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WEEKLY BIZ] 설득하는 '交感의 비법'?

  • 로잔(스위스)=박정현 기자

  • 입력 : 2017.03.15 07:00

    난동범 흉기를 내려놓게 했다… 협상 대가의 '설득 마법'
    막다른 상황에서도 상대와 교감할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설득 성공 가능성

    미국 오하이오 데이턴 경찰청에 신고가 들어왔다. 여자 친구가 휘두른 칼에 찔려 병원에 실려온 환자가 난동을 피우고 있다는 것이었다. 경찰관들이 도착해보니, 난동범은 커다란 가위를 간호사의 목에 들이대며 죽이겠다고 협박 중이었다. 경찰청 소속 심리학자 조지 콜라이저가 나서 그에게 여러 차례 말을 걸었지만 대화가 안 통했다. 그러다 난동범의 화를 누그러뜨릴 연결고리를 찾았다.

    "당신 아이들의 머릿속에 어떤 아버지로 기억되길 원합니까?"

    조지 콜라이저 스위스 IMD 교수
    조지 콜라이저 스위스 IMD 교수
    가위를 손에 든 남자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드디어 대화가 시작됐다. 난동범은 결국 스스로 흉기를 내려놓고 인질을 풀어줬다. 상황이 종료된 후 그는 콜라이저에게 “자식들을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1972년의 일이다. 지난 40년간 협상과 설득 전문가로 활동한 조지 콜라이저(Kohlrieser·72)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협상에 성공하기 위한 첫 단계는 상대방과 ‘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대방과 감정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협상의 물꼬를 틔워준다”고 말했다. 전혀 대화가 통할 것 같지 않은, 막다른 길에 몰린 상황에서도 상대방과 교감할 ‘연결고리’를 찾는다면 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설득에 성공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콜라이저 교수는 1970~80년대, 미국 오하이오 경찰청과 일하며 각종 인질극 상황에서 범인을 설득하는 협상 전문가로 활동했고 세계 100여국 경찰들을 상대로 인질 협상법을 교육했다. 그는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는 협상력을 ‘리더십’에도 적용해 액센추어, HP, IBM, 스와로브스키, 테트라팩, UBS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에 리더십 컨설팅을 하고 있다.

    “협상은 인질 상황에서만 하는 게 아닙니다. 리더의 삶은 매일 협상의 연속입니다.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상대방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면 그것이 뛰어난 설득력이자 대화 능력입니다.”

    [Weekly BIZ] 설득하는 '交感의 비법'?
    일러스트= 조나연

    유럽 5위 경영대학원(파이낸셜타임스 2016년 MBA 랭킹)인 IMD의 로잔 캠퍼스에서 콜라이저 교수를 만났다. 그는 마침 세계 각지에서 온 대기업 간부들을 대상으로 ‘직장 내 리더십’에 대해 강의 중이었다. 그는 기업 리더들이 인질 협상가들의 대화 수완을 통해, 조직의 결속력을 높이고 부하 직원들에게 동기를 불어넣어주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협상은 부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리더를 믿고 따라가게 만드는 ‘설득의 전략’인 것이다. 콜라이저 교수는 경영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조직에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원이 (리더를) 능동적으로 따르게 할 리더십이 있어야, 기업들이 민첩하게 혁신하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설득 원칙 1_상대와 눈높이를 맞춰라

    한 남성이 자신의 집에서 문을 걸어잠근 채 창문 밖으로 총을 쏘고 있었다. 남성은 ‘나를 염탐하는 사람들이 전자파를 쏘아 내 머릿속을 통제하고 있다’며 헛소리를 했다. 과대망상증 환자였다. 콜라이저 교수와 함께 현장에 있던 경찰관은 ‘내가 전자파 차단을 돕기 위해 문을 열어달라’고 말한 뒤, 알루미늄 포일을 가져다가 집 안에 있는 모든 전기 콘센트를 포일로 감쌌다. 콜라이저 교수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저 사람 미쳤다’고 생각하지,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빨리 상황을 종료시키기 위해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밀어붙이기 마련이다”라며 “하지만 그 경찰관은 과대망상증 남성의 세계에 완전히 몰입해 남성의 신뢰를 얻었고 결국 총을 내려놓도록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인질 협상가들은 인질범에게 ‘이렇게 저렇게 하라’ 혹은 ‘인질을 당장 풀어줘라’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배운다. 대신 질문을 통해 상대방의 동인(動因)을 파악하고 사고 방식에 익숙해지려고 한다. 그래야 ‘같은 눈높이’에서 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라이저 교수는 “어떤 상황이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려면, 먼저 눈높이를 맞춰 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설득 원칙 2_싫은 사람도 친구로 만들어라

    미국 조지아주. 싱글맘 애슐리의 집에 살인범 브라이언 니컬스가 침입했다. 니컬스는 전날 법원에서 판사, 법정서기, 법정보안관을 살해한 도망자 신세였다. 니컬스는 애슐리의 손과 발을 끈으로 묶고 “비명을 지르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애슐리는 자신의 인질범에게 침착한 목소리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애슐리는 4년 전 남편을 잃고 어린 딸을 혼자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니컬스도 전날 밤 아들이 태어났다고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엔 묘한 유대감이 생겼다. 니컬스는 애슐리에게 “난 어차피 이미 죽은 목숨이야”라고 여러 번 말했고, 애슐리는 ‘목적이 있는 삶’이란 종교서적을 펴고 삶의 목적을 성찰할 수 있는 부분을 골라 읽어줬다. 인질로 잡힌 애슐리가 오히려 니컬스의 불안한 상태를 안정시키기 위해 밤새 가족, 음식, 살아온 이야기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아침이 되자 애슐리는 따뜻한 버터를 곁들인 팬케이크를 구워줬고 결국 니컬스는 스스로 항복했다. 콜라이저 교수는 “인질 협상가들은 나를 적으로 생각하는 상대방에게 방어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교감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찾도록 배운다”며 “애슐리는 자신의 인질범에게 적대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오히려 긴밀한 우정을 쌓아 갈등을 최소화하고 설득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 WEEKLY BIZ 3월 4일자에 실린 기사입니다. WEELLY BIZ 구독 및 배달 신청은 조선일보 홈페이지 ( https://members.chosun.com/subscription/appendweeklybiz.jsp ) 에서 할 수 있습니다. 조선일보 독자는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배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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