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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현장에서]中 민간의 사드보복 북방이 심한 이유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3.14 17:34 | 수정 : 2017.03.14 17:35

    롯데 제재 학생 선서 시킨 초등학교 베이징 소재∙롯데 제품 훼손 영상 선양서 제작
    북방 정치색 강하고,남방 상대적으로 유연...사드보복 민낯이 보여준 中의 다양성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가속화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노골화되고 있지만 북방과 남방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라온 영상에서 초등학생들이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 식품을 먹지 않겠다고 선서하도록 시켜 중국 내부에서도 홍위병(紅衛兵)을 키우려는 것이냐는 비난에 직면한 초등학교는 베이징에 있고, 롯데 제품을 훼손하는 젊은 여성은 랴오닝성(遼寧省) 선양(瀋陽)에 있는 롯데마트에서 영상을 촬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징에 소재한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교 학생들이 간식을 거절하고 롯데를 제재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웨이보
    베이징에 소재한 것으로 알려진 초등학교 학생들이 간식을 거절하고 롯데를 제재한다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웨이보
    롯데의 소주(처음처럼)와 음료를 박스채로 쌓아놓고 중장비로 뭉개는 영상과 사진으로 애국주의 마케팅을 펼친 쇼핑몰은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에 있는 유통업체 신정완쟈스다이(新鄭萬佳時代)광장이고, 중국에서 가장 먼저 롯데마트에 제품 납품 중단을 선언한 기업으로 유명세를 탄 과자업체 웨이룽(衛龍)은 허난성 기업이다.

    허난성의  유통업체가 롯데 주류 등을 중장비로 뭉개는 퍼포먼스로 애국주의 마케팅을 펼쳐 논란을 일으켰다. /웨이보
    허난성의 유통업체가 롯데 주류 등을 중장비로 뭉개는 퍼포먼스로 애국주의 마케팅을 펼쳐 논란을 일으켰다. /웨이보
    한국인 손님에게 나가라고 말하는 점원이 등장하는 중국 음식점의 소재지는 베이징으로 알려졌고, 최근 아모레퍼시픽의 라네즈 화장품 코너에서 ‘한국인은 꺼져라’를 외치는 남녀가 등장하는 영상의 촬영지는 명확치 않지만 칭하이성(靑海省)의 시닝(西寧)이라는 설과 베이징 설 등 북방지역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상하이의 자동차 대리점에서 한국인 손님을 내쫓은 동영상이 올라오고, 현대차를 훼손한 사진을 올린 곳이 장쑤성(江蘇省) 치둥(啓東)현으로 알려지는 등 남방에서도 반한(反韓) 정서를 거칠게 표출하는 사례가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비이성적인 애국’ ‘부끄럽다’ 는식의 비판을 받는 영상이나 사진의 주인공들의 상당수는 북방지역에 소재한 것으로 파악된다. 반롯데 반사드 정서가 고조에 달하던 2월말 광둥성(廣東省) 둥관(東莞)에 출장을 간 한 한국계 경제단체 베이징 대표는 “현지의 고위 관료들이 행사장에 집결한 걸 보고 베이징과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나왔을까. 중국에서 20여년 비즈니스를 해온 화장품 업체 카라카라의 이춘우 대표가 지인들을 만나면 늘 얘기하는 “중국엔 두 얼굴이 있다”는 말에 답이 있다. 이 대표는 조선비즈 컬럼을 통해 고(故) 신영복의 저서 ‘담론’의 내용을 인용하며 북방의 시경(詩經)과 남방의 초사(楚辭)라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중국이 우리에게 다가온다고 밝혔다.

    시경의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는 매우 조직적이며 획일적인, 그리고 융통성이 적으면서도 정해진 틀에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반면 남방을 대표하는 초사는 6언체의 춤을 추는 듯한 리듬을 품고 있다. 춤은 가야 할 목적이 없고 어디를 가기 위해 추는 것도 아니다는 설명이다. 자유롭고 융통성도 많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시경과 초사로 대표되는 중국의 두 얼굴을 얘기할 때마다 중국의 내로라 하는 기업인들이 상당수 남방 지역 출신이라는 사실을 들려주며 유명한 중국 기업인 가운데 동북 지역 출신이 있냐가 되묻는다. 랴오닝성 다롄(大連)에서 창업한 완다(萬達)의 왕젠린(王健林) 회장을 거론하면 쓰촨성(四川省) 출신이라고 바로잡아준다.

    전통적으로 정치 수도 베이징에서 멀리 떨어진 남방은 ‘하늘은 높고 황제는 멀다(天高皇帝远)’는 말이 통했던 곳이다. 광둥성 등 남방 지역이 정치색보다 상인의 기질이 강한 이유도 지정학적 위치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 있다.

    사드보복으로 롯데마트 중국내 매장 99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55개(8일 기준)가 영업정지를 당하는 등 일사불란한 중국의 획일성이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사드보복으로 드러난 중국의 민낯은 ‘하나의 중국’이 아닌 ‘다양성의 중국’을 보여주기도 한다.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는 한국 기업들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 “중국은 나라가 아니다. 대륙이다. 지역 차이에 따라 마케팅을 차별화해야한다”는 경구를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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