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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다의 중국판 디즈니 꿈 흔들리는 이유...10억불 美 엔터사 M&A 무산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3.12 17:16 | 수정 : 2017.03.12 18:49

    완다, 골든글로브 주관 DCP 인수 포기...中 장관들 “비이성적 해외투자 억제” 한목소리
    해외투자 감시대상 연예 스포츠 등 완다 신성장 동력과 겹쳐...中,해외투자 블랙리스트 추진

    중국 최고 부호인 왕젠린(王健林)이 이끄는 다롄완다(大連萬達)그룹의 미국 유명 TV 프로그램 제작사 ‘딕 클라크 프로덕션’(Dick Clark Production,이하 DCP) 인수가 좌절됐다. DCP는 골든글로브 상과 빌보드 뮤직상 등을 주관하는 회사로 인수규모가 10억달러에 이르는 대형 인수합병(M&A)이 무산된 것이다. 차이나머니의 해외공략을 상징하는 완다의 해외투자에 제동이 걸렸다는 점도 주목된다.

    완다의 DCP 인수 좌절은 ▲중국의 올 1월 해외투자 35.7% 감소 ▲2월말 외환보유액 3조달러 회복 ▲작년 수준으로 잡은 중국 정부의 올해 해외투자 전망치 1700억달러를 ‘하나의 고리’로 연결한다. 중국 당국이 자본유출 리스크 억제를 위해 해외투자 억제에 나섰다는 게 그것이다.

    양회(兩會, 전인대∙정협) 개최에 맞춰 열리고 있는 경제부처 장관 기자회견에선 해외투자의 비이성과 맹목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중국 당국은 작년 12월초 연예 영화관 스포츠 호텔 부동산 등을 해외투자 주요 감시 대상에 올렸다. 올해엔 해외투자 가속화에 따른 리스크를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 제도도 만들기로 했다.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가속화에 대한 경제보복이 풀린다해도 한류(韓流) 산업에 대한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는 재연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흔들리는 완다의 엔터 왕국 꿈

    중국의 최대 부동산쇼핑몰 개발업체 완다가 지난해 인수한 유럽의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인 영국의 오데온 & UCI /완다 사이트
    중국의 최대 부동산쇼핑몰 개발업체 완다가 지난해 인수한 유럽의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인 영국의 오데온 & UCI /완다 사이트
    DCP 최대주주인 엘드리지 인더스트리(Eldridge Industries)는 10일 성명을 통해 “작년 11월 DCP 인수 계획을 발표한 완다가 계약을 이행하지 못해 거래 합의를 종결한다”고 발표했다.
    미 델라웨어 법원에 2500만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진 계약 파기 수수료 계좌를 풀어서 이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신청했다. 완다는 이미 1월에 계약 연장 조건으로 2500만달러를 지급한 상태여서 이번 거래 무산으로 5000만달러의 손실을 볼 것으로 우려된다.

    문제는 당장의 금전손실보다 완다의 사업구조 전환에 빨간 불이 켜졌다는 데 있다.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2016년 실적을 발표한 1월 기자회견에서 완다 매출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55%에 달했다며 완다는 더 이상 부동산 기업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완다 사이트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2016년 실적을 발표한 1월 기자회견에서 완다 매출에서 서비스업 비중이 55%에 달했다며 완다는 더 이상 부동산 기업이 아니다고 선언했다. /완다 사이트
    완다 창업자인 왕젠린 회장은 올 1월에 작년 실적을 발표하면서 “그룹 매출 (2549억위안) 가운데 엔터테인먼트 등 서비스업이 절반이 넘는 55%를 차지해 처음으로 부동산을 넘어섰다”며 “완다는 더 이상 부동산기업이 아니다. 완다의 전환이 기본적으로 성공했다”고 선언했다. 특히 문화산업의 경우 그룹 매출 비중이 4분의 1을 넘어 완다의 지주사업으로 부상했다고 자평했다.

    왕 회장은 공격적인 해외 M&A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2012년 미국 2위 영화관 체인업체 AMC를 시작으로 유럽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 오데온 & UCI와 호주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인 호이츠그룹 등을 사들이면서 세계 최대 영화관 체인업체로 올라선 게 대표적이다. 왕 회장은 올초에도 해외 M&A에 50억~10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DCP 인수 좌절은 영화관에서부터 콘텐츠 제작과 테마파크에 이르기 까지 중국판 디즈니 제국 건설에 나서는 왕 회장의 꿈 실현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한다는 지적이다.

    중국의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상무부 인민은행 국가외환관리국 등 4개 부처는 12월초 공동 성명에서 “부동산 호텔 극장 엔터테인먼트 스포츠클럽 등의 영역에 나타나는 비이성적 해외투자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구체 업종을 지목하면서 해외투자 억제를 시사한 것은 이례적으로 완다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투자에 나서는 분야와 겹친다는 점에서 완다가 우선 타깃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돼왔다. “일부 중국기업들이 해외투자를 이용해 자금으로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중국 국가외환관리국)는 게 중국 당국의 인식이다.

    중국 완다그룹이 인수한 미국 영화업체 레전더리가 제작한 영화 장성 스틸 컷  /완다
    중국 완다그룹이 인수한 미국 영화업체 레전더리가 제작한 영화 장성 스틸 컷 /완다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당국의 해외투자 억제와 DCP 인수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우려, 작년 1월 35억달러에 인수한 미국의 간판 영화 제작업체인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레전더리)의 경영불화 등의 이유로 완다의 DCP 인수가 어려움에 처했다는 보도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구겐하임 파트너스가 주도한 컨소시엄이 5년여 전 DCP를 인수할 때 지불한 금액은 3억 8000만달러로 완다가 이번에 베팅했던 10억달러보다 62% 낮은 수준이다. 레전더리의 최고경영자(CEO) 토마스 툴(Thomas Tull) 회장은 올 1월 사임했다. 레전더리가 2월에 개봉한 영화 ‘장성(長城)’은 “북미지역 첫주 박스오피스 수입이 1700만달러로 성적이 그저 그렇다”(중국증권보)는 평을 듣는다.

    완다는 2015년 ‘2211’ 전략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보유 자산 2000억달러, 시총 2000억달러,연간 매출 1000억달러, 연간 순이익 100억달러를 달성한다는 것이다.특히 매출의 30%이상을 해외에서 올려 진정한 다국적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비이성적 맹목적 해외투자 자제하라는 중국

    종산 중국 상무부 신임 부장은 11일 베이징 에서 기자회견를 갖고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해외투자에 대한 감독 강화를 확인했다. /중국인대망
    종산 중국 상무부 신임 부장은 11일 베이징 에서 기자회견를 갖고 비이성적이고 맹목적인 해외투자에 대한 감독 강화를 확인했다. /중국인대망
    중국 해외투자 속도조절 신호를 내보내는 고위관료들이 잇따르고 있다. 양회 기간 경제부처 장관들의 기자회견에서 확인된다.

    종산(钟山) 중국 상무부 신임 부장(장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소수의 기업들이 해외진출할 때 맹목적이고 비 이성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며 “일부 기업은 이미 댓가를 치르고 있고 중국의 국가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 부장은 이같은 기업에 대해선 법에 의한 감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도 10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해외투자는 산업정책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스포츠)클럽과 엔테테인먼트등이 사례로 중국에 큰 잇점은 없으면서 해외에서 원성만 야기해 일정 수준의 가이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우 총재는 작년 하반기 일부 기업의 해외 M&A 열기를 포함해 대외투자가 비교적 맹렬한 게 하반기 환율 변동이 큰 원인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국유기업 감독을 총괄하는 샤오야칭(肖亞慶)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장관) 역시 9일 기자회견에서 “대외투자에 대한 관리 시스템을 보완하고 있다”며 “국유기업의 해외 자산 감독 관리를 강화해 규정 위반 등이 적발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이 해외투자에 일률적으로 제동을 거는 건 아니다. 종산 부장은 “중국 정부가 대외투자를 지지 않는다는 주장은 정확하지 않다”며 “실력있는 기업의 해외진출을 일관되게 지지해왔다”고 강조했다.

    종 부장은 중국의 해외투자는 전체적으로 좋은 편이라며 중국의 해외투자 기업이 지난해 올린 매출은 1조5000억달러이고 이들이 현지에 낸 세금은 400억달러, 창출한 일자리는 150만개에 달했다고 소개했다.

    오히려 중국은 해외투자 구조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중국의 해외투자는 지난해 1701억달러(비금융기업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44.1% 늘며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 1월 해외투자는 77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5.7% 감소했다. 전월 대비로도 4.6% 줄었다. 중국의 해외투자가 월간 기준으로 전년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1년여만에 처음이다.

    업종별로 보면 부동산의 경우 해외투자가 84.3% 감소했고,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등 문화산업의 해외투자액은 전년 동기의 10분의 1수준에 머물렀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등의 해외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188.3%에 달한 것과 크게 대조된다.

    반면 해외 장비제조업 투자는 전년 동기의 2.7배에 달했다. 정보기술 서비스 및 소프트웨어 투자도 33.1% 증가했다.

    특히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실크로드) 전략 가속화에 따른 해외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일대일로가 지나는 국가에 대한 투자가 중국의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 1월 10.6%로 작년 보다 2.1%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기업이 일대일로에 걸친 20여개국에 조성한 공단만 56곳에 이른다. 이들 경제무역합작구에 투자한 규모는 185억달러에 달한다. 종산 부장은 중국이 이들 공단 투자를 통해 해당국에 11억달러의 세수를 늘리고, 18만개에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소개했다.

    완다의 중국판 디즈니 꿈 흔들리는 이유...10억불 美 엔터사 M&A 무산
    중국 정부는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발표한 ‘2017년 국민경제와 사회발전계획 초안’을 통해 올해 해외투자액 전망치를 작년(1701억달러) 수준인 1700억달러로 잡고 대외투자가 과도하게 빠른 데 따른 리스크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외투자의 진실성 심사를 강화하고 블랙리스트 제도를 만들기로 했다.

    ◆중국 3년만의 첫 무역적자 속 외환보유액 3조달러대로 다시 늘어난 이유

    중국은 올 2월 91억5000만달러의 무역적자를 냈다. 중국의 월간 기준 무역적자를 내기는 2014년 2월 이후 3년만에 처음이다. 중국의 무역적자가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이는 위안화 절하압력을 높인다. 위안화 절하 가속화를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이 외환보유액에서 달러를 꺼내 매도하는 유인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2월말 3조 50억달러로 한달 동안 69억2000만달러 늘어났다. 1월말 2조9982억달러로 2011년 2월 말(2조 9914억달러) 이후 5년 11개월만에 처음 3조달러대가 붕괴된지 한달 만에 회복한 것이다.

    완다의 중국판 디즈니 꿈 흔들리는 이유...10억불 美 엔터사 M&A 무산

    완다의 중국판 디즈니 꿈 흔들리는 이유...10억불 美 엔터사 M&A 무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역적자를 냈는데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것을 두고 앞뒤가 맞지 않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중국의 2월 외환보유액이 200억~300억달러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8개월만의 첫 증가세를 기록”(WSJ)한 이유는 뭘까.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월만 해도 123억달러 줄었다.

    WSJ는 자본유출 속도가 주춤한 게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했다. 1월말 외환보유액 3조달러 붕괴로 자본유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당국의 해외투자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을 찾은 위안화 환율도 민간의 달러 환전 수요를 줄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WSJ는 지적했다. 인민은행 고시 기준으로 2월 한달간 위안화 환율은 달러 대비 0.24% 절하됐다. 시장 종가 환율 기준으로는 0.13% 절상됐다. 작년 1월과 11월은 외환보유액이 각각 995억달러, 691억달러 급감한 때다. 이 시기 위안화 환율은 달러 대비 1.31%, 1.72% 절하됐다.

    WSJ는 “중국으로의 자본유입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더라도 도대체 그 자금이 어디로 향하는 지는 미스테리”라고 지적했다. RBC캐피털마켓의 아시아 외환전략 최고책임자 슈 드린(Sue Trinh)은 “중국 정부의 외자유치 노력에도도 불구하고 해외투자자들이 중국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를 재개했다는 증거는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의 1월 외자유치액(FDI)은 위안화 기준으로 801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했다. 왕소우원(王受文) 상무부 부부장(차관)은 11일 기자회견에서 1월 외자유치 감소에 대한 논평에 대한 질문을 받고 “2월 외자유치액은 증가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다. 왕 부부장은 중국은 거대한 시장과 매우 완비된 산업가치사슬, 갈수록 개선되는 투자환경 등 아직도 외자유치에 대한 우위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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