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발언대] 사용후핵연료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입력 2017.03.13 04:00

최근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이 중심이 돼 개발 중인 파이로프로세싱 기술과 고속로 기술개발 타당성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2년 전 발표된 제7차 전력수급계획에 명기된 원자력발전으로 산정해 보면 앞으로 약 4만t 가까운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는 당면 과제다.

국내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관리 방안은 ‘저장 후 직접 처분’과 ‘처리 후 처분’이다. 이 중 처리 후 처분은 사용후핵연료 처분 면적과 독성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킬 수 있는 기술 대안이다. 이를 실증하기 위한 연구 노력을 ‘4대강 사업’ 혹은 ‘1000조원의 위험한 핵실험’에 비유하면서 타당성이 전혀 없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원자력으로 생산한 전기가 우리나라 필요 전력의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용후핵연료의 효율적 관리 문제는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하는 중요 국가 아젠다의 하나이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리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국가는 없다. 우리나라 여건에서 사용후핵연료를 그대로 심지층에 처분하는 방안은 사회·환경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 때문에 정부가 나서 가능한 기술 대안 개발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은 향후 국가 에너지 수급을 고려한 국가 정책으로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다. 사용후핵연료 관리 방안 중 파이로프로세싱(이후 파이로)과 고속로 기술을 결합해 사용후핵연료의 부피 및 독성을 저감하는 방안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에서도 활발히 연구를 수행 중이다.

2016년 정부가 발표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은 고준위폐기물의 부피와 독성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개발을 꾸준히 추진하고, 처분 면적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을 검증해 사용후핵연료의 최종 관리 방안으로 채택하도록 했다.

정부가 파이로·고속로 시스템을 개발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처분 대상 고준위폐기물에 포함된 장반감기, 고독성 핵종을 소멸시키기 위해서다. 즉 처분해야 할 폐기물의 독성 수준을 국민이 수용 가능한 정도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사용후핵연료에는 열을 많이 내는 세슘, 스트론튬(반감기 약 30년)도 들어있다. 이 원소들을 별도로 처리, 일정 기간 관리하면 고준위폐기물 처분장 면적을 약 100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국토가 좁고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하고 효율적인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파이로 공정은 사용후핵연료에서 분리한 세슘과 스트론튬 등 방사성 원소들을 고화체에 고정하고 특수 용기에 담아 저장하는 방식이다. 사용후핵연료에 그대로 두고 세슘과 스트론튬 등을 저장하는 것에 비해 스트론튬 유출 가능성을 훨씬 낮추는 방안으로 일각에서 제기되는 우려와는 거리가 멀다.

고속로의 사고 위험성과 경제성에 대해서도 잘못 알려져 있는 부분이 많다. 러시아는 소듐냉각고속로의 용량을 증가시키며 꾸준히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실증고속로의 건설단가는 자국의 가압경수로 건설단가의 120% 수준까지 낮아졌다.

향후 건설될 상용 고속로의 건설단가는 경수로와 거의 대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기술 실증과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 비용은 불가피하지만, 꾸준히 기술을 개발하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최종 처분장을 2050년대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 어떤 방식’으로 최종 처분장을 건설하느냐와 ‘무엇을 얼마나’ 처분할 것인가는 최종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기 전에 국가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이다.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냉각고속로가 연계된 미래원자력시스템 기술 개발은 ‘무엇을 얼마나’ 처분할 것인지에 대한 답안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이다.

다만 이러한 선의의 목적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안전성 문제는 반드시 면밀히 분석하고 대비해서 현 세대의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 파이로·고속로 시스템의 기술적, 경제적 타당성을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 국민들의 이해와 합의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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