용해 물건을 나른다. 이 때문에 해운동맹 가입은 원양 컨테이너 해운사 운영에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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