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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사업 빅뱅]② 美 스타트업에 1.3조원 뭉칫돈...제약·투자자도 황금시장에 '군침'

  • 김민수 기자
  • 허지윤 기자

  • 입력 : 2017.03.14 16:02 | 수정 : 2017.03.14 16:17

    생명공학의 발전과 컴퓨터 성능 향상으로 유전자 기술이 연구실을 벗어나 비즈니스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개인 유전체 분석에 기반한 맞춤형 치료 사업이 뜨고 배아 세포 단계에서 유전자를 편집해 선천적 기형을 방지하는 기술도 성숙 단계에 들어섰다. 유전자 가위 기술은 난치 희귀 질환을 치료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 놓을 전망이다. 인체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인 유전자를 다루는 기술이 산업적·기술적 ‘빅뱅’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비즈는 전 세계 유전자 사업의 흐름을 짚어보고 한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세 차례에 걸쳐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3월 1일, 미국 스타트업 그레일(Grail)은 1조3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전세계 바이오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레일은 오는 2019년까지 소량의 혈액으로 개인의 유전자(DNA)를 채취해 암 발생 가능성을 미리 예측,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액체생검기술’ 장비 개발과 진단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그레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 때 썼다는 잔인 '성배'(聖杯·the Holy Grail)를 뜻하는 말이다. 영어권에서는 ‘탐구의 궁극적 목표’라는 비유적 의미로 많이 쓰인다. 간단한 혈액 검사로 암을 조기에 감지해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그레일 홈페이지
    그레일은 예수 그리스도가 최후의 만찬 때 썼다는 잔인 '성배'(聖杯·the Holy Grail)를 뜻하는 말이다. 영어권에서는 ‘탐구의 궁극적 목표’라는 비유적 의미로 많이 쓰인다. 간단한 혈액 검사로 암을 조기에 감지해 치료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회사의 목표다. /그레일 홈페이지
    이 회사는 전세계 유전체분석장비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나스닥 상장사 일루미나에서 지난해 1월 분사한 스타트업으로, 구글 출신의 제프 휴버(Jeff Huber) CEO가 이끌고 있다. 이 회사에는 일루미나와 함께 제프베조스 아마존닷컴 CEO의 투자회사인 베조스익스페디션,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서터힐벤처스, 존슨앤존슨 이노베이션, 머크 등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디타스메디슨, 인텔리아테라퓨틱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 등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들도 다국적 제약사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처럼 유전체 분석과 유전자가위 기반 치료제 개발 등에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면서 이미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는 전운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 바이오 분야 ‘유니콘 기업’ 속속 등장


    [유전자 사업 빅뱅]② 美 스타트업에 1.3조원 뭉칫돈...제약·투자자도 황금시장에 '군침'
    그레일과 유사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는 미국의 스타트업 프리놈(Freenome)도 최근 6500만달러(약 745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프리놈은 대학 입학 전 애플에서 인턴으로 활동한 20대 청년 가브리엘 오토(28, 사진)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구글벤처스(GV)와 폴라리스파트너스(Polaris Partners&Asset Management Ventures) 등이 이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프리놈은 혈액을 통해 유전자를 분석, 전립선암, 유방암, 폐암, 대장암을 선별할 수 있는 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레일과 유사하다. 이 회사는 투자금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서비스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대규모 투자자금이 몰리는 유전체 분석 관련 기업들로는 그레일과 프리놈을 비롯해 일루미나, 휴먼롱제비티, 23and미, 카운실, 헬릭스, 지노믹헬스 등이 꼽힌다. 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유전체 분석 기반 ‘유니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2000년 최초로 인간게놈을 완전 해독한 미국의 생명과학자 크레이그 벤터(Craig Venter)가 설립한 휴먼 롱제비티의 2016년 기업 가치는 18억9000만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이 회사는 유전자와 질병 데이터들을 수집해 1년에 4만명의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설비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스타트업 관련 웹사이트 ‘앤젤리스트(AngelList)’에는 95개의 ‘유전체 분석 관련 스타트업(Genetic Testing startup)’이 등록돼 있다. 지난 2014년 12월 기준 36개에 불과했던 스타트업이 약 2년 여만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진단 관련 스타트업도 지난 2014년 12월 기준 110개에서 현재 279개로 늘어났다. 엔젤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구글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의 아내가 창업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23앤드미(23andME)와 카운실, 우리나라의 마크로젠, 테라젠이텍스, DNA링크 등이 꼽힌다.

    ◆ 국내외 제약사, 앞다퉈 유전자 분야에 투자

    DNA 분석과 유전자 가위 기술 등 생명공학 기반 비즈니스에 국내외 제약사와 벤처기업들도 앞다퉈 투자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선DB
    조선DB
    글로벌 제약사들 중에서는 스위스의 제약업체 노바티스와 미국 제약사 화이자, 독일 제약사 바이엘,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은 유전자 편집 기술 투자에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노바티스는 2015년 1월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바이오 벤처인 인텔리아세라퓨틱스와 함께 약 170억원을 투자해 유전자 기반 의약품 개발손잡고 약 170억원을 투자해 유전자 가위 기술에 기반한 의약품 개발에 착수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웰컴트러스트생어연구소 등과 유전자가위 기술 개발에 돌입했으며 독일 바이엘도 스위스 바이오 벤처인 크리스퍼세라퓨틱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향후 5년간 유전자가위 기술 기반의 신약 개발에 38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 제약사 중에서는 녹십자, 유한양행 등 주요 제약사들이 유전자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작년 초 유한양행은 미국의 항체신약 개발 바이오 벤처인 소렌토와 면역 항암제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합작법인 ‘이뮨온시아’를 설립했다. 녹십자의 계열사 녹십자셀도 국내 유전자 가위 전문 바이오벤처 툴젠과 차세대 면역항암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해 손잡았다.

    특히, 툴젠은 3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Cas9’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바이오 벤처로 녹십자셀의 세포치료제 기술과 접목해 효능·안전성이 뛰어난 면역항암제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김종문 툴젠 대표는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한 면역 항암제를 개발해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사업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수연 전 유한양행 연구소 소장은 차세대 항암제로 주목받고 있는 면역항암제 개발에 유전자 편집 기술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차세대 면역 항암 치료제에 효과를 보이는 환자 비중은 20~30%에 불과해 이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표적인 면역세포인 T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하는 연구개발에 국내외 제약사, 바이오벤처사들이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면역 항암치료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없애는 게 아니라 인체 내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GBI리서치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면역항암제 시장 규모는 2015년 169억달러(약 19조원)에서 2022년 758억달러(약 89조원)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바이오 분야 최대 규모 특허 향방에 관심 집중

    유전자 가위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가 집중되자 최신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특허 분쟁 향방에도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특허청은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을 둘러싼 특허권 분쟁에서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와 하버드대가 공동 설립한 브로드연구소의 손을 우선 들어줬다. 먼저 특허권을 인정받은 브로드연구소의 특허를 인정한 것이다.

    브로드연구소와 UC버클리대, 국내 바이오벤처 툴젠이 얽혀 있는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의 특허권 분쟁이 관심받는 이유는 향후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로열티가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기술 벤처인 에디타스메디슨, 인텔리아테라퓨틱스, 크리스퍼테라퓨틱스 등의 작년 11월 기준 시가총액은 각각 5억5400만달러(약 6300억원), 4억6300만달러(약 5300억원), 7억2000만달러(약 8200억원)에 달했지만, 최근 조금씩 하락하고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특허 분쟁 결과에 따른 이해득실이 주가에 반영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특허 분쟁 결과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특허 로열티를 지불할 가능성도 있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관련 각국의 특허권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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