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상권의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홍대 상권을 떠받치던 20~30대 젊은층과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비싼 임대료를 견디지 못한 상인들은 고육지책으로 ‘전대(轉貸)’ 매물까지 내놓고 있다.
전대란 상가 건물주와 임대차 계약을 한 임차인이 제3의 임차자에게 다시 임대를 주는 것을 말한다. 원(原) 세입자가 임차 기간 도중에 폐업을 결정할 경우 남은 계약 기간의 임대료를 내기 위해 가게 자리를 재임대하는 것도 이에 포함된다.
홍대 일대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임차인이 다른 임차인을 구하는 전대가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전대 매물은 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9번 출구에서 홍대 걷고 싶은 거리, 홍대 앞 공간까지 이어지는 메인 거리 뒷골목에 주로 있다.
전대로 들어오는 임차인은 보통 권리금 없이 보증금의 70~90% 정도를 내고 가게를 빌린다. 월세는 기존 임차인이 건물주한테 내야 하는 월세의 1.5배 정도다. 계약기간은 보통 1년 정도로, 홍대 일대 임대차 계약 기간이 보통 2년인 것과 비교하면 짧은 편이다.
전대 물건은 홍대 메인 거리 입구에 있는 토니모리 매장에서 시작되는 곱창골목에 많다고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귀띔했다. 전대 점포는 계약 기간이 짧기 때문에 따로 인테리어가 필요 없는 옷가게나 스마트폰 케이스 매장, 액세서리 가게 등이 주로 들어선다.
전대 점포는 왜 홍대 뒷골목에 주로 있을까. 홍대 메인 거리에 위치한 건물들의 경우 임차인이 대부분 대기업이라 임대료 상승에 크게 개의치 않지만, 뒷골목 쪽은 사정이 다르다. 주로 영세상인들이 들어오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과 매출 하락에 매우 민감하다.
문제는 홍대 상권을 찾는 유동인구가 줄어들면서 홍대 상권 점포들의 매출이 1~2년 전부터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싼 임대료를 내고 들어온 영세 상인들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폐업하고, 새로운 임차인도 들어오지 않자 고육지책으로 전대 매물을 내놓아 월세를 보전하는 것이다.
홍대 일대는 2000년대 초반 클럽 문화가 인기를 끌면서 뜬 상권이다. 홍대 클럽에 젊은층이 모여들면서 홍대 상권은 황금 상권으로 부상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홍대 앞은 물론 서교동 카페거리와 상수·연남동에 걸친 상가 밀집지역에 사람들이 꾸준히 몰렸고,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를 겨냥한 쇼핑센터 건설 이후 중국 관광객의 발길도 급증했다. 이 흐름에 따라 임대료도 몇 년간 큰 폭으로 뛰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클럽 문화의 중심이 이태원과 청담동으로 옮겨가면서 주요 소비층이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층 발길이 뜸해졌고, 유동인구의 연령층은 소비 여력이 적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으로 낮아졌다. 한·중 관계 악화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의 방문도 줄었다.
홍대 상권 임대료는 최근 1~2년 동안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홍대 상권의 임대료는 2014년 말 1㎡당 3만4600원을 찍었지만, 2015년과 2016년에는 온탕과 냉탕을 오갔다. 작년 4분기 말 현재 임대료는 1㎡당 3만6000원으로 전분기(3만9600원)보다 10% 하락했다.
김민영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단기 계약 위주의 전대 매물이 계속 늘어나는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홍대 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전대로 들어온 임차인이 법적인 보호를 받기 어려운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건물주의 동의를 받지 않은 전대 임차인은 건물주가 계약 해지를 요구할 시 법적으로 보증금이나 계약기간 등을 보장받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