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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포커스] 자살보험금 제재 '재심의' 형평성 논란

  • 유윤정 기자

  • 입력 : 2017.03.15 13:44 | 수정 : 2017.03.15 15:27

    오는 16일 금융감독원 산하 제재심의위원회가 자살보험금 미지급 제재안을 재심의할 예정인 가운데 금융권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똑같은 사안을 놓고 제재심을 다시 연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삼성생명(032830)한화생명(088350)은 지난달 23일 열린 제재심에서 각각 3개월, 2개월의 영업정지를 받았습니다. 이 회사 대표이사인 김창수, 차남규 사장에 대해서도 ‘문책경고'가 내려졌습니다. 문책경고를 받으면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불가능한데요. 특히 김 사장은 오는 2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연임 결정이 내려진 터라 당장 자리를 잃게 되는 위기에 놓인 셈이죠.

    진웅섭 금감원장,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사진 왼쪽부터)
    진웅섭 금감원장, 김창수 삼성생명 사장,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사진 왼쪽부터)
    더욱이 삼성생명(032830)은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의 중요한 열쇠입니다. 삼성생명은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삼성물산 지분을 19.34% 갖고 있는데요.

    삼성은 20년에 걸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합병을 이뤄냈습니다. 삼성물산(028260)삼성전자(005930)지분 4.25%를 보유, 이건희 회장과 함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엮여있는 핵심 계열사죠. 문제가 됐던 제일모직과 합병하며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 17.08%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습니다.

    삼성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지주사 전환을 준비중이고, 또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지주사 전환에도 나설 예정인데요.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삼성전자는 지주사 전환을 차질없이 준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삼성생명에 영업정지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신사업 진출 3년 금지 조항으로 인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이 불투명해집니다. 지주사 전환 작업은 인적분할, 물적분할을 동반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새로운 법인 설립 등이 불가피하게 되는데, 이번 징계로 법인 인허가를 3년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자살보험금을 주지 못하겠다던 삼성과 한화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삼성(1740억원), 한화(910억원)가 자살보험금 전액을 지급하겠다고 밝힌 겁니다. 금감원도 기다렸다는듯이 제재심을 다시 열어 제재수위를 재논의하겠다며 화답했습니다. 16일 제재심에선 이들 기관과 대표에 대한 징계가 한단계 낮춰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금융위 고위관계자는 “제재심을 다시 연다는 건 제재를 낮추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심의기구이지 의결기구가 아닙니다. 제재심에서 심의한 내용은 법적 효력이 없고, 향후 의결기관인 금융위원회에서 최종 확정합니다. 제재심 이후 자살보험금을 지급해 제재사유가 사라졌다면 금융위 최종 의결과정에서 제재를 낮추면 될 일입니다.

    그럼에도 제재심을 재심의한다는 건 금융사들로부터 형평성 논란의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있습니다. 금감원장이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춘 전례도 없을 뿐더러 이미 나온 결정을 뒤엎는 경우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KB국민은행 전산교체 문제와 관련해 임영록 전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의 제재심 징계 수위를 최수현 전 원장이 '문책경고'로 높인 적은 있습니다. 2014년 이건호 국민은행장과 임 회장이 문책경고로 3년간 금융권 재취업을 하지 못했습니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행정규칙 4절에서는 금융기관이 받은 제재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금감원장이 그것을 기각하거나 이유가 있다고 인정하면 처분을 취소하거나 변경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제재심에서 재심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습니다. 그렇다고 24일 주총을 앞두고 마음이 급한 김 사장이 이번 징계에 대해 이의를 신청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렇다면 감독원장이 직권으로 제재심의위원회를 재심할 수 있는 경우는 증거서류의 오류·누락, 법원의 무죄판결 등으로 그 제재가 위법 또는 부당함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다만 제재심을 운영하는 절차는 감독원장이 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긴 했습니다.

    감독원의 금융기관 제재는 투명성과 공정성이 담보돼야 합니다.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업권간에도 형평해야 합니다. 과거 당국의 문책경고로 많은 금융사 CEO들이 3년간 실업자 신세를 졌습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가입자들에게 자살보험금을 주는 게 금감원의 목적이지, 제재하는 게 목적은 아니지 않느냐"라고 형평성 논란에 반박했습니다.

    이번 제재 결과를 지켜보는 금융권 관계자들이 많습니다. 금융감독 재편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금감원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갑습니다. 게다가 최종 결정권자인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자살보험금 관련 제재 심의를 앞둔 금감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제재를 문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혹여나 이번 재심이 ‘기업 봐주기’로 오해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당한 절차에 따라 원칙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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