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내놓은 지 석 달이 지났는데도 팔리지 않아 애를 태웠어요. 결국 2000만원 낮춰 급매로 간신히 처분했습니다.”
빌라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최근 2~3년간 신혼부부나 사회초년생에게 아파트 전세의 대안으로 주목받던 빌라가 공급과잉으로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빌라는 다세대 주택이나 연립주택을 말하는데, 서울 강서·은평·중랑구와 경기 광주·안산시 등 수도권 일대에 대규모 공급이 이뤄지면서 거래 감소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빌라 전셋값도 일부 지역에서는 2000만~3000만원 정도 떨어졌다.
◆ 작년 빌라 준공 12만채…통계 작성 후 최대 규모
서울 은평구 대조동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불광역 6·7번 출구를 나와 5분 정도 걸어가면 곳곳에 신축 빌라가 들어서 있다. 낡은 단독주택을 허물고 빌라 공사가 한창인 곳도 적지 않다. 지하철역과 버스정류장 인근에는 ‘급매’ ‘특가분양’ 등이 적힌 빌라 분양 홍보물과 현수막도 쉽게 눈에 띈다.
빌라를 전문적으로 분양하는 업체 한 관계자는 “2~3년 전만 해도 빌라를 짓기만 하면 1주일 안에 완판됐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특가 할인 분양을 해도 발길이 뜸하고 전세를 낀 빌라 투자자도 부쩍 줄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공급된 빌라는 2002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규모였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다세대와 연립주택 준공 물량은 12만5590채로, 2006년(1만6817채)의 7배나 된다. 공급 지역은 대부분 서울 등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수도권에 지어진 다세대와 연립주택은 10만1899채로 전국의 83% 수준이다.
신축 빌라 시장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대 성수기를 누렸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지어진 빌라는 14만여채에 불과했지만, 2012년부터 10만채 안팎의 빌라가 해마다 쏟아졌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공급된 빌라는 54만채가 넘는다. 아파트 전셋값 급등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빌라로 발길을 돌리는 실수요자들을 겨냥해 빌라 신축이 잇따랐다.
◆ 공급과잉 우려에 거래량 감소 뚜렷
빌라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당장 하락하고 있지 않지만 거래량은 줄고 있다. 전셋값도 조정기에 접어들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5만1287건을 기록했다. 2015년 5만6073건과 비교해 5000건 가까이 줄었다. 서울 빌라 거래량은 2012년 2만7487건에서 2013년 3만943건, 2014년 4만172건 등 해마다 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강서구 방화동 신화공인 관계자는 “빌라는 경기가 나쁠수록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떨어진다”며 “부동산 침체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출을 많이 받은 집주인들이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1000만~2000만원이라도 낮춰 서둘러 처분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빌라 전셋값도 조정을 받고 있다. 불광역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의 설명에 따르면 대조동 신축 빌라 전용 59㎡의 전셋값이 2년 전 2억원에서 최근 1억8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은평구 응암동 유정공인 관계자는 “작년과 재작년에는 전셋값이 비싸도 구하지 못해 문제였는데 새 빌라가 워낙 많이 들어서다 보니 올해는 전셋값을 2000만~3000만원이나 내려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역전세난에 처한 빌라 집주인들이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