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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다시 침몰 위기… 'P플랜' 승부수 꺼내나

  • 이진석 기자

  • 방현철 기자

  • 전수용 기자

  • 입력 : 2017.03.16 03:00 | 수정 : 2017.03.16 08:44

    [4兆 이상 추가자금 필요]

    - 작년 2조7000억원 손실
    그동안 7조원 이상 투입됐지만 부채 비율 4000%로 다시 급등

    - 프리패키지플랜 처음 검토
    워크아웃+법정관리 대수술… 채무 강제 조정하고 신규 지원
    "차기정부로 넘기자"는 분위기도

    3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는 세계 2위 조선소 대우조선해양이 다시 침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5일 작년 2조7000억원의 손실을 봐 4년 연속 적자를 냈다고 잠정 실적을 공시했다. 2015년 10월 5조원대의 분식회계가 드러난 뒤 국책은행(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금 지원 방식으로 그동안 7조원 이상이 투입됐지만, 수주절벽이 길어지면서 최악의 자금난에 빠졌다. 불과 4개월 전 산은과 수은이 2조8000억원을 쏟아부어 7000%에서 900%로 떨어뜨린 부채 비율이 다시 4000% 이상으로 치솟은 것으로 알려졌다. 4월 만기인 4400억원 등 연내 9400억원의 회사채를 갚는 것도 힘에 부친다.

    금융위원회는 15일 "경영 정상화를 위한 모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새로운 기업 회생 방식인 '프리패키지플랜(채권단 지원 예정 법정관리·Pre-Packaged Plan)'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플랜'으로 불리는 이 방안은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전제로 3개월 정도의 초단기 법정관리를 거친다. 법원이 기존 빚을 신속하게 줄여준 뒤 채권단이 준비한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실행될 경우 대우조선해양이 첫 사례가 된다. 금융위는 파산·회생 사건 전문법원인 회생법원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해양 부채 현황 외
    작년 10월 말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한 지 5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대우조선해양이 대규모 자금난에 빠지면서 다시 돈만 퍼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채 비율 4000% 이상 급등

    대우조선해양의 위기는 2015년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산은과 수은이 4조2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키로 결정했을 당시 염두에 뒀던 2가지 전제 조건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수주액을 115억달러로 추산했는데 수주절벽에 맞닥뜨렸다. 선수금 20%(23억달러)를 받아 운영 자금으로 충당할 계획이었는데 실제 수주는 15억달러에 그쳐 선수금이 약 3억달러에 불과했다. 예상보다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가 모자라게 됐다.

    또 드릴십(시추선) 2척을 계약대로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에 인도하고 1조원의 잔금을 받을 것으로 계산했지만, 소난골의 자금난으로 무산됐다. 이렇게 비는 돈만 3조원이 넘는다. 정부 관계자는 "2019년까지 갚아야 할 회사채 1조3500억원까지 감안하면 부족한 돈이 4조원을 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1호 프리패키지플랜 검토

    현대상선 등에 적용했던 자율협약은 시중 은행들이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대안이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채권단의 75%(채권액 기준) 찬성이 필요한 워크아웃은 최대 채권자인 산은과 수은이 동의하면 가능하지만, 시중 은행들이 막대한 악성 부채를 이유로 신규 자금 지원에 참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 문제다.

    워크아웃에 들어갈 경우 해외 선사나 석유 메이저 등이 선박·해양 플랜트 발주를 취소할 수 있게 된다는 것도 큰 문제다. 발주가 취소되면 선수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보증을 선 은행들이 일단 갚아줘야 한다. 특히, 대우조선해양에 6조9600억원(2월 기준)이나 보증을 선 수은까지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이라 금융위는 '가보지 않은 길'인 P플랜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산은·수은의 지원으로 차기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연명 치료나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대수술을 하자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P플랜은 법정관리를 거치기 때문에 워크아웃보다 발주 취소 가능성이 클 수도 있지만, 기존 채무를 털어내는 만큼 신규 자금 지원의 효과는 확실하다"면서 "워크아웃은 발주 취소 위험에도 신규 자금 지원 가능성마저 낮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P 플랜을 활용할 경우 해외 선주들의 발주 취소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아웃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금융위는 산은·수은의 지원이라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면서 회사채 만기 연장 등의 보완책을 추가하는 무난한 방안과 P플랜을 동원하는 승부수 중에서 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컨트롤타워가 사라진 과도 정부의 한계

    다급하고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통령이 탄핵된 과도 정부 상태에서 대선을 앞두고 있어 기업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는 사실상 무너진 상태다. 정부 내에서는 "기존 방식대로 산은과 수은을 동원해 급한 자금 지원만 하고 차기 정부에 넘기자"는 분위기가 있다. 4월 만기 회사채 4400억원 상환까지는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의 고민이 커지고 있지만, 유일호 경제부총리의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프리패키지플랜(P플랜)

    이달 2일 회생법원 설립을 계기로 도입될 예정인 기업 구조조정 제도. 채권단이 부실기업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 계획 등 사전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하면, 법원은 2~3개월 정도의 짧은 기간에 강제적으로 채무를 조정(빚 감축)해 회생 가능성을 높여 준다. 기존 워크아웃은 채권단 이외의 채권자들을 강제할 방안이 없고, 법정관리는 신규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데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사전에 계획안을 준비한다는 뜻에서 '프리패키지플랜(Pre-packaged Plan)', 또는 줄여서 'P플랜'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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