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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는 지금] 서울 노리다 집토끼마저 잃은 보해양조…주가는 '정치인 테마'에 들쑥날쑥

  • 안재만 기자
  • 입력 : 2017.03.06 06:05

    전라남도·광주 지역의 소주업체 보해양조(000890)주가가 정치인 테마 효과로 급등락하고 있어 주목된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말 천정배 국민의당 전(前) 대표의 대선 출마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고, 지난 3일에는 참여정부 시절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 전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한다는 소식에 장중 한때 20% 넘게 급등했다. 종가는 전일대비 5.6% 오른 1225원이었다.

    유시민 전 장관은 보해양조 오너인 임성우 창해에탄올(보해양조 모회사) 회장과 친분이 있다. 정치인 시절 후원 활동을 했던 것은 아니고 개인적 친분이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보해양조는 임효섭 전 대표이사가 천정배 전 대표와 목포고 동문이라 그동안 천정배 관련주로 묶여왔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의 사외이사 선임으로 ‘문재인 테마주’로 갈아탔다는 게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선DB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조선DB
    문제는 보해양조가 ‘비상 경영’을 선포할 정도로 기업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보해양조의 매출은 1155억원으로 전년대비 6.7% 감소했고, 영업적자가 60억원에 달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당장 유상증자를 한다면 몰라도, 어차피 언젠가는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에 정치인 테마로 얽힌다고 좋을 게 없다”면서 “괜히 구설수만 생길 수 있어 보해양조 내부 분위기도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고 했다. 실제 보해양조 주가는 전반적으로는 1200원 안팎에서 고전하고 있다.

    ◆ 유시민 전 장관, 보해양조 회장과 친분…개미들은 환영 일색

    보해양조 관계자는 “경영진(회장)이 유 전 장관을 사외이사로 추천했고, 이사회를 통해 유 전 장관을 낙점했다”고 말했다. 유 전 장관 측도 “회사 측이 요청했고 그동안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이기 때문에 호기심에 수락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해양조는 2014년 수도권 소비자를 겨냥해 소주 ‘아홉시반’을 출시하며 ‘주(酒)립대학’을 설립, 소주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친 바 있다. 이와 관련한 아이디어 상당수를 유 전 장관이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해양조 주식을 보유 중인 개인투자자들은 환영 일색이다. 보해양조는 오랜 부진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1%대에 그치고, 주식을 편입한 기관투자자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주식 관련 포털 사이트에 “유시민 전 장관은 현재 대선 후보 중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가장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며 주가 상승의 기대감을 나타내는 글을 올렸다.

    ◆ 수도권시장 공략 실패하고 텃밭도 내줘…전남 민심 달래기 시동

    최근 출시 중단 결정을 내린 보해양조 아홉시반 /조선DB
    최근 출시 중단 결정을 내린 보해양조 아홉시반 /조선DB
    보해양조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2011년 이후 사활을 걸었던 수도권 시장 공략에 실패한 데다, 이제는 전남·광주시장 점유율마저 떨어졌다. 2011년 친형 임건우 전 보해양조 회장이 보해저축은행 파동으로 구속되면서 형의 회사를 인수한 임성우 창해에탄올 회장은 보해양조 인수와 동시에 수도권 시장 공략을 시도했다. 2011년 ‘월’, ‘강’ 등의 소주를 내놨고 2014년에는 ‘아홉시반’도 출시했다.

    결과적으로 아홉시반이 보해양조에 타격을 입혔다. 2014년 아홉시반 출시를 주도하고, 2015년 말 보해양조 대표직에 오른 임지선 대표는 아홉시반을 위해 막대한 마케팅비를 집행했다. 임지선 대표는 임성우 회장의 딸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광고선전비로 48억원을 썼으나 점유율은 오르지 않았다. 광고선전비 48억원은 예년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수도권에 신경쓰는 사이 도리어 전남·광주시장 점유율은 90% 가까이에서 50%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등이 전남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한 결과다. 신영증권은 보해양주의 지난해 소주 판매량이 609억원으로 전년대비 18.5%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때 소주업계 3위까지 올랐던 순위도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무학, 금복주 다음의 5위까지 밀렸다.

    이에 보해양조는 아홉시반 판매를 중단하고 서울사무소 인력을 다시 전남으로 불러들였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수도권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면서 기존의 전남 영업 인력을 활용한 것이 결과적으로 이도 저도 안 됐다”면서 “전남 지역 소비자들은 ‘보해가 수도권만 신경 쓴다’며 불만스러워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광주에서 광고 포스터를 촬영하고 있는 혜리 /보해양조 제공
    광주에서 광고 포스터를 촬영하고 있는 혜리 /보해양조 제공
    보해양조는 집토끼 수성 전략으로 돌아섰다. 최근 잎새주 모델 걸스데이 혜리를 광주로 불러 광고 포스터를 찍은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란 해석이 나온다. 보해양조 관계자는 “보해양조는 광주·전남에 뿌리를 두고 있는 주류 기업”이라며 “지역민의 마음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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