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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커창 中 총리 사퇴설 재부각시킨 인사말은 "기회가 되면..."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3.16 13:19

    리커창 기자회견 뒤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WSJ, 내년 총리 교체설 재부각
    최근 4년 가장 큰 성과 질문에 “시진핑 핵심 영도하에 안정적 중고속 성장”

    “기회가 되면 또 봅시다. 감사합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 폐막후 가진 2시간 20여분에 걸친 기자회견이 끝난 뒤 던진 이 인삿말이 그의 정치적 운명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 는 올 가을 공산당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리 총리가 두번째 5년 임기를 시작할 지 확실치 않다고 당 내부 관계자들이 언급해온 사실을 상기시켰다.

    ◆인삿말 한마디에 과도한 반응?...정치의 불투명성 부각

    WSJ는 리 총리가 첫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을 가진 2013년부터 작년까지 자리를 뜰때의 인삿말을 정리하면서 리 총리가 자신의 총리직 유임에 대해 비관을 표출한 것일 수 있다며 “권력투쟁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한 중국인의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 글을 인용했다.

    리 총리는 2013년엔 “우리는 다시 만날 겁니다.”라고 했고, 2014년과 2015년엔 “감사합니다.” 고만 말하고 자리를 떴다. 지난해엔 “내년에 다시 보기를 바랍니다.”고 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15일 전인대 폐막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중국 인대망
    리커창 중국 총리가 15일 전인대 폐막후 기자회견에서 답변하고 있다. /중국 인대망
    WSJ는 일부 (서방의)외교관들도 리 총리의 이날 발언에 숨겨진 의미가 있는 지, 본부 보고 때 어떻게 서술해야할 지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인삿말 한마디에 과도한 반응을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WSJ는 그러나 이같은 반응들은 많은 추측을 야기하는 중국의 불투명한 정치시스템을 보여준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불투명이 음모론의 토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주요 관영매체는 리 총리 기자회견 내용 전문을 게재한 코너에서 이 인삿말을 뺐지만 상업성이 강한 매체들은 이를 포함시켰다고 WSJ는 전했다.

    중화권 매체 명경(明鏡) 미디어그룹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잡지 정경(政經)이 2014년에 리커창  중국 총리의 중도사퇴설을 보도했다./정경
    중화권 매체 명경(明鏡) 미디어그룹이 홍콩에서 발행하는 잡지 정경(政經)이 2014년에 리커창 중국 총리의 중도사퇴설을 보도했다./정경

    리 총리의 중도 사퇴설은 2014년말 홍콩언론을 통해서도 제기됐던 사안으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1인 권력체제가 가속화될때마다 거론돼왔다. 총리가 맡던 공산당 재경영도소장 자리를 시 주석이 맡는 등 통상 총리가 주관해온 경제 운용을 시 주석이 직접 챙기는 행보를 보인 것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홍콩중문대학의 중국 정치 전문가 윌리 램은 WSJ에 “시 주석은 올 가을 지도부 개편 때 측근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고, 리 총리는 이 과정에서 희생자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당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를 유지하지만 총리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절 당 권력 서열 2위였던 우방궈(吳邦國)가 전인대 상무위원장(국회 의장격)을 맡은 것을 볼 때 리 총리가 전인대 상무위원장으로 옮길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시진핑 1인 권력체제 강화가 권력투쟁설 부추겨

    WSJ는 리 총리의 작은 정부 지향이 더 큰 국유기업을 주문하는 시 주석과 충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물론 중국내에서도 시 주석과 리 총리간 경제정책 충돌은 당이 영도하는 통치시스템하에서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국의 관변 연구소 연구원은 “시 주석과 리 총리 모두 경제의 성과나 특정 부문의 개혁을 얘기할 때 양면성을 얘기하는 데 특정면만을 부각시켜 대립하는 것처럼 분석하는 것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이번 양회(전인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시 주석의 1인 권력체제 공고화가 또 다시 확인되면서 리 총리의 중도사퇴설을 부추기고 있다. 리 총리는 전인대에서 발표한 정부업무보고에서 ‘시진핑 핵심’을 6차례나 반복했다. 시진핑 핵심이라는 표현은 작년초 지방정부 관료들을 시작으로 반짝 등장했다가 사라졌지만 지난해 당대회에서 시 주석이 공식으로 핵심이란 칭호를 부여받은 이후 관료들이 시 주석을 칭할 때 입에 달고 다니는 표현이 됐다. ‘핵심’이란 표현은 시진핑의 권력이 덩샤오핑(鄧小平)수준에 버금갈 만큼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리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최근 4년간 가장 큰 성과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공을 시 주석에게 돌렸다.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의 영도하에 끊임없이 거시경제 운용 방식을 혁신해 중국 경제가 시종 중고속 성장을 해 합리적인 구간에 머물도록 했다. 대규모 부양책을 통하지 않고 산업과 소비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경제구조 고도화에 진전을 이루고 신∙구 성장동력 교체를 촉진함으로써 달성했다. 더 중요한 것은 도시에 5000여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

    앞서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은 15일 폐막사에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의 강력한 영도 아래 당과 국가 각 분야에서 새로운 성취를 이뤄냈다"며 "앞으로 남은 1년간의 임기 동안 전심을 다 해 인민을 위해 국가 최고 권력 기관의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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