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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받는 '중국 제조 2025'...미∙유럽 기업도 "보호장벽" 비판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3.08 16:40

    중국EU상의, “중국 제조업 강국 전략 토종기업에 불공정 지원 WTO 위배” 지적
    중국미국상의, 中 헬스산업 2025 다국적 제약사와 의료기기사 시장진입에 도전

    ‘세계의 공장’ 중국이 제조업을 2049년 독일 일본을 넘어서는 선진 반열에 올린다는 목표를 갖고 시행중인 ‘중국 제조 2015’ 전략이 미국과 유럽 등지의 기업들로부터 보호주의 장벽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는 신에너지자동차 의료 반도체 로봇 등 10개 제조업 분야에서 국가대표 기업을 키운다는 야심찬 계획을 담고 있다.

    중국유럽연합(EU)상회는 7일 발표한 ‘중국 제조 2025:시장의 힘에 앞선 산업정책’ 보고서에서 2015년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 전략을 위한 여러 정책수단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EU상회는 보고서에서 중국 시장에서 (토종기업의) 점유율이 정부 목표가 아닌 경쟁에 의해서 결정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 자동차와 신∙재생 에너지장비의 경우 2025년까지 국산화 비율을 80%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가 내세운 주요 육성 산업 국산화 비율 목표 /중국유럽연합상회
    ‘중국 제조 2025’가 내세운 주요 육성 산업 국산화 비율 목표 /중국유럽연합상회
    앞서 중국미국상회도 1월 중순 ‘중국 제조 2025’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헬스산업 육성 정책 탓에 다국적 의료기기업체와 제약사들이 시장 진입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 병원의 자국산 첨단 의료장비 사용률을 2020년까지 50%, 2025년가지 70%로 끌어올린다는 계획 등이 외국기업을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인 중국의 헬스시장에서 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미국상회가 이와 별개로 1월에 발표한 ‘2017 중국 비즈니스 환경 보고서’도 이 같은 우려를 담고 있다. 윌리엄 재릿 회장은 보고서 서문에서 “(중국의)자유무역시험구의 팡파르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외국회사들이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고 얘기한다”며 “외국회사들이 직면한 최대 도전으로 2년 연속 불투명하고 일관적이지 않게 집행되는 규제를 꼽았다”고 지적했다.

    ◆블공정 논란 키우는 중국 산업정책

    중국EU상회는 중국 제조 2025의 불공정 사례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으로부터 단기간 내 생산과 판매를 허가받는 조건으로 중국 제휴사에 배터리 기술을 이전토록 압박을 받는 것을 꼽았다.

    정보기술(IT)산업에서 유럽 기업들이 시장 접근이 더욱 제한 받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산업용 로봇에서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때문에 중국 중저가 로봇 시장의 공급과잉을 야기하고 있다고 중국EU상회가 지적했다.

    중국EU상회는 중국제조 2025의 지원 조치들이 WTO 규정에 위배될 수도 있지만 WTO 분쟁 해결 절차가 오랜 시일을 필요로 하는 데다 중국 측의 보복 조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외국 기업들에 WTO 제소는 대안이 될 수 없을지 모른다고 우려했다.

    중국제조 2025가 중단기적으로는 유럽 기업들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기회를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수입대체 계획에 버금간다는 게 중국EU상회의 지적이다. 불공정한 보조금 지원을 받은 중국 기업들이 (선진국과의)기술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분야에서 유럽 기업들의 중국 시장접근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가별 중국 제조 2025 리스크 노출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수직축)과 첨단 제조업 비중(수평축)의 조합으로 산출했다. /독일 메릭스
    국가별 중국 제조 2025 리스크 노출도.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수직축)과 첨단 제조업 비중(수평축)의 조합으로 산출했다. /독일 메릭스
    앞서 독일 싱크탱크 메릭스(Merics)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제조 2025’ 전략으로 인해 가장 큰 리스크에 처할 국가로 한국과 독일 일본 체코 이탈리아 헝가리 등 6개국을 꼽았다.

    고속철도 시장에서 나타난 중국의 추월이 다른 첨단산업 분야에서도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독일 지멘스와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서 사업 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기술을 이전했지만 결국은 중국 제휴사들이 국제시장에 경쟁자로 등장하는 것을 지켜봐야했다.

    중국미국상회는 병원에서 중국산(의약과 의료기기)을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정책이 외국기업을 시장으로부터 내쫓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의 제약사와 의료기기업들이 중국언론들로부터 높은 가격을 이유로 비판을 받고, 이들이 지배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 뇌물을 수수했는지 조사를 받는 것이 중국 제조 2025와 함께 중국의 국산화 가속화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중국미국상회의 중국 비즈니스환경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기업의 중국내 혁신투자 장애물과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한 미국 유럽 한국 등지의 기업 462개사 가운데 20%가 중국의 자주혁신이 외자기업을 차별하는 것을 꼽았다.

    또 전체 조사 기업의 55%가 중국 산업정책의 제정과 집행과정에서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투자 증가폭이 작년보다 낮은 기업이 전체의 48%를 차지했고, 이들이 내세운 투자증가폭 둔화 이유로는 외자기업에 불리한 시장진입 정책(24%)과 불확실한 정책환경(18%) 등이 꼽혔다.

    공격받는 '중국 제조 2025'...미∙유럽 기업도 "보호장벽" 비판
    ◆ ‘중국 제조 2025’ 정책 외자기업에 개방한다는 중국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국회)에서 발표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향유하는 데 있어 내자기업과 외자기업에 동등한 대우를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통해 시행되는 각종 지원조치를 외국기업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로 첨단 제조업 육성책이 불공정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행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중국 제조 2025 정책의 수혜를 외자기업들도 내자기업과 똑 같이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는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행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중국 제조 2025 정책의 수혜를 외자기업들도 내자기업과 똑 같이 누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중국 제조 2025를 외자에 동등하게 개방하겠다는 언급은 1월 17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스위스 다보스포럼 개막식에서 자유무역을 주창하는 연설하는 날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외자유치 확대 정책에도 나온다. 시 주석은 첨단제조업에 대한 외자기업의 투자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중국EU상회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하고 중국이 이같은 공언을 잘 지켜서 유럽 기업들이 혁신을 위한 개방형 생태시스템에서 완전하고 동등한 파트너로서 경쟁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후발국이 선진국을 따라잡는 과정에서 국산화 정책을 쓰는 것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선진국이 후발 주자의 추격을 막는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을 받곤한다. 하지만 후발주자라도 국산화정책 시행 과정에서 토종기업에 대한 과도한 지원은 불공정 소지를 불러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중국EU상회는 유럽기업들이 장기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선도해 고객의 진화하는 수요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 주도의 글로벌 기업 인수합병(M&A)이 자사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하나의 시장이나 고객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가속화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을 차치하고라도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안된다는 게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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