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모바일어플라이언스 사무실에 환호성이 들렸다. 독일 BMW 완성차에 설치될 첨단운전자보호시스템(ADAS) 납품 업체로 모바일어플라이언스가 선정됐기 때문이다. 해당 분야에서 전 세계 점유율 80%가 넘는 이스라엘의 모빌아이(Mobileeye)를 경쟁에서 누르고 따낸 성과이기에 더 놀라운 결과였다.

이재신 모바일어플라이언스 사장은 “공장 밖에서 완성차에 장치를 설치해야 하는 ADAS의 특성 상 편리하게 설치할 수 있어야 했다“며 “기존 2명 이상의 인력과 자체 특수 장비를 사용해야 하는 모빌아이 제품과는 달리, 1명이 별다른 장비 없이 모빌아이보다 더 빨리 장비를 설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 것이 주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재신 모바일어플라이언스 사장이 회사 설명을 하고 있다.

오는 24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ADAS, 헤드업디스플레이(HUD) 등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카에 들어가는 차량용 주행 보조 장치를 개발하는 회사다.

지난 17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에 있는 모바일어플라이언스 본사를 찾았다. 이 사장은 “13년 만에 코스닥시장 상장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며 “1996년 내비게이션 개발을 시작한 이후 가장 뿌듯한 요즘”이라고 말했다.

◆ “반순정 시장은 곧 자동차 시장…완성차 업체와 직접 거래 노린다”

자동차 내비게이션 시장은 이미 좁아지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내비게이션 시장은 2008년 110만대 규모를 기록하며 급성장한 후 2010년에는 170만대가 판매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김기사’, ‘T맵’, ‘카카오 내비’, ‘네이버 내비’ 등 이른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내비게이션 시장의 크기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와 올해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 규모를 각각 80만대 안팎으로 추산했는데, 이는 지난 2010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 사장은 “내비게이션 시장에 대한 기존 전망들은 시판 시장(After market)에만 눈을 맞췄다”며 “반순정 시장(P/DIO)은 여전히 많은 수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판 시장이란 고객이 제품을 직접 사서 차량에 설치하는 형태의 시장을 의미하고 반순정 시장이란 고객에게 차량이 인도되기 전에 완성차 브랜드나 딜러의 책임 하에 제품을 장착하는 형태를 말한다.

이어 이 사장은 “매년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는 약 1억대에 육박한다”며 “반순정 제품의 특성을 고려할 때, 반순정 시장은 곧 자동차 시장과 같기 때문에 수요는 무궁무진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 연구실 한 쪽에서는 내비게이션 시험 작동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렇게 개발된 내비게이션은 BMW와 아우디 등에 공급된다.

실제로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독일 BMW와 아우디, 미국 하만(Harman) 등에 반순정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벤츠 본사의 1차 제품 공급사로 등록돼 첫 수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BMW의 경우 모바일어플라이언스 전체 매출의 34%를 차지할 정도로 주요 고객이 됐다.

이 사장은 “반순정 제품의 경우, 시판 제품과 달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쉽지 않지만, 한 번 계약을 체결하면 안정적이고 높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며 “이미 거래하고 있는 BMW와 아우디, 벤츠 등 독일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미국이나 국내 완성차 업체까지 고객사를 확장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떠오르는 시장으로 미국을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 트럭이 후진하다 사람을 치어 죽인 사건이 발생한 이후 법으로 모든 차량에 후방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했다”며 “후방 카메라가 설치되면 이를 운전자가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가 필요하게 되고 디스플레이가 들어가면 내비게이션이나 블랙박스 기능은 연동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휴대폰 지도를 불편해 하는 미국 소비자 특성 상 헤드업디스플레이(HUD)와 블랙박스를 연동시키는 방법 혹은 음성을 이용한 디스플레이 오디오(Display Audio) 방식을 통해 블랙박스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내비게이션·블랙박스 넘어 자율주행차·스마트카 산업까지...한국의 모빌아이 꿈꾼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의 내비게이션과 블랙박스 매출 비중을 합치면 87%에 달한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흐름에 따라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카가 속속 등장하면서, 모바일어플라이언스도 HUD나 ADAS와 같은 스마트 장비 비중을 늘리고 있다.

이 사장은 “스마트카는 자동차의 정보, 안전, 보안을 자동차 내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포괄적인 개념”이라며 “최근 개발되고 있는 AI 비서가 차 안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쉽다”고 했다. 자율주행은 스마트카 개념의 일부분으로 “사람 없이 자동차가 스스로 지도와 센서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주행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HUD는 고개를 돌리거나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게끔 차량 전방 유리면 앞에 주행과 관련한 정보를 투사하는 장치다.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HUD와 내비게이션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ead Up Display)의 가상 설치 모습이다.

이 사장은 “현재 판매되는 내비게이션이나 디스플레이는 운전 중 시선을 잠시 돌려야 하지만, HUD는 전면 유리에 정보를 투시하면서 보여주기 때문에 운전자가 계속해서 전방을 주시할 수 있다”며 “사고 나는 경우의 80%가 운전자가 3초 이상 전방을 주시하지 않았을 나타났다는 실험 결과가 있는데, HUD를 사용하면 사고 위험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HUD 외에도 모바일어플라이언스는 현대자동차의 대표 모델인 그랜저에 ADAS를 제공하는 PLK테크놀로지와 기술 제휴를 하고 있다. 이 사장은 “국내 ADAS 시장은 만도등 큰 기업들도 이제 막 개발을 시작한 단계이기 때문에 개발을 먼저 시작해 제품까지 출시한 우리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ADAS 분야는 모빌아이가 독보적 1위 브랜드지만, 2위는 아직 두각을 드러내는 업체가 없는 상황”이라며 “모빌아이가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할 때 기업가치를 1조5000억원을 인정받았는데, 우리도 모빌아이처럼 회사를 키워나가겠다”고 말했다.

◆ 천천히 성장하는 13년차 IT기업… 위기 극복한 만큼 기대 부응할 것

모바일어플라이언스에겐 아픈 기억이 있다. 지난 2008년 코스닥시장 상장을 앞뒀지만 키코(KIKO, Knock in, Knock out) 사태에 발목이 잡혀 한번 실패를 경험했다. 나날이 오르는 원화가치 걱정에 리스크를 관리해준다는 상품에 가입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3개 시중은행에서 256억원의 부채가 생겼다. 이 사태로 창업 멤버 한 명이 책임을 지고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이 사장은 “2007년도 당시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재정감사를 마친 상황에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며 “손실이 커진 상태라 상장에 실패했고, 워크아웃 직전 단계인 자율협약까지 내몰렸다”며 당시를 회고했다.

자율협약 종결 당시 300%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4분기에 100% 아래로 떨어졌다. 이 사장은 “올해는 추가적으로 개발 중인 3세대 블랙박스와 HUD가 해외 완성차 업체에 납품되면 영업이익이 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IT 업체가 창업 13년 만에 상장하는 것은 사실 대단히 오래 걸린 편”이라며 “IPO(기업공개)를 진행하면서 주주들이 많아져 책임감이 늘어나고 부담감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회사를 둘러싼 환경이 긍정적인 만큼 이번 상장을 계기로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내비쳤다.

▲액면가: 500원

▲자본금: 70억원

▲주요 주주: 대표이사 이재신 외 특수관계인(61.7%)

▲상장 후 유통 가능 물량: 전체 1500만주의 53.97%인 809만 5628주

▲주관사(NH투자증권)가 보는 투자 위험

- 내비게이션, 블랙박스 제품의 경우 자동차에 장착되는 제품으로 전방산업인 자동차 산업의 영향을 받고 있음.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신흥국 경제 불확실성 지속, 지난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등의 이슈로 인해 향후 자동차 산업에 대하여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 존재.

- 전체 매출 중 차량용 블랙박스가 높은 비중(2016년 3분기 기준 55.27%)을 차지하고 있음. 이에 따라 차량용 블랙박스에 대한 대체재가 등장할 경우, 당사의 매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 존재.

- 차량용 블랙박스 시장의 경우 과거 높은 성장을 기록함에 따라 신규 시장 참여자의 등장으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음. 최근 국내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유지되지 않음에 따라 일부 경쟁력을 가진 몇 개 업체 위주로 정리되고 있는 상황.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한 경쟁이 심화될 경우, 제품 가격 하락 등으로 당사의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