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68) 한전산업 통상임금 소송 화우 꺾고 勞 손 들어올린 새날

  • 정준영 기자
  • 입력 : 2017.03.09 06:15

    한전산업개발 노사가 맞붙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근로자 측을 대리한 법률사무소 새날이 대형로펌 화우를 상대로 승소 판결을 이끌어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재판장 김한성)는 한전산업 전·현직 근로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사측은 1833명에게 총 34억54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지난달 10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소송 제기 3년 만이다.

    한전산업 근로자들은 “통상임금을 기초로 재산정한 임금 미지급분 등 명목으로 1인당 300만원씩 지급하라”며 2014년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초 한전산업 근로자 2648명이 소송에 참여했으나 소송이 지연되면서 일부 근로자가 소를 취하하고 원고에서 빠져 최종 원고는 2284명으로 줄었다. 그 중에서도 청구금액을 0원으로 적은 근로자 451명의 청구는 각하되나 기각됐다.

    ◆ 법원 “급식보조비·교통보조비·건강관리비 통상임금 해당”...새날 손들어줘

    한전산업 근로자들은 새날의 김기덕(53·사법연수원28기) 대표 변호사에게 소송을 맡겼다. 김 변호사는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을 정리한 2013년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 당시 근로자 측 대리인을 맡은 노동문제 전문가다.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새날 블로그 캡처
    김기덕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변호사/새날 블로그 캡처
    김 변호사는 한전산업이 통상임금 산정 과정에서 제외한 “기본상여금, 배전상여금, 연월차축소보상상여금, 경영성과급, 급식보조비, 교통보조비, 건강관리비 등도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급여들을 포함해 재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연장·야간·휴일 근로수당, 연차휴가근로수당, 퇴직금 등이 지급돼야 하는 만큼 이미 지급한 수당 및 퇴직금을 뺀 나머지 차액을 지급하라는 것이다. 단체협약과 취업규칙, 직원연봉·복리후생 규정 및 관련 세칙 등이 근거였다.

    재판부는 “사측이 복리후생규정 및 시행세칙에 따라 매월 일정액을 지급한 급식보조비, 교통보조비, 건강관리비는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이를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해 왔으므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급기준일 당시 재직자에게만 지급토록 한 기본상여금 등은 고정성이 없다며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임금의 고정성이란 특정 조건을 걸지 않고 성과나 퇴직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 화우 “복리후생에 불과, 통상임금 부인”...법원 “고정성 부인할 수 없다"

    한전산업을 대리한 화우는 박상훈(55·연수원16기), 이주성(60·연수원17기), 박찬근(46·연수원33기) 등 파트너 변호사 3명이 포함된 대리인단을 꾸렸다. 판사 출신인 박상훈 변호사는 대법원 노동법실무연구회 창립멤버다. 이주성 변호사도 판사 출신이다. 지난해 초에는 판사 출신 최정은(39·연수원35기) 변호사도 합류했다.


    화우 박상훈(왼쪽부터), 이주성, 박찬근 변호사/화우 홈페이지 캡처
    화우 박상훈(왼쪽부터), 이주성, 박찬근 변호사/화우 홈페이지 캡처
    화우는 고정성을 물고 늘어졌다. 급식보조비, 교통보조비, 건강관리비 등의 경우 사측이 예산편성안을 이사회 결의로 확정하는 방식으로 지급여부와 지급액수가 결정된 것으로 “단지 복리후생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한전산업이 매년 이사회 결의에 따른 지급기준에 의해 일률적·고정적으로 월 정액을 지급해 왔고, 달리 예산 부족을 이유로 이를 지급하지 않거나 적게 지급한 일이 있다고 볼 근거는 없다”면서 “복리후생규정에서 세부 지급기준을 정하지 않았다는 점만으로 고정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배척했다.

    그러나 기본상여금 등에 대해선 “통상임금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 내지 관행이 존재했다”는 화우 측 주장이 먹혀들었다. 재판부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도 그동안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급여 성격상 재직조건을 지급요건으로 부가한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직원연봉규정에 위배돼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휴일 초과근로 처우 보장하려면 법 고쳐야

    재판에서는 근로자가 주당 40시간을 초과해 휴일에 일한 경우에 대한 처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새날의 김기덕 변호사는 “휴일근로일 뿐만 아니라 연장근로에도 해당하므로 휴일 할증임금 50% 외에 연장근로에 따른 할증임금 50%가 중복 가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그동안 각종 급여를 배제한 기존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50%만 가산지급해 왔다. 화우는 “법령상 휴일근로시간에는 근로의무시간 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주 40시간을 초과한 휴일근로시간에 대해 연장근로수당을 중복 할증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의 취지는 근로의무시간을 제한함으로써 근로자를 과도한 노동에서 보호하고자 함에 있으므로 휴일근로시간도 주간 근로시간 40시간에 포함하는 것이 입법론상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면서도 “휴일근로시간을 근로의무시간 제한규정에 포함하려면 별도의 입법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재판부는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한 상태에서 휴일근로가 행해졌다고 하더라도 휴일 할증임금만 가산될 뿐 연장근로에 따른 할증임금은 가산되지 않는다”며 근로자 측 주장을 배척했다.

    근로기준법은 노사 합의에 따르더라도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휴일근로도 연장근로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면 초과 근무는 연장근로, 휴일근로를 포함해 12시간을 넘으면 안 된다는 결론이다.

    사법부의 판단은 관행·현실 앞에서 멈춰섰다. 재판부는 “근로시간 제한규정 위반이나 연장·휴일근로수당 미지급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에도 불구하고 근로기준법 시행 이래 현재까지 장시간 동안 노동관행상 휴일근무시간을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해 근로시간 제한규정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제재가 가해진 적은 없다”면서 “관행과 달리 해석하면 상당한 혼란이 초래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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