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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르포] '최대 실적' 현대엘리베이터, 최첨단 유지관리 시스템과 글로벌 진출로 '승부수'

  • 조지원 기자
  • 입력 : 2017.02.25 07:30

    ‘금정산2차쌍용예가아파트 201-2’, ‘행복도시 첫마을 603동 3호기’

    지난 21일 오전 11시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고객관리센터(HCCC‧Hyundai Customer Care Center) 전면 대형 디스플레이엔 전국 각지의 엘리베이터 운행 현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테두리가 번갈아 반짝이는 화면 속에는 ‘[신촌복합건물] [1호기] [백**] 현장도착 예상시간’이라는 글자와 함께 ‘시, 분, 초’ 아래 놓인 숫자 카드가 초단위로 카운트다운 되고 있었다. 수리기사가 고장 신고가 접수된 ‘신촌복합건물 1호기’ 엘리베이터로 가기까지 남은 시간이었다.

    화면에는 지도와 함께 수리기사의 이동경로가 빨간색 실선으로 표시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SK텔레콤 내비게이션 서비스인 T맵을 이용해 현장도착 예상시간을 계산한다. 도심 지역은 15분 안에 출동하는 것이 원칙이다. 출동이 예상시간보다 늦어질 경우 현장에 즉시 연락해 지연 사실을 알린다. 출동 상황판 왼쪽에는 관할 사무소별 고장완료보고와 고장구분 현황이 지역별로 표시됐다.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현대엘리베이터 고객관리센터(HCCC)에서 실시간으로 전국의 엘리베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조지원 기자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위치한 현대엘리베이터 고객관리센터(HCCC)에서 실시간으로 전국의 엘리베이터를 관리하고 있다. /조지원 기자
    정보통신(IT) 기술을 접목한 ‘HRTS(Hyundai Real Time Service)’는 현대엘리베이터가 자랑하는 첨단 승강기 유지관리 서비스다. HCCC에서는 1년 365일 24시간동안 HRTS 엘리베이터의 운항 횟수, 부품 수명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다가 이상이 생기면 바로 확인해 조치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관리 중인 전국 승강기 13만4000개 중 2만1000개에 HRTS를 적용했다. 2015년 대비 40% 증가하는 등 빠르게 늘고 있다.

    HRTS 엘리베이터의 경우 기사 출동 건수는 고장 신고 건수보다 적다. 접수된 신고 중 66%는 HCCC에서 원격으로 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엘리베이터 부품에 장착된 센서를 통해 고장 유형을 파악하고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원격 조종으로 처리한다. HRTS 엘리베이터 주요 부품 대부분은 원격 수리를 할 수 있도록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전자장비다.

    예컨대 어린아이 장난으로 엘리베이터가 흔들리면 안전 모드가 설정되면서 작동을 멈추는데, 이 때 원격으로 상황을 확인한 뒤 스위치만 재가동하는 식이다. 고장 신고가 접수되면 일단 출동부터 하는 기존 방식보다 효율성을 높이고, 수리시간을 줄였다.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현대엘리베이터 본사 전경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러한 유지보수 시스템을 기반으로 국내에서 40% 넘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10년째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최대 실적인 매출 1조7588억원, 영업이익 1821억원을 기록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02~2004년 주택공급이 늘면서 당시 엘리베이터 설치 물량도 함께 증가했는데, 엘리베이터 수명이 15년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유지보수 매출도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유지보수는 승강기 제작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높기 때문에 수익성도 개선될 것”이라고 했다.

    ◆ 연간 생산량 사상 최대치…2018년까지 세계에서 제일 빠른 엘리베이터 개발 목표

    이날 방문한 현대엘리베이터 생산 공장에선 소음이 적었고, 기계 설비 특유의 기름 냄새가 나지 않았다. 회사 자체적으로 작업 효율성과 안전성 등을 감안해 공장 환경에 많은 신경을 쓰고 수시로 정화 활동을 벌인다. 로봇팔을 이용한 자동화 공정도 공장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됐다. 유해 가스가 발생하는 용접 등 각종 작업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자동화 설비로 생산 효율까지 높아졌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연간 생산량 2만대를 돌파하면서 창사 이후 최대 기록을 세웠다.

    공장 한 쪽에는 출고를 앞둔 권상기가 크기와 종류별로 늘어져 있었다. 권상기는 엘리베이터를 끌어 올렸다 내리는 핵심 장비다. 바로 옆 공장에서는 선박용 엘리베이터와 물류창고용 엘리베이터 생산이 한창이었다. 지하철역 승강장에 설치되는 스크린도어의 작동 시험도 진행 중이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무빙워크 뿐 아니라 기계식 주차장 등 주차설비, 물류자동화시스템, 스크린도어 등 이동 효율성이 필요한 모든 설비를 만들고 있다.


    출고를 앞둔 권상기가 공장 한 쪽에 진열돼 있다. /조지원 기자
    출고를 앞둔 권상기가 공장 한 쪽에 진열돼 있다. /조지원 기자
    공장 밖으로 나오면 한 눈에 다 담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아산타워가 보인다. 'HYUNDAI(현대)'라는 파란색 글씨가 적힌 아산타워는 이천시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이다. 주변에 높은 건물이 없어 멀리에서도 볼 수 있다. 지상 205m로 아파트로 치면 60층 높이다. 아산타워는 엘리베이터 테스트를 진행하는 곳으로, 연구개발시설인 ‘정몽헌 R&D 센터’도 함께 있다.

    아산타워 1층에서는 음성 인식, 홍채 인식, 필기 인식 등 다양한 입력 방식을 갖춘 엘리베이터가 전시돼 있었다. 버튼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대신 파인 홈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식으로 행선 방향을 입력하는 터치리스(touchless) 방식도 있었는데, 이는 메르스 등 전염병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아이디어로 이미 일부 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 폭행 등 범죄행위로 엘리베이터가 흔들리면 즉시 가장 가까운 층으로 이동해 문을 열어두는 범죄예방용 엘리베이터도 볼 수 있었다.

    초고속 엘리베이터 개발도 한창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엘리베이터는 미쓰비시엘리베이터가 중국 상하이타워에 설치한 것으로 분속 1230m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8년을 목표로 분속 1260m급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개발하고 있다.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가 지난해 4월 세계화 선포식을 열고 ‘2030 글로벌 톱7 진입’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이사가 지난해 4월 세계화 선포식을 열고 ‘2030 글로벌 톱7 진입’ 목표를 발표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 2030년까지 글로벌 톱7 진입 이뤄낼까…초고층 엘리베이터 시공 경험 쌓아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현대상선이 그룹에서 떨어져 나가고 현대아산마저 대북 사업 전면 중단으로 손발이 묶이면서 믿을 곳이 현대엘리베이터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엘리베이터 입장에서는 몇 년째 어려움을 겪던 자회사 현대상선이 그룹에서 분리되면서 부담을 덜게 됐다.

    현대엘리베이터가 풀어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글로벌 진출이다. 국내 시장에서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해외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지난해 4월 취임 직후 ‘2030년 글로벌 톱7 진입’이라는 목표를 내세우고 세계화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현재 글로벌 순위는 매출 기준으로 9위 수준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해외 매출을 현재 3000억원 수준에서 2030년 3조6000억원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려면 기술력을 보여줄 수 있는 초고속 엘리베이터 시공 경험을 늘려야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의 경우 초고층 빌딩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국내 최고층인 롯데월드타워 엘리베이터는 오티스가 건설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일본 등 해외 기업들에 번번이 밀리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터키법인을 설립하면서 중국 상하이‧옌타이, 브라질, 미국, 인도,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을 9곳으로 늘렸다. 인도 진출도 준비 중이다. 인도 시장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며 올해 안에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공개할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등도 주요 시장으로 보고 수주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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