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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보복 당한 국가들의 교훈(上) 다변화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입력 : 2017.03.03 23:19 | 수정 : 2017.03.04 01:10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배치 가속화이후 중국 당국이 한국행 관광상품 전면금지령을 내리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를 넘어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이 가시화되는 등 경제보복이 노골화되고 있다. 중국의 보복이 한국 경제의 불안요인으로 급부상하는 형국이다.

    중국이 정치∙외교적 이유를 들어 경제보복을 가한 나라는 적지 않다. 프랑스 영국 노르웨이 등 선진국에서부터 필리핀 대만 몽골 같은 주변국 등 다양하다. 모두 국가안보와 통일성 유지 등 ‘핵심이익’을 침해했다는 ‘중국식 잣대’를 내밀었다.

    과거 경제보복을 당한 다른 나라의 대응 사례는 우리 대응에 참고가 될 수 있다. 물론 이를 한국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이들 국가에 중국의 경제보복을 야기한 사건이 사드배치와 달리 달라이 라마 초청 처럼 일회성 성격이 짙어 유감 표명으로 해결될 수 있는 수준의 사안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경제보복을 당한 탓에 경제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사례는 찾기 힘들다. 되레 대중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경제체질을 높인 사례가 여럿 있다. 이들 사례가 던지는 대응 방향의 메시지는 2가지로 요약된다. ▲다변화를 통한 중국 의존도 낮추기 ▲지렛대 확보 등이 그것이다.

    ◆중국 관광보복 방패된 대만의 ‘신남향 정책’ 핵심은 中 의존도 낮추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월초 트위터에 대만을 찾은 해외 관광객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며 9개 언어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트위터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월초 트위터에 대만을 찾은 해외 관광객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며 9개 언어로 감사인사를 전했다. /트위터
    2월 9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트위터에 중국어는 물론 한국어 일본어 등 9개 언어로된 감사합니다란 글을 올렸다. 2016년 대만을 찾은 방문객이 어느 때보다 많았다는 설명이 붙었다.

    대만행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069만명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2.4% 늘었다. 이 통계가 눈길을 끄는 건 대만 관광시장의 큰 손인 중국 관광객이 같은 기간 16.1% 감소한 가운데 거둔 성적표이기 때문이다.

    中 경제보복 당한 국가들의 교훈(上) 다변화
    지난해 대만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418만명에서 351만명으로 줄었다. 대만의 중국인 관광객이 감소한 것은 8년만의 처음이다. 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 정권이 출범한 작년 5월 이후 양안(兩岸)관계가 얼어붙으면서 단행된 중국 당국의 대만 관광 제한조치가 충격을 준 것이다. 실제 차이 총통 취임 이후만 놓고 보면 작년 중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33% 감소했다.

    당시 중국 당국은 정부 차원의 대만 여행 제한은 없다며 민간차원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최근 한국 관광상품 판매 전면금지령을 내린 중국 당국이 민의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대만은 중국의 관광 제재를 어떻게 이겨냈을까. 다변화에 답이 있다. 태국인 관광객은 지난해 19만5000여명이 대만을 찾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증가율은 57.3%로 가장 컸다. 작년 7월 브루나이와 함께 태국에 대해 작년 8월부터 1년 기한으로 비자면제 조치를 취한 덕이 컸다.

    2016년 7월 페이스북에 돌기 시작한 대만의 일본 관광객 유치 광고.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으니 안정이 찾아왔다는 문구를 넣었다. /페이스북
    2016년 7월 페이스북에 돌기 시작한 대만의 일본 관광객 유치 광고. 중국 관광객이 오지 않으니 안정이 찾아왔다는 문구를 넣었다. /페이스북
    한국에서 서울사무소만 두고 있던 대만관광협회는 작년 7월 부산에도 사무소를 내는 등 한국 관광객 유치에도 발벗고 나섰다.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할배’ 덕에 대만을 찾은 한국 관광객 증가가 속도를 내고 있던 상황에서 탄력을 주기 위한 노력이 시작된 것이다. 전통적으로 대만 관광시장의 큰 손인 일본을 겨냥한 항공사와 호텔들의 판촉도 확대됐다. 덕분에 작년 1~11월 기준 대만을 찾은 한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은 각각 33%, 17% 증가했다.

    차이 총통의 신남향(新南向) 정책 덕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갖는다. 관광은 물론 농업, 비즈니스, 문화, 교육, 무역 분야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10개국 및 남아시아 6개국 등과의 협력 관계를 확대해 경제 전반의 중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올들어서도 1월 대만을 찾은 동남아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28.3% 늘어난 11만 9560명을 기록했다. 한국인 관광객도 30.9% 늘어나는 등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중국 연어 수입 막자 노르웨이 수출 다변화로 버텨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뵈르게 브렌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이 작년 12월19일 베이징에서 회동, 2010년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 이후 경색됐던 양국의 정치 및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오른쪽)과 뵈르게 브렌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이 작년 12월19일 베이징에서 회동, 2010년 인권운동가 류샤오보의 노벨 평화상 수상 이후 경색됐던 양국의 정치 및 외교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다./연합뉴스
    작년 12월 베이징을 찾은 뵈르게 브렌데 노르웨이 외무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베이징에서 만나 2010년 인권 운동가인 류샤오보(劉曉波)의 노벨 평화상 수상 이후 경색됐던 정치 및 외교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2010년 중국은 노르웨이 노벨 평화상 위원회가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를 수상자로 결정하자 바자면제 조치를 취소하고 학술교류도 제한했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경제보복 조치로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금지했다. 2010년 이전 노르웨이산 신선 연어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90%에 달했지만 2011년 이후로는 30%로 떨어졌다.

    노르웨이와 중국간 외교 정상화 소식에 노르웨이 수산업협회는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노르웨어 수산업계가 연어 수입 제한이라는 중국의 경제보복으로 치명상을 입은 건 아니었다.

    노르웨이의 연어 수출액은 연간 65억 달러(약 7조 40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역시 다변화에 답이 있다.

    노르웨이는 유럽연합(EU), 한국 등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고 홍콩과 베트남 등을 통한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도 시도했다. 노르웨이 기업이 영국과 칠레 등지에 소유한 연어 양식장도 중국으로의 수출을 늘렸다.

    영국 노팅업대학 중국정책연구소 지창루루 연구원은 노르웨이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원래 크지 않은데다 비공식 통계를 들여다보면 되레 연어의 중국 수출이 늘었다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특히 중국은 자국내에서 노르웨이 제품의 상징성이 강한 연어만 타깃으로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적 제스처가 강했다는 얘기다. 최근 6년간 노르웨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늘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노르웨이는 2013년 중국의 북극 이사회 옵서버국 가입을 지지하고, 2015년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 멤버로 가입했다. 이미연 주중대사관 경제공참은 “노르웨이와 중국은 인권 문제 충돌로 외교관계가 경색됐지만 연어를 제외한 경제 분야에선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며 “외교관계 정상화로 양국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재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은 “노르웨이가 중국과 외교관계 정상화에 나선 것은 중국의 경제보복에 굴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양국 협력의 미래 발전 가치를 중시해서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규모 중국산 희토류 일본행 금지시키자 일본 수입선 다변화로 체질개선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2012년 9월 베이징에 있는 주중 일본 대사관 앞 도로에서 중국인들이 반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센카쿠 열도를 국유화한 2012년 9월 베이징에 있는 주중 일본 대사관 앞 도로에서 중국인들이 반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중국 정부는 2010년 9월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둘러싼 분쟁 과정에서 일본 순시선을 들어받아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중국 어선 선장이 일본 검찰에 송치되자 보복 조치에 들어갔다.

    상하이엑스포에 초대한 일본 청소년 1000명의 초대를 출발 하루전 연기시켰다. 허가 없이 군사관리구역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일본인 회사원 4명을 구속했다. 경제분야에선 희토류의 대 일본 수출중단 조치를 취했다.

    일본 정부는 중국 어선 선장을 풀어줬다. 희토류는 중국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 자원으로 각종 전자기기의 핵심 원자재로 쓰인다. 하지만 일본의 ‘항복’으로 비쳐진 중국의 희토류 경제보복은 결과적으로 일본의 ‘승(勝)’으로 이어졌다.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 낮추기 작전에 돌입한 것이다. 당초 중국 의존도가 90% 이상이었지만 인도, 베트남 호주 등과 협력해 희토류 광산을 개발했다. 산학연이 공동으로 희토류 대체 기술과 재활용 기술도 확보했다.

    일본 희토류 수요의 중국 의존도는 절반 정도로 떨어졌고, 결과적으로 중국산 희토류 가격 하락으로 중국도 손해를 보게 됐다. 일본은 특히 희토류 문제로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승리했다. 중국에 불공정 국가라는 낙인이 추가된 것이다.

    2012년 9월엔 일본 정부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 이후 중국 당국이 다시 경제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내 일본 기업에 대한 반일 폭력 시위를 용인하고, 일본 관광 금지령을 내렸다.

    반일 시위대들은 도요타자동차 같은 일본 제조업체 공장은 물론 유통업체 매장에 침입해 기물을 부수는 등 폭도화 양상을 보였다. 당시 일본 기업들이 입은 피해액은 최고 100억엔으로 추산됐다. 국유화 조치 한달 뒤인 그해 10월 중국에서 일본 자동차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하고, 일본의 대중국 수출도 1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中 경제보복 당한 국가들의 교훈(上) 다변화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중국의 경제제재는 국유화 이후 2년이 지난 2014년 화해모드가 조성되면서 완화됐다. 일본은 중국시장에서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을까. 코트라 중국본부의 김윤희 차장은 “중국 수입시장에서 일본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9.78%에서 2014년 8.29%까지 줄었지만 이후 회복세를 타서 2016년엔 9.53%로 회복했다”고 말했다. 일본산 비데 등 소비재의 고품질이 부각된 덕이다.

    당시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크게 줄었지만 한국 등 다른 나라 관광객이 늘면서 상대적으로 완충 역할을 했다. 최근엔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637만3000여명으로 2012년 대비 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 주석이 중국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2012년 말 일본의 두번째 총리를 맡게 된 아베 신조(安倍晋三) 가 총리 취임 이후 한 차례도 중일 지도자간 상호 방문을 갖지 않을 만큼 양국간 정치외교적 관계는 껄끄러운 상황에 놓여있다.

    하지만 일본 자동차들은 지난해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냈다. 혼다자동차는 지난해 중국에서 124만 7000대를 팔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도요타와 닛산도 중국내 판매 증가율이 각각 10.9%를 기록했다.

    일본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해외투자 다변화에도 나섰다. 이른바 ‘차이나 원 플러스’ 전략을 통해 중국의 추가 경제보복 대비에 나선 것이다.

    일본의 2016년 대(對)중국 투자는 31억달러로 한때 최고치일 때의 절반 수준으로 내려왔다. 2015년 65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투자 외자 1위를 차지했던 일본이다(해외자본의 중국 투자 창구로 특별한 의미가 없는 홍콩을 제외) . 하지만 2016년 순위는 홍콩을 제외해도 6위로 내려왔다. 일본 수출의 중국의존도는 2012년 16.4%에서 지난해 16.1%로 소폭 하락했다.

    中 경제보복 당한 국가들의 교훈(上) 다변화
    한국은 지난해 수출의 25%, 외국인 관광객의 47%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48억달러(중국 상무부 기준)를 중국에 투지해 중국이 유치한 외자 가운데 투자 중개지 역할을 하는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1위에 올랐다. 중국의 외자환경 변화 리스크에 가장 크게 노출돼 있는 것이다.

    우리의 해외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9.4%로 2012년(14.1%) 대비 4.7% 포인트 감소했다. 중국의 사드 경제보복으로 차이나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중국 의존도 낮추기에 속도를 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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