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ㆍ사회

[법조 업&다운](67) 김앤장 연승 막은 광장...‘모뉴엘 사태’ 무보-은행 책임소송서 연패 무보 구해

  • 최순웅 기자

  • 입력 : 2017.03.02 06:10

    모뉴엘 사태의 배상 책임을 놓고 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가 벌인 소송전에서 법무법인 광장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연승 행진을 막는 판결을 이끌어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6부(재판장 이수영)는 지난달 17일 IBK기업은행이 청구한 보험금 중 단기수출보험(EFF보험) 관련 청구를 기각하고 23%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농협은행과 무보가 같은 내용으로 벌인 소송에서 지난해 12월 20일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정은영)가 무보를 상대로 농협은행이 모뉴엘로부터 매입한 수출채권 5184만달러 전액을 보험금으로 지급하라고 한 것과 엇갈린 결과다.

    법조계에선 “다른 은행과 무보의 소송에선 보험금액의 99%를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는데, 광장이 무보의 책임을 23%로 줄여 승소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기업은행은 소송가액 972억원 중 일부인 220억원 정도의 수출신용보증금만 받게 된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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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제품업체 모뉴엘은 2014년 해외 수입업체와 짜고 허위 수출자료를 만든 뒤 무보의 보증을 받아 KEB하나은행,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KB국민은행, 수협은행, 농협은행 등 6개 은행으로부터 거액의 대출을 받았다.

    이들 은행은 모뉴엘의 수출 실적이 허위로 드러나 수출채권을 결제하지 못하게 되자 무보에 단기수출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무보는 ‘수출업체의 사기대출은 지급사유가 안 된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모뉴엘의 3000억원 상당 허위수출과 관련, 허위수출채권을 매입한 은행들은 무보를 상대로 총 3000억원 상당의 보험금과 보증금을 청구했다.

    율촌이 수협은행을 대리했고, 김앤장이 나머지 5개 은행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 무보는 광장, 태평양, 세종을 대리인으로 나눠 선정했다.

    지난해 12월 율촌이 수협은행을 대리한 사건은 무보가 승소했지만 김앤장이 대리한 농협은행 사건과 하나은행 사건에서는 보험금액의 99%에 이자까지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와 무보가 연이어 패소했다.
    당시 법조계 일부에선 “수협 사건에선 무보가 승소했지만, 농협은행과 하나은행 사건에서 무보가 패소해 앞으로 남은 나머지 은행 사건들도 무보가 패소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소송 분위기가 은행 측에 유리해지고, 패소한 수협은행도 항소심 대리인을 김앤장으로 변경했다. 관련 업계의 관심은 그 이후 선고되는 기업은행 사건에 쏠렸다.

    [법조 업&다운](67) 김앤장 연승 막은 광장...‘모뉴엘 사태’ 무보-은행 책임소송서 연패 무보 구해
    ◆ 법원, 김앤장 주장 대부분 “이유없다”

    김앤장은 17년간 판사를 지낸 박순성(56·사법연수원15기) 변호사와 7년간 판사를 역임한 류창범(44·사법연수원28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팀을 꾸렸고 구현정(32·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가 보조를 맞췄다.

    김앤장은 모뉴엘 사태의 사회적 책임이 무보에 있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계약서상 오류를 공략했지만 법원은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앤장은 “무보는 무역보험의 독점적 공급자이자 신용조사기관으로서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에 대해 신용조사를 하고, 적정한 보험한도를 설정해 모뉴엘 사태 등을 막아야 하는 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무보가 수출업체와 수입업체에 대한 신용조사 평가시스템 제도를 부실하게 설계·운영했고,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수출업체 리스크 심사와 전결권 규정을 완화함으로써 수출업체 리스크를 확대해 모뉴엘 사태를 막지 못했다”고 했다.

    특히 김앤장은 무보 직원들이 모뉴엘로부터 뇌물을 받고 관련 규정을 위반해 모뉴엘이 부당하게 높은 신용등급을 받아 보험총액한도를 계속 증액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앤장은 다른 사건 재판부가 받아들였던 논리를 고수했다. 김앤장은 “보험계약의 면책사유에 수출거래가 허위로 밝혀진 경우를 넣지 않았다”며 “면책사유에 구체적인 규정이 없기 때문에 허위 수출채권 매입의 경우도 폭넓게 보상해야 한다”고 했다.

    박순성, 류창범, 구현정 변호사/김앤장 홈페이지 캡처
    박순성, 류창범, 구현정 변호사/김앤장 홈페이지 캡처
    김앤장 변호인단은 “무보가 수출신용보증의 경우, 허위 수출거래도 보증 대상이 되는 것으로 약관을 해석해 왔다”며 “무역보험에 적용되는 법리의 통일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신용위험 분야에서도 허위 수출거래에 대한 보증 대상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통일성을 주장하기 위해 무보가 발간한 서적에 기술돼 있는 무보의 역할도 인용했다. 김앤장은 ‘수출업체의 귀책으로 수출대금이 회수되지 못하는 경우, 무보가 은행의 손실을 보상한다’고 소개한 부분을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무보가 모든 무역보험에서 수출업체의 허위거래에 따른 위험을 담보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무보가 단기수출보험 약관의 해석에 있어 허위 수출채권의 대금회수불능의 보험사고가 발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약관을 해석해 왔다”고 지적했다.

    면책사유에 구체적 내용이 없어 보상해야 한다는 김앤장의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면책사유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인데, 무보가 면책사유로 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출업체의 허위 거래에 따른 위험이 담보위험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법조 업&다운](67) 김앤장 연승 막은 광장...‘모뉴엘 사태’ 무보-은행 책임소송서 연패 무보 구해
    ◆ 광장, 김앤장 파상공세에 완벽수비...김앤장 연승 막아

    광장은 판사 출신 변호사와 보험 전문 변호사 등으로 팀을 만들었다. 20년 간 판사 생활을 한 한정규(54·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12년간 판사를 지낸 오석훈(50·28기) 변호사, 보험 분야에서 20여년 두각을 나타낸 정진영(53·21기) 변호사와 10여년 보험 분야에서 활동한 조수경(33·36기) 변호사, 한국거래소 출신 송은희(33·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가 협업했다.

    광장은 김앤장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앤장은 ‘선적서류가 위조됐거나 이를 금융기관이 몰랐다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무보의 외환은행 질의서 답변 내용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광장은 “외환은행의 질의내용은 금융기관이 수출기업으로부터 확인받은 청약서상 고지 내용이 실제 수출거래와 다른 경우 고지 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질의였다”고 반박했다. 보험계약자의 고지의무 위반이 없는 경우, 무보가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취지일뿐 수출업체의 위험이 담보 위험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광장은 ‘무보가 신용조사와 신용등급 부여를 게을리해 은행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김앤장의 주장에 대해 “이는 무보가 부담할 수 있는 담보위험의 범위를 설정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은행이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재판부는 광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은행은 무보의 신용조사나 보험한도 총액의 기준을 참고로 하되 수출업자로부터 수출채권을 매입할지 여부와 그 액수는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하에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은행이 스스로 심사를 거쳐 수출채권을 매입했으므로 무보가 지속적으로 모뉴엘에 대한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것 때문에 모뉴엘의 사기범행으로 인한 은행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정규(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정진영, 오석훈, 송은희, 조수경 변호사/광장 홈페이지 캡처
    한정규(상단 왼쪽부터 시계방향), 정진영, 오석훈, 송은희, 조수경 변호사/광장 홈페이지 캡처
    광장은 “무보 직원들이 무보의 역할 등에 대해 만든 자료만으로 이 사건의 보험약관에서 정한 담보위험이 수출업체의 신용위험도 포함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도 광장의 주장을 받아들여 김앤장의 주장이 이유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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