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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르푸가 사드보복 가세 왜?...애국 마케팅 편승 vs 불똥 차단 선제조치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3.07 04:01 | 수정 : 2017.03.07 10:43

    까르푸 “우유 등 한국산 뺀다” 구두통보...할인점 롯데제품 빼고, 식품사 롯데매장서 철수
    사드보복 현장 ‘하나의 중국’?...같은 롯데마트인데 텅비거나,인파로 붐비거나,차분한 곳도

    프랑스계 할인점 업체 까르푸가 베이징 내 12개 매장에서 한국산 제품을 내리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소매유통 시장에서 외자계 업체로는 가장 큰 대만계 가오신(高鑫)의 중국 대형 할인매장 다룬파(大潤發)는 5일 중국 전역에 있는 매장에서 롯데 상품을 빼기 시작했다. 장쑤성(江蘇省) 옌청(鹽城)에 있는 다룬파 일부 점포에선 롯데 포함 한국산 수입상품을 모두 뺀 사진이 중국 SNS 신랑웨이보(新浪微博)에 돌고 있다.

    롯데가 사드 부지 제공 계약을 체결한 2월28일 이후 중국 2위 온라인쇼핑몰 업체 징둥(京東)이 롯데마트관 검색을 차단하고 연간 매출 10억위안(약 1700억원)의 중국 과자업체 웨이룽(衛龍)식품이 롯데마트에서 모든 과자를 뺀다고 발표한데 이어 중국 기업은 물론 외자계 기업까지 앞다퉈 사드보복 심리에 편승한 애국주의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의 각 지방정부도 경쟁을 하듯이 롯데마트에 대한 영업정지나 벌금 부과에 나섰다. 영업정지가 내려진 롯데마트 점포는 6일 현재 23곳으로 늘었다. 첫 영업정지 조치가 나온 때가 지난 4일로 사흘만에 롯데마트 중국 점포 99개 중 4분의 1이 문을 닫게된 것이다.

    반한(反韓)정서를 부추기는 사진과 동영상은 물론 중국인을 비하하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가짜 인터뷰 뉴스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롯데마트 점포이지만 텅빈 모습도 있고, 인파로 붐비는 현장도 있고, 상대적으로 차분한 쇼핑분위기를 유지하는 곳도 있는 등 ‘하나의 중국’이라고 보기 힘든 다양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의 경우 아직 다른 지방 점포에서 보이는 거친 시위 장면이 보고되지 않는다. 매년 베이징 시내 보안 경계가 최고조에 달하는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기간인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맹목적인 반롯데와 반한 운동을 조소하고 풍자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 때문이기도 하다.

    ◆롯데 불매 앞장서는 기업은 영웅?...다룬파 등 외자기업도 가세

    프랑스계 할인점 업체 까르푸가 베이징내 매장에서 우유를 시작으로 한국제품을 취급하지 않을 방침을 납품업체에 구두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장/까르푸 사이트
    프랑스계 할인점 업체 까르푸가 베이징내 매장에서 우유를 시작으로 한국제품을 취급하지 않을 방침을 납품업체에 구두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매장/까르푸 사이트
    주중한국대사관 관계자는 “까르푸가 한국의 일부 우유업체에 더 이상 팔지 않을 것이라고 구두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베이징의 한인 밀집지역인 왕징(望京)에 있는 롯데마트 도로 맞은 편에 있는 까르푸 매장의 경우 서울우유와 연세우유가 팔리고 있지만 롯데 우유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까르푸는 우선 한국산 우유를 매장에서 빼고 그 대상을 다른 한국제품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까르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 파리에서 열린 성화봉송 행사에서 티베트 분리독립을 옹호하는 프랑스 시위대의 시위가 발생한 때문에 전국적인 불매 운동의 타깃이 됐던 업체다.

    까르푸의 이번 행보를 두고 반한정서가 반외자정서로 번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위한 의도를 갖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롯데마트 앞 시위 동영상 가운데는 롯데뿐 아니라 모든 외자를 배격하자고 외치는 장면도 있다.

    이와함께 중국인들의 사드보복 심리로 고조되고 있는 애국주의에 기댄 마케팅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만계 다룬파가 롯데는 물론 한국 제품을 매장에서 들어내는 것도 애국주의 마케팅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허난성(河南省) 정저우(鄭州)시의 신정완자스다이 광장에서 롯데 주류와 음료 상품을 박스채 쌓아두고 중장비를 동원해 짓뭉개는 동영상에는 이 쇼핑몰 직원들이 반 롯데와 사드반대 플래카드를 든 모습이 보인다.

    중국 롯데마트 매장에서 처음으로 물건을 빼기 시작한 웨이룽은 이름 앞에 다(大)가 붙으며 인지도 제고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6일에도 efoo7쇼핑몰이 모든 한국 상품을 내렸다는 글을 인터넷에 퍼나르는 등 자사의 인지도 제고 효과를 노리고 반한 운동 참여를 부각시키는 회사들이 잇따르고 있다. 칭하이성(靑海省)시닝(西寧)에 있는 닝스(寧食)슈퍼마켓도 롯데 브랜드의 모든 상품을 빼겠다고 발표했다.

    민간 대부업체 리허지민(利合濟民) 등은 롯데에서 스스로 사직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갖고 오면 우선적으로 일자리를 안배해주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 “개방 문 닫지 않는다”는 시진핑 향한 충성경쟁이 롯데와 한국 제재 경쟁으로

    중국에서 6일까지 롯데마트 매장  23곳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중국 전체 롯데마트 매장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웨이보
    중국에서 6일까지 롯데마트 매장 23곳이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중국 전체 롯데마트 매장의 4분의 1에 해당되는 수준이다. /웨이보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에서 시진핑의 1인 권력체제가 확고해지고 있음을 확인해주고 있는 가운데 시 주석에 대한 충성경쟁이 롯데와 한국에 대한 경제 제재 경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 주석은 전인대 첫날 상하이대표단 토론회에 참석, “중국 개방의 대문은 닫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리커창 중국 총리도 전인대 개막식에서 발표한 정부업무보고를 통해 “중국 개방의 대문을 점점 더 크게 열 것”이라며 “중국이 계속해서 가장 흡인력이 있는 외국인투자목적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와 한국기업에 가해지는 잇단 규제는 외자에 대한 중국의 대문이 닫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6일엔 베이징시 정부가 차오양구에 있는 롯데마트 주셴차오(酒仙橋)점에 50만위안(약 8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59위안(약 1만원)짜리 술에 498위안(약 8만 4600원)이라는 가격표를 붙이는 등 위법적으로 가격을 표시했다는 걸 이유로 들었다. 중국 온오프라인 쇼핑몰에 만연된 허위가격표를 제재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롯데 매장에 대한 영업정지도 스프링쿨러 미작동 등 소방시설 미비 등의 규정 위반을 이유로 든다. 중국 당국이 세계무역기구(WTO)의 불공정 거래로 찍힐까 ‘준법’의 칼을 들이 댄 제재에 나선 것이다. 영업정지 기간은 대략 한달이지만 재개 여부는 불투명하다. 현지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대형 할인매장도 모두 걸릴만한 사소한 규정 위반으로 즉각 시정될 수 있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롯데는 별 다른 반발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겅솽 (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사드 보복 문제가 제기될때마다 “중국 진출 기업의 합법 권익은 보증하지만 재중 기업 경영은 반드시 법과 규정에 부합해야 한다”는 말을 녹음기처럼 반복한다.

    하지만 영업정지가 롯데 매장만을 상대로 중국 전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보통 현장 조사를 한 뒤 일정시간 후 결과를 통지하던 관례와는 달리 조사가 끝나자 마자 문을 닫게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서두르는 모습에서 준법 규제에 담긴 사드보복 의도가 드러난다.

    한류제한령과 한국 관광에 대한 전면금지령에 이어 이번엔 한국 온라인 게임 금지령까지 발동됐다는 소식이 지난 3일 중국 인터넷 매체를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 온라인게임에 판호(유통허가권) 부여가 거절될 것이라는 대화 내용이 중국 인터넷을 돌고 있다. /일유망
    한국 온라인게임에 판호(유통허가권) 부여가 거절될 것이라는 대화 내용이 중국 인터넷을 돌고 있다. /일유망
    ◆하나의 중국 맞아?... 텅빈 곳, 인파 붐비는 곳,차분한 곳 모두 롯데마트

    롯데마트 장쑤성 매장(위)과 상하이 매장. 선불카드로 싹쓸이 쇼핑하는 모습과 텅빈 모습이 대조적이다. /국제금융보, 웨이보
    롯데마트 장쑤성 매장(위)과 상하이 매장. 선불카드로 싹쓸이 쇼핑하는 모습과 텅빈 모습이 대조적이다. /국제금융보, 웨이보
    국제금융보는 상하이의 롯데마트 매장의 텅빈 모습을 소개하면서 손님보다 직원이 더 많아 보인다며 ‘이성적인 애국’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장쑤성의 또 다른 롯데마트 매장은 선불카드로 싹쓸이 쇼핑을 하는 모습이 웨이보에 올라왔다. 롯데마트가 문을 닫게되면 선불카드 잔액을 쓸 수 없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베이징 왕징에 있는 롯데마트 점포를 가면 상대적으로 차분한 쇼핑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 거의 매일 찬거리를 위해 찾는다는 직장인 천(陳)모씨는 “일주일 전에 비하면 고객이 10% 정도는 줄어든 것 같지만 큰 변화는 느껴지지 않는다”며 “집 근처라 편리한데 왜 안와야 하지요”고 말했다.

    중국 전역에 있는 롯데 매장이 일률적으로 불매 운동에 휘말리지 않는 이유엔 맹목적인 애국주의를 비판하는 시각이 적지 않은 것도 한 몫한다.

    웨이보엔 “이렇게 많은 하류 깡패들도 애국을 하니 돈있고 권력있는 계층들은 안심할 수 있게 됐구나” “소방의 관문을 넘지 못했는데 그동안 왜 일찍 문을 닫게 하지 않았나.” 같은 비아냥도 보인다.

    “왜 미국 제품은 불매하지 않나. 미국이 한국에 무기를 설치하는 것 아닌가. 미국은 하나도 관계없는 것으로 비쳐진다. 생각할 수록 정말 웃긴다.” “왜 북한의 핵무기는 제재하지 않나.”등은 사드 배치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중국 내 일부 시각을 보여준다.

    “이런 동포들이 부끄럽다. 아직도 중국의 투자환경 수준을 더 떨어뜨려야하나” “ 롯데가 법을 어겼지만 직접 소송을 제기하면 될 뿐이다.” 다는 냉소적인 지적도 있다.

    중국이 롯데와 한국 경제에 대한 제재 이유로 내세우는 ‘중국에서 돈을 벌어 중국의 이익을 침해한다’는 논리를 빗댄 풍자도 있다.

    “중국 안전의 최대 위협은 미군이다. 미군은 인텔의 CPU를 쓴다. 인텔을 중국에서 내쫓아 중국에서 돈 한푼 못벌게 해야한다. 인텔이 중국 밥을 먹으면서 중국 솥을 부수게 해서는 안된다”

    사드보복에 비친 획일적인 관(官)의 행보와는 달리 민중의 반응은 상대적으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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