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반

'상법 공포증' 정말 투기자본 놀이터 되나, 정말 국회 통과 하나…4가지 쟁점

  • 전슬기 기자
  • 입력 : 2017.03.02 10:55 | 수정 : 2017.03.02 11:04

    재계, 감사위원분리선출+집중투표제 우려
    투기자본 이사회 과반수 장악 vs 1~2명 포진
    2월 국회, 두 조항은 합의못해 안건 안올려

    최근 기업들은 ‘상법 개정 공포증’을 호소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심의 중인 상법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계 헤지펀드 등 투기 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공포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삼성의 발목을 잡은 일이나, 2003년 헤지펀드인 소버린자산운용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에 따른 경영 공백을 틈타 SK의 지분을 대량 매입해 2대 주주로 등극해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한 소버린 사태가 일상화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여기저서 나오고 있다.

    주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중견기업들도 상법 개정으로 2~3년 내 외국인 주주들에게 경영권을 뺏길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나온다. 또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에 포함된 자사주 인적분할시 의결권 제한 조항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지주회사 전환에도 큰 차질이 생긴다고 본다.

    기업들은 왜 상법 개정안을 두려워 하는 걸까, 두려워 할 필요는 있는 걸까. 상법 개정안 공포증을 없애려면 국회를 정말 통과하는 것인지, 법안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DB
    조선일보DB
    ① 투기 자본 공격 가능한가

    상법 개정안은 단일 내용이 담긴 법안이 아니다. 상법 개정안엔 6개의 독립된 내용이 각자 다른 개정안으로 제출된 상황이다. ▲집중투표제도 의무화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 ▲전자투표제도 단계적 의무화 ▲자사주 처분 제한 등이 국회 법사위 법안소위원회에 올라가 있는 주요 개정안의 내용이다. 국회는 상법 개정안의 독립된 조항 중 일부만 통과시킬 수도 있고, 6개 모두를 통과시킬 수도 있다.

    기업들이 투기 자본 공격을 걱정하는 이유는 6개 조항 중 2개 조항 때문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다. 이 조항들이 ‘상법 개정안 공포증’의 핵심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 회사들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가 같이 국회를 통과하면 소수 주주와 투기 자본을 대변하는 인사들이 이사회에 들어와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그것이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의 공격이 될 것인지, 기업의 방어가 불가능한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현행법은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사외이사의 수가 전체 이사 수의 반을 넘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상법 제542조의8 제1항 단서). 또 이들 회사들은 감사위원회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며, 감사위원회 위원은 3명 이상이고 그 중 3분의 2 이상은 사외이사로 두고, 감사위원회 대표는 사외이사가 해야 한다(상법 제542조의11 제1항, 상법 제542조의11 제2항, 제415조의2 제2항, 상법 제542조의11 제2항 제2호). 따라서 기업들은 보통 6~7명의 이사진을 구성해 3명의 감사위원을 두고, 감사위원 3명은 사외이사 2명(그 중 1명은 감사위원 대표)과 사내이사 1명 혹은 사외이사 3명으로 구성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는 현재 이런 이사회 구성을 갖추고 있는 회사에 영향을 미친다. 대규모 상장회사들은 지금까지 주주총회에서 먼저 이사를 전원 선출한 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 선임했다. 대주주들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것은 이사 선임 후 감사위원 별도 선임 때만 적용됐다. 감사위원 후보들이 이미 대주주의 영향력이 행사 된 사람들로 채워지는 것이다.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 조항은 일반이사와 감사위원을 처음부터 분리해서 선출하게 한다. 대주주의 의결권을 처음부터 3%로 제한해 감사위원 후보에 영향력을 행사 할 기회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예를 들어 현대자동차의 경우 현대모비스(지분 21%)와 정몽구 회장(5.2%), 정의선 부회장(2.3%)의 28.5%의 의결권이 감사위원 선출 때 8.3%만 반영된다. 재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대주주들의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헤지펀드들이 뭉쳐 자신들을 대표할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들여보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상법개정안은 집중투표제를 강제하는 조항도 담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사 선출 때 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서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기업들이 두려워 하는 시나리오는 두 조항이 결합해 감사위원 선출 때 대주주의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투기 자본 세력이 집중투표제까지 활용해 감사위원 중 최소 1명 이상을 자신의 사람으로 이사회에 들여보내는 것이다. 또 일반이사 선출 때도 투기 자본들이 집중투표제를 이용해 최소 1명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기업들은 감사위원 중 1명인 사내이사를 투기 자본 세력이 장악하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재계는 두 조항으로 최악의 경우 6~7명의 이사진 중 절반(감사위원 3명+일반 이사 1명) 이상을 투기 자본이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로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도입시 기업들이 투기 자본 공격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있다. 이사회 구성을 변경해 투기 자본이 들여보낸 인사의 영향력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관련 시나리오에 따르면 기업들의 상법 개정안 공포는 과장된 측면이 있다.

    현행법엔 이사회 구성의 최소 인원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최대 인원에 대한 규정은 없다.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이사회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10명 미만인 6~7명의 이사로 구성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가 도입돼 투기 자본을 대변하는 감사위원과 이사들이 4명 (최소 감사위원 3명+일반 이사 1명) 이상 이사회에 들어올 경우를 대비해 전체 이사회 인원을 늘릴 수 있다.

    예를 들어 6명으로 구성된 기업 이사회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로 4명(감사위원 3명+일반 이사 1명)이 소수 주주 대변 인사로 채워질 경우를 막기 위해 9명으로 인원을 늘릴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선 감사위원은 분리 선출로 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에 인원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감사위원은 현행법 상 최소 인원인 3명으로 두면서 사외이사로 모두 채울 수 있다. 감사위원 중 사내이사를 투기 자본이 가져가는 것이 더 위험해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사회가 9명일 경우 사외 이사는 적어도 절반 이상인 4명 이상을 둬야 한다. 감사위원 외 일반 이사는 사외 이사 1~2명, 사내이사는 4~5명으로 구성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6명 체제 보다 투기 자본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이사 인원을 최대 3명 더 확보할 수 있다. 투기 자본이 이사회의 과반수를 장악하는 것도 저지가 가능하다.

    다만 관련 시나리오는 이사회 인원을 늘릴 경우 일반 이사 선출시 투기 자본이 집중투표제로 몰아줄 수 있는 표가 증가할 가능성은 있다.

    이사회 결의 기준을 정관으로 강화하는 방법도 있다. 현행법은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의 과반수로 하여야 한다. 그러나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회 결의가 가능한 기준을 더 높여 이사회를 장악한 투기 자본의 영향력을 억제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사회에 1~2명 소수 주주들을 대변하는 인사가 들어오는 데 불과한데 기업들이 너무 과민 반응을 보인다고 지적한다. 설령 이사회를 장악하더라도 주주총회를 통과해야 하는 주요한 의사결정은 여전히 최대주주의 뜻에 의해 좌우된다. 게다가 최근에 문제가 되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은 경영권 자체를 탈취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최악의 경우 회사의 주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도록 한 후 주가를 상승시켜 단기 차익을 취득하는 정도이나 이 역시 대부분의 회사는 주총 결의사항으로 남겨놓고 있어 실질적으로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 전문가들은 오히려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없이 경영진과 가까운 사람들도 채워지는 현재 이사회 구조는 바람직 하냐고 반문한다. 그 중 1~2명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견제 역할을 하는 인사는 당연히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더군다나 회사의 업무를 감독하는 감사위원까지 경영진과 가까운 사람들로 채우는 상황은 당연히 개선돼야 한다고 본다.

    김남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는 이사회를 장악하라는 것이 아니라 견제하라는 것이다”라며 “(소수 주주 대변 인사들이) 과반수를 장악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 조항이 견제하라는 것도 경영에 큰 타격을 입히라는 것이 아니라 재벌 총수들의 방침에 그대로 따라가는 폐해를 극복해 보자는 것이다”라며 “어차피 이사회 의결에선 대주주 쪽이 유리하다. 다만 소수 주주들이 불법적인 회사 운영에 대해선 견제를 해보자는 취지다”라고 강조했다.

    ② 중견·중소기업도 피해 보나

    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으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도 투기자본에 노출되는 등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이들도 대기업 처럼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 도입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해당 주장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국회에 제출 된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 대상을 ‘자산 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상법을 살펴보면 사외이사의 수가 전체 이사 수의 반을 넘어야 하고,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하는 상장회사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라고 명시하고 있다(상법 제542조). 이후 대통령령은 ‘최근 사업 연도 말 현재의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라는 단서를 달았다.

    결국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에 적용 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산 총액이 2조원 이상이지만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엔 속하지 않는 중견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다.

    반면 중견·중소기업 등 자산 총액 2조 미만인 상장 회사들에겐 상법개정안 중 감사위원 분리선출과 집중투표제의 영향이 미비할 수 있다. 법 적용 대상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를 꼭 설치할 필요가 없고, 사외이사 비율 선정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자산 총액 2조원 미만인 회사들은 감사위원회 제도를 두는 것에 선택권이 있다”라며 “이들은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등이 실시되면 이사회 외 사내 기관에 감사위원을 따로 두면 된다”고 설명했다.

    두 조항 외 상법개정안에 들어가 있는 전자투표제 단계적 의무화도 적용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상장회사’로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③ 감사위원 분리 선출·집중투표제 충돌?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는 충돌할 소지가 있다. 두 개가 함께 실시되면 기업의 경영권에 위협을 가할 수 있지만, 도입을 찬성하는 측이 예상한 효과가 덜 발휘될 수도 있다. 상법 개정안 도입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이 두 조항 중 하나만 선택적으로 먼저 도입하자고 말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현재는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전원 선출한 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이 될 이사를 별도 선임한다. 반면 상법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실시되면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 선출을 따로 해야 한다.

    여기서 집중투표제에 대한 딜레마가 생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후보가 많을 수록 한 곳에 몰아줄 수 있는 표가 많아진다.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 선출이 따로 실시 되면 후보도 분산된다. 후보가 분산된 만큼 각 선거의 후보 숫자가 줄어들면서 몰아줄 수 있는 표도 줄어들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는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단기적으로 하나만 먼저 도입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면 소수 주주들이 집중 투표제로 몰아 줄 수 있는 경우의 숫자가 그만큼 적어지는 것이다”라며 “상법개정안 도입을 찬성하는 전문가들은 두 개가 충돌하기 때문에 나눠서 하는게 더 효과가 강할 수 있단 주장을 한다”고 설명했다.

    ④ 상법 진짜 국회 통과하나

    상법 개정안 논의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국회 통과 여부’다. 국회가 정말 법안을 통과시 기업들을 각종 투기 자본 공격에 노출시키냐는 것이다.

    답은 ‘쉽지 않다’다. 최근 국회는 상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 통과를 추진 중이다. 국회가 처리를 추진 중인 조항은 6개 중 2개 뿐이다.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과 전자투표제도 단계적 의무화다.

    여야 지도부는 2월 국회서 재계가 가장 우려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조항은 처리가 어렵다고 결론을 이미 내렸다. 이에 따라 2월 국회는 두 조항을 심의 안건에도 올리지 않았다. 아울러 다른 조항인 자사주 인적분할시 의결권 제한과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도 국회 통과가 쉽지 않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결국 2월~3월 국회서 통과가 유력한 상법 개정안 조항은 다중대표소송제도 도입과 전자투표제도 단계적 의무화 뿐이다. 국회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도 재계의 우려에 일본법을 차용한 수정안을 마련했다.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자회사의 총 자산이 모회사 총 자산의 20% 이상인 경우만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또 소송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모회사의 손해가 발생하지 않거나 부정한 이익을 도모하는 경우엔 소송을 금지키로 했다. 아울러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하지만 두 조항도 2월 국회 처리는 무산된 상태다. 각종 투기 자본에 노출 될 수 있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 도입은 사실상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여야는 오는 4월 1일까지 ‘3월 국회’를 열어 상법 개정안 국회 통과를 재시도한다. 또 상법 개정안은 폐기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 후에도 언제든 국회에서 재심사 될 수 있다. 통과 불씨는 살아있는 셈이다.

    다만 2월 국회서 여야가 극적으로 상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 처리에 합의했음에도 처리가 불발된 것을 감안하면 향후 국회 문턱을 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여야가 상법 개정안 중 가장 기업 부담이 적다고 생각되는 다중대표소송제와 전자투표제 도입에 가까스로 합의했음에도 2월 국회 처리가 불발됐다”라며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감사위원 분리 선출과 집중투표제는 국회 통과가 더 쉽지 않은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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