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손님이 한시간 기다리는데 밥이 넘어가느냐"...은행들에 쏟아진 불만

  • 이승주 기자

  • 입력 : 2017.03.17 06:00

    # KB국민은행을 이용하는 직장인 이민규(36) 씨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은행 업무를 보기 위해 직장 주변 영업점을 세 차례 방문했지만, 매번 대기 시간이 길어져 업무를 보지 못했다. 이씨는 “밥 먹고 가면 기다리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점심을 거르고 영업점을 찾았는 데도, 40여분을 기다린 끝에 해당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KB국민은행 영업점에 근무하는 한소영(27·가명) 씨는 최근 점심을 거르거나 허겁지겁 식사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일이 잦아졌다. 대기 손님이 워낙 많아서다. 한씨는 “급하게 밥을 먹고 자리에 복귀했는데 고객들로부터 '손님들이 한 시간씩 기다리는데 밥이 넘어가느냐'와 같은 질타를 들을 때면 이런 대접까지 받아가면서 일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KB국민은행 한 영업점을 찾은 고객 약 25명이 은행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승주 기자
    KB국민은행 한 영업점을 찾은 고객 약 25명이 은행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승주 기자
    비용 절감과 운영 효율화를 위해 영업점 통폐합과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을 진행한 KB국민은행을 두고 내부 직원들과 고객들 모두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근속연수 10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올해 1월 말 직원 약 2800명을 내보냈다. 또, 영업점 통폐합 과정을 거치면서 2014년 말 기준 1161개이던 점포 수는 올해 2월 말 기준 1064개까지 줄었다.

    일하는 직원이 줄고 주변 영업점이 문을 닫으면서 가장 먼저 불편을 느끼는 것은 역시 고객이다. 지점이 줄어들면서 주변 영업점이 문을 닫게 되면 영업점을 방문하기도 힘들어지고, 다양한 영업점으로 분산됐던 고객들이 한 지점으로 몰리는데, 인력이 줄어들면서 대기 시간이 늘어났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모(28) 씨는 "해외 여행을 앞두고 환전을 하러 은행을 찾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번호표만 뽑아 놓고 밥을 먹으러 갔다 왔는데도 아직 차례가 오지 않았다"며 "간단한 환전 업무에도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릴 줄 알았으면, 그냥 명동에 있는 환전소에서 환전할 걸 그랬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직원들의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업점 통폐합으로 고객이 일부 지점에 몰리는 상황에서 일할 사람들이 회사를 나갔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영업점의 직원들에 따르면 지점에 따라 각기 다르긴 하지만 대기인원 수가 가장 많을 때는 많게는 100~190명까지도 늘어났다. 10개 창구에서 1명당 평균 5분씩 업무를 본다고 가정해도 1시간 30분 이상 걸리는 셈이다.

    국민은행 영업점의 한 직원은 “옆 지점이 통합되고 대기 손님이 갈수록 늘어나 밥 먹으러 가는 것도 눈치가 보인다”며 “잔업 때문에 걸핏하면 밤 10~11시에 퇴근하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남아있는 직원들만 죽어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도 “작년에 희망퇴직 신청 받을 때는 큰 돈 받고 회사를 나가는 직원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남아서 열심히 해보자는 욕심도 생겼었다”며 “요즘 같은 힘든 상황에서는 희망퇴직 기회만 생긴다면 바로 신청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은행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영업점 통폐합의 경우 일방적으로 줄이기만 하는 차원이 아니라 영업 효율화 과정에서 일부 지점은 폐점하고 필요한 지역은 신규 출점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사 발령 등의 문제가 있어 영업점 통폐합은 보통 연말에 한꺼번에 이뤄지는데, 이후 신도시나 대규모 공단 등 필요한 지역을 판단해 신규로 출점하는 등 영업점이 늘어날 수 있다”며 “과정에서 일부 고객이 몰리는 현상 등 불편함을 겪을 수는 있지만, 국민은행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불만에 대해서도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은 보통 점심시간이나 월말, 명절을 앞둔 시점에 업무가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희망퇴직으로 사람까지 빠졌으니 더 바빠졌다고 느꼈을 수 있다”며 “이런 문제들을 보완하기 위해 본점 직원들이 영업점으로 파견을 나가 업무를 함께 하고 파트타이머를 새로 채용했고 업무마다 창구를 분리해 ‘빠른창구’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들의 대기 시간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직원들이 돌아다니면서 대기 고객들의 업무를 확인하고 손쉽게 처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으며 비대면 채널도 확보하고 있다”며 “다만, 은행 업무 특성상 이른 아침 시간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 대기 시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객들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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