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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그 붐비던 롯데면세점 엘리베이터가 '텅텅'…"경쟁사 반사이익도 단기에 그칠 것"

  • 박수현 기자
  • 입력 : 2017.03.15 16:44

    “이건 (평상시와 비교하면) 손님이 전혀 없는 수준이라고 봅니다.” 지난 14일 오후 2시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11층 면세점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던 한 외국인 관광객이 “사람이 너무 많아서 피곤하다”는 말을 꺼내기 무섭게 한국인 가이드를 비롯한 주변 탑승객들이 “평소에는 사람이 지금보다 2배 이상이다”, “엘리베이터 한번 타려면 20분, 30분씩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평소 같으면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찼을 엘리베이터 안은 5~6명 정도 더 탈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웠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의 트레이드마크인 ‘캐리어(바퀴 달린 여행가방)’는 단 한개도 보이지 않았다. 백화점 후문에 위치한 면세점 전용 엘리베이터는 한산하다 못해 텅 비어 있어 기자 혼자 차지하기도 했다.

    업무 때문에 백화점 본사를 자주 찾는다는 박 모씨는 “유커가 너무 많을 땐 20층을 걸어 내려오기도 할 정도였다”며 “일주일 만에 다시 왔는데 너무 한산해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내부. 평소 인산인해를 이루던 에스컬레이터 앞 쉬어가는 공간이 한산하다./ 박수현 기자
    지난 14일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면세점 내부. 평소 인산인해를 이루던 에스컬레이터 앞 쉬어가는 공간이 한산하다./ 박수현 기자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이후 중국 정부의 보복성 조치가 이어지면서 국내 유통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소비자의 날’인 15일부터는 한국 여행이 전면 금지돼 중국 관광객들의 메카, 명동 면세점은 수일 내 그 여파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중국 단체 관광객 ‘실종’…中 관광객 “돌아갈 때 韓제품 포장지는 버려야 할 정도”

    중국 관광객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화장품 매장은 그나마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하지만 매장마다 사람들이 줄서서 구매를 기다리던 진풍경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한 국산 화장품 매장 직원은 “원래 평일에는 사람이 적은 편이지만 요새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이 빠졌다”며 “지금은 그래도 개별 관광객들이 있어서 괜찮지만 이번에 여행이 금지되고 나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샤넬, 버버리, 디올 등 관광객들이 몰리는 명품관도 걸음 소리가 들릴 정도로 한적했다. 한 고급 시계 브랜드 매장에는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도 했다. 가방, 신발을 판매하는 직원들도 대부분 물건을 정리하거나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지난 14일 롯데면세점 내 매장 전경./ 박수현 기자
    지난 14일 롯데면세점 내 매장 전경./ 박수현 기자
    출산을 앞두고 휴가를 냈다는 한 중국인 관광객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로 단체 관광객들이 비자 발급받는 게 굉장히 어려워졌다”며 “한국에서 돌아오는 관광객들의 짐은 더 샅샅이 뒤져 상품 포장지는 다 버려야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함께 온 그의 친구는 “어제 왔을 때보다도 사람이 적은 것 같다”며 “친구들에게 ‘한국에 간다’고 말하면 ‘가도 괜찮은 거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관광객들 사이에서 사진 찍기 좋은 명소로 알려진 스타에비뉴에도 필리핀과 일본에서 온 관광객들만 듬성듬성 보일 뿐, 비교적 휑했다. 스타에비뉴와 이어지는 백화점 후문에도 찬 바람을 피해 건물 안팎으로 진을 치던 중국 관광객들은 보이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안내를 돕는 한 백화점 직원은 “보통 오전 개장시간에도 중국인 관광객들이 정신없이 몰려왔었는데 오늘은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몇 사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신세계 등 ‘일시적 반사이익’…방한금지 여파 다음주 돼야 체감할 듯

    신세계 면세점과 두산타워 면세점 등 롯데면세점 경쟁사는 그나마 중국 관광객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사드 논란이 일기 전 한국 여행을 결정했던 중국인들이 롯데 대신 신세계나 두타를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명동과 지근거리에 있는 남대문의 신세계 면세점은 지난 6일부터 개장시간을 기존 9시 30분에서 9시로 앞당기기도 했다.

    신세계 면세점의 한 직원은 “롯데가 사드 부지를 제공하기로 한 이후 눈에 띄게 중국인들이 몰리고 있다”면서 “당분간은 반사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보고 개장 시간을 앞당긴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면세점 업계는 반사이익이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자의 날을 맞아 방한 금지가 본격화된 만큼 예의주시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강조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행 금지 조치가 내린 이후 통상적으로 일주일에서 15일 정도는 지나야 관광객 수의 증감을 알 수 있다”며 “단체 관광객 비중이 50~80%에 달하는 면세점들이 받는 영향이 적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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