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산업 리더]⑦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대표 "2020년 나스닥 상장이 목표...美실리콘밸리 IT 경험 활용"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17.03.08 15:59 | 수정 2017.03.10 16:11

    정보기술(IT) 혁명 이후 바이오 산업이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한국 사회는 경험과 이해 부족으로 산업 토양을 갖추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조선비즈는 신성장 산업으로 떠오른 제약·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보고 한발 앞서 패러다임 전환을 준비하기 위해 2016년에 이어 2017년에도 한국 바이오산업의 주역들을 만나 인터뷰로 정리한다. [편집자주]

    ‘2009년 세계에서 5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개인 유전체 분석을 성공한 기업.’

    불모지에 가깝던 유전체 분석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든 국내 바이오 기업 테라젠이텍스의 대표적인 성과다. 이 회사는 2013년 6월 세계 최초로 한국인 위암 유전자를 규명, 2014년 1월 세계 최초로 밍크고래게놈지도를 완성해 과학잡지 네이쳐 제네틱스 표지를 장식했다.

    현재 지놈케어, 리드팜, 메드팩토, 테라젠헬스케어 등 4개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000억원 규모다.

    지난 6일 황태순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 대표 /허지윤 기자
    지난 6일 경기도 수원시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에서 만난 황태순 대표(50)는 “그동안 제약 자회사에서 주로 발생하는 수익으로 바이오연구소에 투자하며 버텨왔고 바이오연구소만으로는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하지 못한 상태였는데 최근 수익 구조가 크게 개선되고 있다"면서 “올해는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의 매출이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원년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테라젠이텍스는 고진업 총괄이사가 설립하고 암(癌)전문가 김성진 부회장, 유전체 전문가 박종화 자문위원이 일군 회사다. 황태순 대표는 2014년 테라젠이텍스의 바이오연구소 대표로 영입된 인물이다.

    황 대표는 “21세기 과학 중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분야는 ‘유전자 분석’말고는 없다”면서 “앞으로 2050년까지는 바이오테크놀로지(BT)가 사람들의 삶 곳곳에서 정보기술(IT) 이상의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테라젠이텍스의 성장 엔진 바이오연구소

    테라젠이텍스는 게놈사업부인 바이오연구소, 제네릭의 생산유통을 맡고 있는 제약사업부, 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신약개발본부,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는 솔루션개발본부, 뷰티 헬스 등의 상품을 판매하는 헬스케어 사업부 등의 조직으로 구성돼 있다. 또 자회사로 지놈케어, 리드팜, 메드팩토, 테라젠헬스케어 등을 두고 있다.

    테라젠이텍스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해 이용할 수 있는 개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 제품인 '진스타일', 유전체 분석과 관련해서는 유전자 마커를 지표로 특정 질병에 대한 발병 가능성을 알려주는 개인유전체서비스 '헬로진', 암 환자의 유전변이를 찾아내 맞춤 치료방법을 찾도록 돕는 '온코믹스', 비침습적 태아 기형아검사인 '제노맘' 게놈 전 분야의 서열 해독과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차세대 유전체 연구용역 서비스인 '토탈오믹스' 솔루션 등을 시장에 출시, 공급하고 있다.

    유방암 예측검사(BRCA) 및 비침습 산전검사(NIPT) 등 유전체 기반 임상서비스를 해외에 출시해 글로벌 시장 진출 2년 만에 해외 매출 비중이 30%로 늘어났다.

    올 들어 바이오연구소의 활동 반경이 커지고 있다. 지난 2일 테라젠이텍스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차세대 염기서열(NGS) 임상검사실’ 운영이 가능 인증을 국내 1호로 획득했다. NGS 임상 검사실은 최첨단 NGS 게놈 해독기를 환자의 유전자 검사에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검사기구로, 이를 운영하려면 식약처 인증을 받아야한다.

    테라젠바이오연구소에 구축돼있는 일루미나 게놈 분석 장비
    테라젠이텍스는 미국 일루미나의 최신 게놈 분석 장비 '노바식6000'도 들여와 유전자 분석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제품은 이틀이면 최대 6테라바이트와 200억개의 세포 분석이 가능하다. 6테라바이트 분석에 약 2주가 걸리는 하이식보다 진보된 것으로, 노바식6000은 장비 1대당 월 360명 이상의 전장유전체(WGS)를 해독할 수 있다.

    황 대표는 “3월부로 국내 의과대학 교수 1명과 혈액종양내과 전문의 1명 등 의사 2명을 새롭게 영입했다”면서 “병원 현장에 필요한 연구와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진국 암연구 대가들과 전략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데, 최근 이들이 관여하는 자국 정밀의학센터의 설립 파트너로 참여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지금은 공개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분명한 것은 곧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며 한국 유전체기업으로서 의미있는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 “2020년까지 미국 나스닥에 상장 목표”

    테라젠이텍스를 설립한 고진업 총괄 대표이사는 제약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가다. 유통업체인 창호약품과 진업약품을 설립한 뒤 국내 3대 약국체인인 리드팜을 이끌며 처방 의약품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방식으로 생산, 공급해왔다. 이후 ‘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암(癌)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성진 박사를 만나 함께 사업을 구상할 것을 제안했다.


    고진업 테라젠이텍스 대표이사, 김성진 부회장,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장(왼쪽부터) / 조선DB
    현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나노바이오융합 신약기술 연구센터장이자 테라젠이텍스 부회장인 김성진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암 유전자 조절연구실장으로 일해왔다. 2008년 이길여 가천길재단 회장이 암·당뇨 연구소를 세우면서 그를 소장으로 영입하기 위해 백지수표를 내민 일도 있었다고 한다.

    고진업 대표와 김성진 부회장은 바이오 분야 가운데서도 ‘게놈 산업’의 가능성에 주목했고, 이에 유전체 전문가인 박종화 울산과학기술원 게놈연구소장에 손을 내밀었다.

    지금은 테라젠이텍스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박종화 소장은 7년간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 분석 전반의 기틀을 구축했고, 김성진 부회장은 암 분야의 진단 솔루션과 신약 개발 등에 관여하고 있다.

    황 대표는 “3명이 테라젠이텍스에서 뭉치며 손을 맞잡은 이유는 모두 후대 과학자 양성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니라 게놈기반의 맞춤의학을 실현해 한 사람의 건강과 한 가정의 행복을 지키려는 게 우리 회사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창업 동지 3명은 2014년 IT분야에서 20여년 일한 황태순 대표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테라젠이텍스 바이오연구소가 R&D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에서도 성과를 내려면, IT업계에서 다양한 글로벌 비즈니스 경험을 갖고 있는 황 대표가 필요했던 것이다.

    덕분에 테라젠이텍스는 제약 전문가(고진업 대표), 암 전문가(김성진 부회장), 게놈 전문가(박종화 자문위원), IT전문가(황태순)가 경영하는 회사가 됐다. 포토폴리오 측면에서 경쟁사가 따라오기 힘든 경영진 구조와 사업 구조를 갖췄다는 게 황 대표의 설명이다.

    황 대표는 “테라젠이텍스와 산하 4개의 자회사가 함께 유전체 검사, 진단, 분석, R&D, 신약개발, 영업 판매 등 바이오 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창출해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면서 “2020년까지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것이 테라젠이텍스의 목표”라고 말했다.

    ◆ 20년 넘게 IT에서 활약하다 BT에 승부수 던져…"IT와 BT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

    황태순 대표는 20년 넘게 미국 실리콘밸리 IT업계에서 일해온 인물이다. 쓰리콤(3COM),IBM을 거쳐 시스코 시스템(Cisco Systems) APAC 컨설팅사업본부 수석이사를 역임했다.

    황 대표는 “20년 후를 내다보면, IT분야에서 안정적인 노후의 길을 걷기보다는 BT에 도전해 보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면서 확신에 가까운 어조로 “앞으로 BT시장이 IT시장만큼이나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유전자 분석이란 쉽게 말해 바이오 정보를 시퀀싱 장비에 넣어 IT정보로 바꾸는 것"이라며 “BT와 IT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했다.

    테라젠이텍스의 게놈 사업부인 바이오연구소 수익원의 70% 정도는 글로벌 제약사와 국내 병원, 의과대학 등이 의뢰한 연구조사(리서치) 용역에서 나온다.

    병원에서 암환자의 혈액을 보내오면, 테라젠이텍스 바이오 연구소는 이를 게놈 분석 장비 일루미나 장비를 넣어 정밀분석하고 신약 및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의미있는 리포트를 만들어 제공한다. 현재까지 전세계 40개국 73개 기관이 테라젠이텍스의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황 대표는 “향후에는 구글과 애플, GE헬스케어, KT, 포스코 등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IT와 BT의 진정한 융합을 이룰 것”이라며 “테라젠이텍스도 궁극적으로는 유전체 분석 기반서비스의 대중화를 이루며 시장을 확대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요즘 고민에 대해 묻자 황 대표는 “간단히 말하면 ‘규제’이고, 큰 틀에서는 ‘시장 생태계’ 문제 ”라는 답이 돌아왔다.

    황 대표는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서로 협력하면 국내와 글로벌 시장에서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데 우리끼리의 경쟁 또는 견제가 심한 것 같다”면서 “기업과 정부가 잘 협력해 바이오 산업의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는 포지티브 규제와 네거티브 규제가 혼재돼있고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의가 제대로 안돼있으니 기업 입장에서는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는 식이고 이를 결정하는 헤게모니(힘)도 정부와 병원이 쥐고 있다 보니 아직은 기업이 국내에서는 크기 힘든 구조”라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바이오 산업 생태계를 바꾸기 위해 정부와 병원이 기업과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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